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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농반X, 4도 3촌, 농업-농촌에 대한 새로운 시각들본캐-부캐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추세... 귀농-귀촌과 함께 농촌 활력 실마리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농막이라는 흔치 않은 말을 요즘 사람들은 잘도 알아듣는다. 농사짓는데 편리하도록 논밭 근처에 간단하게 지은 헛간 같은 형태였는데, 차차 컨테이너 하나를 대충 논두렁 언저리에 얹어놓다가, 최근엔 고급 인테리어를 갖춘 최신형 농막들도 등장했다. 가격도 수천만 원 대. 그런데 이런 농막의 사용자나 소유주들은 대개 현지 농민들이 아니라는 통계가 있다. 도시에 본거지를 두고 살면서 주말이나 휴일에 시골에 와서 지내다가는 사람들이 농막의 주인들이라는 것.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4도3촌’이나 ‘반농반X'라는 전에 없던 말이 유행어가 된 모양새다. 4도 3촌은 말 그대로 일주일에 4일은 도시에서 지내다 3일은 농촌에서 보내는 라이프 스타일을 말한다. 반농반X는 좀 더 농촌중심형 라이프스타일인데, 농촌에 살면서 절반은 농업 관련 일을 하고 나머지 절반의 시간은 다른 일, 즉 취미활동, 목공, 저술, 원예, 도예 등등의 일을 하는 것을 뜻한다. 사실 X에는 뭐든 들어가도 된다. 이 개념을 좀 더 확장해 ’반농반도‘라는 말도 생겨났다. 도시와 농촌에서 반반씩 사는 것이다.

지난 2019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국민 3300명을 대상으로 ‘내 삶의 버킷리스트’라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1위가 여행으로 나왔고, 2위는 자연 속의 자급자족 생활이 차지했다. 결과를 좀 더 살펴보니 도시민의 절반 정도는 농촌에서 버킷리스트를 실현해 보고 싶다는 뜻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앞으로 5년 이내에 이러한 버킷리스트를 실현해보겠다는 도시민은 전체 응답자의 37%나 됐다. 이 가운데 구체적인 준비를 진행중인 사람들은 무려 83.6%.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 자료를 분석해 ‘국민 486만명 정도가 농촌에서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기 위해 준비중이며 이 중 113만 명은 1년 이내에 실천을 위한 준비 단계에 돌입해 있다’고 발표했다. 주목할 것은 배경이 바로 농촌이라는 점이다.

관련 책도 여러 권 나와 있다. 일본 책인데 <반농반X의 삶>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2015년에 출간됐다. 저자 시오미 나오키는 ‘환경문제’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반농반X”라는 삶의 방식이 이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가족과 함께 농촌 고향으로 돌아가 본격적으로 반농반X의 삶을 살며 이 책을 썼다. 이 책에는 영화자막 번역가, 화가, 민박집 주인, 건강한 밥상요리교실 강사, 웹디자이너, 간병인, 심리치유사 등 많은 반농반X의 삶이 소개돼있다. 후속편도 나왔는데 ‘반농반X로 살아가는 법’이란 책이다. 어떻게 ‘반농’ 능력을 기르고, ‘반X’를 발견하고 실천하는지 방법론을 일러주는 책이다. 저자는 ‘농지 찾기는 쉽지만, X 찾기는 어렵다’는 많은 이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법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임경수 작가의 <이제, 시골> 이라는 책도 있다. 퍼머컬처로 귀향을 디자인하다, 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역사 이래로 농촌에 농민만 살았던 것도 아니고 농사만 짓는 농부도 없었다.”라며 “귀농이라는 걸 너무 거창하고 무겁게 생각하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을만들기, 마을교육 전문가인 저자는 귀농과 귀촌의 차이는 사실상 애매하다며 ‘귀향(歸鄕)’이라는 단어를 소환, 자신에게 맞는 귀향 디자인을 하도록 권유한다. 각자에게 주어진 상황에 맞춰 반농반X의 ‘농’을 디자인하고, ‘X’를 디자인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귀향 디자인에 들어가기 전에 퍼머컬처(지속가능한 농촌생활 체계)의 원리를 익히도록 한다.

도시에 본거지를 두고 살면서 주말이나 휴일에 시골에 와서 농막에서 지내다 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진은 다양한 스타일의 농막들 [사진=쿠팡 검색결과 캡쳐]

◇ ‘5천만 명 중 5백만 명이 농촌에서 버킷 리스트 실현 희망’

이런 분위기는 정부기관의 통계 안에도 잘 드러나 있다. 지난해 귀농·귀촌 가구가 전년에 비해 증가했다는 자료도 최근 발표됐다. 특히 1차 베이비부머 (1955년~1963년 생)과 2차 베이비부머(1968~1974년 생)들의 귀농 귀촌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귀농·귀촌 인구는 약 49만 4569명. 전년에 비해 약 9% 가량 각각 증가했다.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KREI 농정포커스-2020년 귀농·귀촌 동향과 시사점’에는 코로나19가 귀농·귀촌 의향을 20.3%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나있기도 하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농촌을 삶과 일의 공간으로 삼고자 하는 상당한 수요가 있다. 귀농·귀촌 인구의 특성을 감안한 지원 정책을 펼친다면 지방소멸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자료의 귀농동향을 보면 귀농 가구는 1만 2489호로 전년보다 1067호(9.3%) 증가했다. 1인 귀농 가구 비율은 전년보다 증가했다. 지역별 귀농 가구는 전남(18.8%)이 가장 많았으며, 경북(17.9%), 충남(11.9%), 경남(10.7%), 경기(8.9%), 강원(7.5%) 순으로 많았다. 귀농 가구 중 작물을 재배하는 가구는 채소(43.9%)가 가장 많았고, 논벼(29.9%), 과수 (29.4%), 특용작물(25.6%)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50대의 귀농이 가장 많았다. 연령대별 비율은 30대 이하 21.2%, 40대 12.7%, 50대 31.0%, 60대 28.2%, 70대 이상 6.9%. 귀농인은 경북 의성군, 경북 상주시, 전남 고흥군, 전남 화순군, 전북 임실군 등을 귀농 목적지로 가장 많이 선택했다.

