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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전 '여송국'만큼이나 먼 우주, 로켓여행도 식후경'화성에서 감자 키우기' 당장은 어려워... 스마트팜-케이푸드, 우주식량 대안으로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지금은 비행기 타면 3~4시간이면 닿는 필리핀, 불과 200년 전만해도 조선인들에게 그곳은 지구 끝 어딘가에 붙어 있는, 가본 적도 없는, 들어만 봤던 미지의 땅이었다. 그곳에 불시착(?)한 어떤 불행한 조선인이 겪은 표류기를 보면 그렇다. 

흑산도 바로 옆 우이도에서 홍어장수를 하던 문순득은 1802년 1월 배를 타고 조업 중 풍랑을 만나 표류하다가 유구(琉球, 현재 오키나와)에 도달한다. 9개월 정도 머무르다 중국 사신으로 떠나는 유구국 관리들과 함께 배를 타는데 또다시 풍랑을 만난다. 이번에 도착한 곳은 여송(呂宋, 루손), 지금의 필리핀이다. 현지 중국인 화교들의 일을 도우며 생계를 연명하다 1803년 8월 중국 광둥성으로 가는 무역선을 타고 마카오로 떠났다. 그후 중국 난징, 베이징을 거쳐 1804년 12월 한양에 도착했고 마침내 그는 1805년 1월 고향 우이도로 귀환한다. 

정약전은 마침 문순득의 흥미진진한 모험담을 듣게 된다. 흑산도에서 귀양살이 하던 실학자가 그냥 지나쳤을 리 없다. 그는 문순득에게 들은 이역만리 사정을 <표해시말(漂海始末)>이라는 책을 지어 자세히 기록해 두었다.

영화 '마션' 속 주인공 와트니는 화성 기지에 있던 자재를 활용해 실내농장을 만들고 감자를 키운다. [사진=이십일세기폭스 공식 페이스북]

200년 전 조선 흑산도에 <표해시말>이 있었다면 2015년 미국 헐리우드에는 영화 <마션(Martian)>이 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하고 맷 데이먼이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인이 화성에 홀로 남겨지면서 겪는 우주 표류기다. 조선의 문순득과 목숨을 건 귀환 과정은 똑같지만 도착지의 환경은 비교할 수 없이 혹독하다. 화성의 평균기온은 영하 80도, 대기압은 지구의 0.75%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대기가 희박하고 그나마 이산화탄소가 95%, 질소 3%, 아르곤 1.5%로 산소는 극소량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특별한 생명유지장치가 없으면 생명체가 단 1초도 살 수 없는 극한의 공간이다. 

여기서 주인공 마크 와트니는 500일 넘게 살아남고 결국 지구로 생환한다. 물론 이미 그곳에는 생활할 수 있는 특수설비를 갖춘 탐사기지가 있었다. 하지만 먹을 양식은 불과 300일치뿐. 언제 올지 모르는 구조대를 기다리며 생존해야 하는 그에게 가장 큰 난관은 식량을 조달하는 일이었다. 

영화 속 마크는 감자를 키워 이를 해결한다. 화성의 흙에 자신의 분뇨를 섞었다. 기지 내 이런 저런 재료를 활용해 실내 농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감자를 수확하고 이걸 주식으로 버틴다. 물론 영화적 허구다. 사실 화성의 흙은 산화철 성분을 다량 포함하고 있다. 게다가 과염소산염이 들어 있어 흙을 정화하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 또한, 화성에는 자기장이 없어서 태양에서 그대로 내리쬐는 살인적인 방사능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도 숙제다. 마크가 썼던 방식으로는 절대 감자를 키울 수 없다. 화성에서 감자 키우기도 실제로는 특별한 장치와 자재를 써야 가능하다. 

우주산업은 더 이상 뜬 구름 잡는 사업이 아니다. 인류 문명을 근본부터 바꿀 초고성장 사업이다. 우주공간에서 유영을 하고 있는 우주 비행사 [사진=픽사베이]

<스페이스 러시>의 저자 크리스토 완제크는 미국항공우주국에서 수석작가로 근무했으며 천체학과 물리학에 대한 전문적 글을 쓰고 있다. ‘우주여행이 자살여행이 되지 않기 위한 안내서‘라는 부제가 붙은 그의 저서에 완제크는 영화 <마션>의 주인공 와트니가 감자보다 고구마를 키웠더라면 두 배는 더 잘 버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자는 곰팡이 등 환경 변화에 취약해 재배가 힘들고 비타민 A·E·K 등 영양분이 부족해 주인공 마크는 얼마 못가 야맹증, 구루병, 뼈 약화 등의 질환을 앓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반해 고구마는 가뭄과 곰팡이에 잘 견디고 잎까지 먹을 수 있고 오래 보관할 수 있으며 영양분도 감자에 비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감자보다 고구마가 우주 식량으로 키우기 더 낫다는 얘기다. 이 외에 카사바, 수수, 부들 등도 적은 물로도 많은 생산을 할 수 있고 단백질과 지방도 다량 함유하고 있어서 우주 작물로 고려해볼 만하다고 밝히고 있다. 

