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컬럼
귀소본능이 자극한 '오징어 게임' 열풍지방 소멸 막을 ‘고향세’ 국회 통과... 추억 그리운 베이비부머 세대 참여 기대
오징어 게임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세계인들이 즐기는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난리가 났다. 27일 현재 미국을 포함해 독일, 호주 등 43개국에서 1위에 올라와 있다. 지난 9월 17일 공개된 이후 불과 2주일도 안되어 넷플릭스 드라마 순위 1위까지 차지했다.

전체적 구성은 다소 충격적이고 잔인하다. 경제적 곤궁에 빠진 사람 456명이 모두 죽고 난 후 살아남은 최후의 한 사람이 456억의 상금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게임에 참가해 탈락자를 가려내는데 탈락한 사람은 죽음을 맞는다. 여기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줄다리기, 구슬치기, 징검다리 건너기, 오징어게임 등이 등장한다. 지금 중년 이상의 한국인들이 어린 시절 즐겼던 추억의 놀이들이다. 

극 중 인상 깊었던 장면 하나. 1번 참가자 오일남(오영수 분) 할아버지는 456번 참가자 성기훈(이정재 분)과 구슬치기를 한다. 오일남은 깐부를 요청하고 그들 둘은 손을 잡는다. 깐부는 가장 가까운 친구로 네 것과 내 것을 나누지 않고 무조건 공유하는 사이를 말한다. 그런데 이 게임에는 숙명적인 비극이 있다. 홀짝을 알아맞혀 구슬을 모두 뺏기는 패자는 죽는다. 

성기훈은 오일남이 치매를 앓고 있음을 노리고 속임수로 구슬을 딴다. 오일남은 성기훈이 자신을 속였음을 알고 있었으나 일부러 속아줬다고 털어 놓는다. 그리고 “깜부는 니꺼 내꺼가 없는거야“라고 말하며 마지막 남은 구슬 하나를 성기훈에게 건넨다. 게임에 진 그는 게임 관리 요원들의 총을 맞고 쓰러진다. 순둥이 같던 성기훈은 살기 위해 안면몰수하고 오일남을 속였다. 반면, 어리숙한 노인 오일남은 깐부로 의리를 지켰다. 물론 극 후반부에 반전이 있지만.

드라마에서 구슬치기 게임을 하는 장소는 작은 양옥집과 좁은 골목길로 꾸며져 있다. 오일남은 “내가 살던 집이 여기 어딘데”, “전봇대 뒤에서 아들이 노는 것을 지켜봤지”라고 중얼거리며 추억을 되살린다. <오징어 게임>의 소재인 복고풍 놀이와 오일남의 골목길 추억 장면은 묘한 연상을 일으킨다. 

남이 죽어야 내가 사는 처절한 생존 게임을 벌이면서도 순진무구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어른들을 심리를 자극한다. 거액의 상금 때문에 게임을 포기하지 못하는 참가자들의 광기는 자본주의 체제의 냉혹한 현실을 형상화했다. 섬뜩한 이기심과 동료애를 대조시켜 인간 내면의 갈등을 극대화했다. 마치 성공을 위해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온 현대인들의 불안한 심리와 비슷하다. 현재를 떠나 과거로 가고 싶은 마음, 일종의 귀소본능이다.

귀소본능(歸巢本能)은 둥지를 떠난 동물이 다시 그곳으로 되돌아오려는 성질이다. 알을 낳기 위해 태어난 강을 찾는 연어와 뱀장어도, 박씨를 물고 흥부네 집으로 돌아온 제비도 참을 수 없는 이 본능의 지배를 받는다. [사진=픽사베이]

귀소본능(歸巢本能)은 둥지를 떠난 동물이 다시 그곳으로 되돌아오려는 성질이다. 미국 생태학자 베른트 하인리히(Bernd Heinrich)는 그의 저서 <귀소본능(Homing instinct)>에서 ‘귀소본능은 생존과 번식에 적합한 장소를 찾아 이동하고, 그렇게 찾아 낸 곳을 자신의 필요에 맞게 만들고, 떠나갔던 보금자리를 찾아 되돌아오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아울러 동물의 수억 년 진화과정 동안 이어져온 원초적 본능이라고 설명했다. 알을 낳기 위해 태어난 강을 찾는 연어와 뱀장어도, 박씨를 물고 흥부네 집으로 돌아온 제비도 참을 수 없는 이 본능의 지배를 받는다.