같은 자료의 귀촌 동향을 보면, 귀촌 가구는 34만 5,205호로 전년보다 2만 7,545호(8.7%) 증가했으며, 가구당 평균 가구원 수는 1.38명으로 전년 대비 0.02명 감소했다. 경기와 경북의 귀촌 가구 규모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귀촌인은 47만 7,122명으로 전년보다 3만 2,658명(7.3%) 증가했다. 전 연령대에서 귀촌인 수가 증가하였고, 그중 60대 귀촌인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KREI 농정포커스-2020년 귀농·귀촌 동향과 시사점’에는 코로나19가 귀농·귀촌 의향을 20.3%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농촌을 삶과 일의 공간으로 삼고자 하는 상당한 수요가 있다. 귀농·귀촌 인구의 특성을 감안한 지원 정책을 펼친다면 지방소멸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은 한국 농촌 전경 [사진=픽사베이]

◇ 귀농은 50대, 귀촌은 60대가 가장 많아

이 자료에서 주목할 점은 특히 귀촌 사유인데, 귀촌의 이유가 변하고 있는 추세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귀촌 가구의 주요 이주 사유로는 직업이 가장 높았으며(전체 귀촌가구의 34.4%), 이어서 주택 (26.5%), 가족(23.4%)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 2019년과 비교하면 주택, 가족으로 인한 귀촌 비율이 50% 미만으로 감소했고, 직업, 건강, 교통과 교육을 이유로 귀촌한 비율이 증가한 것이다.

즉 귀농·귀촌 목적지와 이주 사유가 과거엔 개인적인 건강, 가족 등의 이유였다면, 이제는 직업,교육 등이 귀촌의 이유가 된 것이다. 이는 농촌이 삶과 일의 새로운 공간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앞서 언급한 자료를 발표한 송미령 선임연구위원은 귀농·귀촌 목적지로서의 매력을 각각의 농촌현장이 키워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또 “최근 농촌으로의 인구 유입은 대체로 수도권, 광역시나 지역 거점도시, 혁신도시 등 접근성이 양호하고 생활 기반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지역을 중심으로 보다 활발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도시 근교지역으로의 귀농도 증가추세에 있다. 이는 도시적인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추구하면서 농업활동을 수행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가 쓴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책은 귀농귀촌에 대한 환상을 깨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충고이자 참고서다. 책에는 저자가 50년 넘게 살아온 시골 생활을 총정리한 내용이 가득 담겨있다. 사진은 일본 농촌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 ‘귀촌’ 이유가 변하고 있다... ‘귀농’ 또한 ‘반농반도’ 스타일로 진행중

물론 반론도 있다. 독특하고 매력적인 문체로 명성이 높은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가 쓴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책. 이 책은 귀농귀촌에 대한 환상을 깨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충고이자 참고서인데, 책에는 저자가 50년 넘게 살아온 시골 생활을 총정리한 내용이 가득 담겨있다. 책의 핵심내용은 별다른 고민 없이 시골에 살러오지는 말라는 것.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내려가 소중한 퇴직금을 날리는 것은 물론 "더는 다시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어 맥없이 다시 도시로, 그것도 거의 무일푼으로 돌아가는 신세"가 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는 게 저자의 설명.

책의 목차만 훑어봐도 귀농귀촌이 만만한 게 아니라는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다 어딜 가든 삶은 따라온다’,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 자연의 성깔을 알아야 한다’, ’텃밭 가꾸기도 벅차다 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구급차 기다리다 숨 끊어진다‘, ’사이비 종교인들에게 당신은 봉이다‘, ’고독은 시골에도 따라온다 외로움 피하려다 골병 든다‘, ’다른 소리를 냈다간 왕따 당한다‘, ’공기보다 중요한 지역 사람들의 기질‘, ’깡촌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시골로 이주하는 범죄자들‘, ’가능한 한 큰 개를 길러라‘, ’침실을 요새화해라‘ 등의 제목을 보면 귀농귀촌에 대한 환상은 이내 냉혹한 현실이 된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특히나 귀농과 귀촌을 바라보는 시각은 시시각각 변하는 중이며, 더불어 다양한 스펙트럼을 이루며 진화하고 있다. 마침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개념 또한 시대정신으로 자리잡은 모양새. 그렇다면 기회를 만들어 우리 국민 500만 명이 꿈꾸고 있다는 버킷리스트인 농촌에서의 삶을 시도해 봄직 하다. 단, 반드시 명심할 게 있다. 경험자들의 충고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 그리고 치밀하게 준비할 것.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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