우주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관건은 먹거리다. 아무리 안전한 운반체(로켓)를 타고 생명유지 장치가 달린 슈트(우주복)를 입었더라도 인간은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면 죽는다. 영화가 아닌 실제 상황이라면 항구적 식량 조달 방식을 개발하지 못한다면 화성에 사람을 보낼 일은 없을 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섀넌 워커와 일본우주탐사국(JAXA)의 소치 노구치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일하는 모습. 워커가 '우주공간에서 아시아 허브 재배 연구'를 위해 키우고 있는 식물을 들고 있다. [사진=NASA]

그래서인지 이제 우주 식량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캐나다우주국(CSA)은 올해 1월 ‘딥 스페이스 푸드 챌린지’를 열었다. 장기 우주 임무에 필요한 식량 생산 시스템 개발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일종의 공모전이다. 

주최 측은 ▲우주비행사 4명이 재보급을 받지 않고 3년에 걸친 우주왕복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는 동안 먹을 식량을 생산할 것, ▲혹독한 환경에서 지구에서 먹는 것과 같은 음식을 직접 생산하고 투입하는 자원은 물론 버려지는 자원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평가항목에는 당연히 ▲맛 ▲영양가 ▲안전성 등도 포함됐다. 참가자들이 내놓는 아이디어는 3단계에 걸쳐 평가를 받게 된다. 1단계는 시스템 설계도를 평가하고 2단계는 설계도를 토대로 만든 생산 장치의 프로토타입과 식량 샘플을 평가한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완성된 생산 장치를 평가할 예정이다. 주최 측은 올해 안에 1단계 평가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우주 기술의 핵심은 첫째가 비행체의 개발이고 그 다음은 인간의 생존력 보장이다.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케이푸드도 우주식량으로의 가능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맛과 영양에 더해 우주 공간의 특성과 생체기능의 변화를 제대로 분석할 기술력이 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아울러 양액을 이용한 스마트팜 등 실내농장 기술도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 연구 보급되는 스마트 팜 기술은 중동이나 극지방 등 열악한 자연환경을 가진 곳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우주에서 자급할 식량을 얻어내는 기술로 진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제 우리 농업분야도 발사체나 위성 등 하드웨어 기술과 더불어 우주인의 생존에 필요한 우주 식량 기술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메간 맥아더가 우주정거장(ISS)에서 신선 식품들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NASA]

미국의 민간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10월 현재 1천억달러 (117조원)에 이른다. 최근 미국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이 회사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재산이 조만간 1조달러(11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위성통신, 지구관측 등의 영역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스페이스X의 미래가치를 감안한 예측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우주산업은 더 이상 뜬 구름 잡는 사업이 아니다. 인류 문명을 근본부터 바꿀 초고성장 사업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10월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독자 기술로 개발한 우주 발사체 누리호를 발사했다. 700km 상공에서 위성 모사체를 분리하기까지는 성공했으나 연소시간이 46초 부족해 정상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다만 순수 우리 기술로 우주공간에 1톤이 넘는 위성을 운반했다는 것은 큰 성과다. 이 정도의 우주항공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도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 프랑스 등 6개국에 불과하다. 누리호 발사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에는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이 과기정통부 장관에서 국무총리로 격상된다.”면서 “머지않아 세계적인 우주기업이 탄생하도록 정책적·제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200년 전에는 우리 조상들은 가볼 엄두도 못 냈던 여송국, 필리핀. 이제는 안방 드나들 듯 오가고 있는 세상이다. 대항해 시대를 연 중세의 유럽인들처럼, 미지의 땅에 호기심을 품고 꼼꼼하게 기록으로 남긴 실학자 정약용처럼, 우리의 상상력에 한계를 두어서는 안된다. 대한민국의 농업기술과 케이푸드가 우주 공간에서 지구인의 생명을 보장해줄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세계가 우주시대로 접어들고 있고 있는 지금, 불가능을 향한 인류의 도전에 동참을 고민해 볼 때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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