조금 다른 귀소본능도 있다. 영화 <박하사탕>에서 주인공 김영호(설경구 분)은 원래의 자기로 돌아가고 싶다고 외치며 철길 위에서 죽음을 맞는다. 우리는 죽음을 ‘돌아간다’고 말한다. 이 땅은 타지이고 죽음 이후 내세는 고향이다. 죽는다는 것은 원래 있었던 자리로 간다는 이치를 믿은 것이다. 집단적 귀소본능의 사례인 ‘시오니즘’(Zionism)도 있다. 유태인들은 로마의 예루살렘 파괴 사건 이후 2천년 동안 국가가 없었다. 2차 세계대전을 마치고 영국의 도움을 얻어 예루살렘이 있는 팔레스타인 지역의 땅을 얻어 국가를 세웠다. 자신들의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이 살던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신앙과 교육의 결과다. 이렇듯 인간도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같은 것은 ‘본능’이고 다른 점은 ‘이성‘이다. 

우리 한국 사회는 해방이후 산업화를 겪으며 급격한 ‘이촌향도‘(離村向都)를 겪었다. 1960년 국내 인구의 62%는 농업에 종사했고 72%는 농촌지역에 살았다. 베이비붐 시대인 1955년부터 1974년까지 20년 간 태어난 사람은 총 168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의 상당수는 이제 고향을 떠난 출향민(出鄕民) 신분이다. 실제로 2020년 우리나라 인구 5167만 명 중 농촌지역 거주 인구수는 450만 명, 농업종사 인구수는 250만 명 수준이다. 인구의 90% 이상이 도시에 산다는 얘기다. 

귀소본능에 따르자면, 대한민국 대다수 사람들은 도시를 떠나 고향인 농촌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직장, 인관관계 등에 얽매여 있는 생활 근거지를 떠난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무의식 속의 원초적 기억이 유혹하는 고향에 가는 것 말고 욕구를 채울 길은 없을까? 이런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바로 ’고향사랑기부금‘, 일명 ’고향세‘다.

지난 9월 29일 국회는 「고향사랑기부금법」을 통과시켰다. 2023년 1월부터 시행될 이 법은 개인이 자기가 거주하지 않는 지역을 지정해 기부금(고향세)을 내면 금액에 따라 세액공제와 소정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사진=국회 홈페이지]

지난 9월 29일 국회는 「고향사랑기부금법」을 통과시켰다. 2023년 1월부터 시행될 이 법은 개인이 자기가 거주하지 않는 지역을 지정해 기부금(고향세)을 내면 금액에 따라 세액공제와 소정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출향민들은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을 전할 수 있고, 인구 감소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자체들은 재정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농업계에서도 환영 성명이 나왔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대도시 인구 쏠림 현상으로 지방소멸 위기가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애향심 고취, 지역 홍보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이를 통해 ‘관계인구’를 만들어 침체된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 넣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반면, 규제 중심과 낮은 기부 유인책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부 강요행위를 막기 위해 향우회를 통한 모금활동은 제한된다. 기업들은 아예 기부금을 낼 수 없다. 연간 한도도 500만원으로 제한됐다.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이나 초과분에 대해서는 공제율이 16.5%로 고정된다. 지역농산물 등 답례품도 기부금액의 30% 이내, 최대 10만원으로 제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 살리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08년 ‘고향납세제’를 시작한 일본의 경우, 2020년 기부액이 6725억 엔(한화 약7조1486억 원) 수준에 이른다. 이 법을 대표 발의한 김승남 의원은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지방소멸을 겪고 있는 농어촌 지자체의 세수 감소와 격차가 심화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번 법안이 미흡하긴 하지만 지방재정 활성화, 연대와 협력을 통한 도시와 농어촌 간 상생 공동체 형성에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말처럼, 이번에 국회 문턱을 넘은 고향사랑기부금법은 시작에 불과하다. 도입 초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부족한 부분은 지속 발전시켜 나가길 기대한다. 한국사회 도시민들은 <오징어게임>의 오일남이다. 어릴 때 떠난 고향 산천을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에서 애틋하고 찡한 무언가가 올라온다. 목숨과 바꿀 수 있는 구슬을 친구에게 아낌없이 주던 오일남처럼, 행운의 박씨를 물고 흥부를 찾아온 제비처럼, 애정을 듬뿍 담아 ‘고향사랑기부금’을 선물해보자. 추억 속 나와 현재의 나는 영원한 깜부니까.

이번에 국회 문턱을 넘은 고향사랑기부금법은 시작에 불과하다. 도입 초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부족한 부분은 지속 발전시켜 나가길 기대한다. [사진=픽사베이]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병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icon최신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