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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애플도 못하는 통행료 받기... 농산물 유통에선 가능?감사원, 가락시장 독점적 경매방식 조사 착수... 농업인 판매채널 선택권 보장해야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나는 한국인이다.(I am a Korean)” 미국의 유명 모바일 게임회사 에픽게임즈의 시이오(CEO) 팀 스위니(Tim Sweeney)가 한 말이 화제가 되고 있다. 재산이 8조 원이나 되는 억만장자인 그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발언의 배경에는 얼마 전 개정된 ‘정보통신사업법’, 일명 ‘인앱(In App) 방지법‘이 있다. 대체 인앱은 뭐고, 그걸 방지한 법이 뭐길래 외국 게임회사 수장이 한국인이 되겠다는 선언한 것일까? 

인앱(In App)은 어플리케이션 안에 강제로 결제수단을 삽입하는 것을 말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화면에 떠 있는 여러 모양의 단추(아이콘)들을 누른다. 그게 응용프로그램,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이다. 줄여서 ‘앱’이라고 부른다. 카카오톡하기, 유튜브보기, 음식주문하기, 검색하기, 게임하기 등을 하기 위해서는 각종 앱을 스마트폰에 깔아야 한다. 그런데 이 앱이 스마트폰에서 구동하려면 운영체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 운영체제를 공급하는 회사는 게임 같은 유료 앱에 결제 수단을 심어 놓는다. 그러면 앱을 사용하는 사람이 돈을 얼마나 지불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자동으로 수금할 수도 있다. 앱을 다운로드 받는 ‘앱 마켓’만 확실히 지키고 있으면 앱을 만든 회사가 번 돈 일부가 운영체제 회사에 자동 상납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앱을 다운로드 받아야 한다. 앱 마켓을 독점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은 앱 안에 자사의 결제 수단을 강제로 심어 유료 사용료의 일부를 수수료로 떼어가는 사업방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문제는 앱 개발 회사에게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전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은 독과점 상태다. 인터넷분석업체 ‘스탯카운터’의 올해 4월 자료에 따르면, 구글이 72%, 애플이 27%를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앱을 개발한 기업이 콘텐츠를 팔수 있는 장터는 두 개 뿐이다. 구글은 게임 앱에만 30%의 수수료를 받아 왔는데 올해 10월부터는 모든 유료 앱으로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애플은 처음부터 모든 유료 앱에 수수료 30%를 받고 있다. 

지구상에서 앱을 통해 수익을 내려면 구글이나 애플에게 수익의 일부를 바쳐야 한다. 그게 싫으면 스마트폰을 이용한 장사는 못한다. 전세계 ‘앱 유통’의 생태계는 구글과 애플의 지배하게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것은 마치 골목길을 막아 놓고 지나가려면 통행세를 내라는 불량배들의 범죄 형태와 비슷하다. 

팀 스위니는 이런 독점 구조에 반기를 들었다. 작년 8월 에픽게임즈는 구글과 애플의 강제 결제 수단이 아닌 다른 결제 수단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동시에 게임 이용료를 20% 인하하면서 구글과 애플을 향해 수수료를 낮춰주면 해당 앱 마켓에서도 가격을 낮추겠다고 제안했다. 당연히 모바일 생태계의 수퍼 ‘갑’인 구글과 애플은 코웃음을 쳤다. 그러면서 3억 5천만 명이 즐기고 있는 ‘포트나이트’ 게임을 앱 마켓에서 삭제했다. 판매를 못하게 퇴출시켜 버린 것이다. 이에 에픽게임즈는 이들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며 소송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재판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구글과 애플 같은 IT 기업들의 독점적 앱 유통 행위를 제지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정치인들도 부랴부랴 빅테크 기업으로 불리는 대형 IT기업의 독점에 문제의식을 갖고 입법을 통해 제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미국 상원은 지난 8월 11일에서야 활성 이용자수 5천만 명을 초과하는 앱 마켓사업자의 인앱 결제 강제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음 ‘앱마켓 법(The Open App Markets Act)’을 발의했다. 전세계 IT 기업들의 본거지 미국의 현재 상황이다.

미국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픽사베이]

이런 와중에 대한민국 국회는 지난 8월 31일 세계 최초로 ‘대형 앱마켓 운영사의 인앱 금지’를 명문화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이번에 개정된 ‘정보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앱 마켓사업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 ▲모바일 콘텐츠 등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거나 ▲모바일 콘텐츠 등을 부당하게 삭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신설됐다. 아울러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앱 마켓 운영에 관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이날 팀 스위니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인앱 금지법 국회 통과 소식을 전했다. 동시에 “전세계 개발자들은 자랑스럽게 여기며 외쳐야 한다,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썼다. 이 법이 미국에서 시행됐었다면, 팀 스위니는 소송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구글과 애플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앱 개발자의 이익을 침해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인앱금지법은 세계 최초로 콘텐츠를 만들어 파는 앱 개발자의 사업방식 선택의 권리가 앱 마켓을 운영하는 대형 유통사의 이익과 동등하게 보장되어야 함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스마트폰 등 새로운 기술과 사업방식의 등장에 부응하지 못하는 제도를 손질해 궁극적으로 독과점의 피해를 막아 소비자 이익을 지키는 기초를 마련했다. 오랜만에 국회가 할 일을 했다는 칭찬을 받기에 충분하다.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장 [사진=국회 홈페이지]

한편, 농업계는 최근 감사원의 농식품부 감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6월 초 농식품부를 상대로 현장 조사를 진행했는데 주로 서울 가락동농수산물시장의 경매제도 운영 전반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감사는 전국양파생산자협회(앙파협회)가 지난해 12월에 감사원에 낸 공익감사 청구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양파협회는 “농식품부가 경쟁제한적 시장제도를 유지하고 시장개설자의 자치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기서 말한 시장개설자의 자치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은 2015년 서울시가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요청했는데 농식품부가 이를 승인하지 않았던 사실을 말한다. 현재 가락시장은 6개 도매법인들이 진행하는 경매방식을 통해 농산물이 거래된다. 일부 예외를 두어 경매 상장 예외를 허용하고 있지만 제한적이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농산물들은 일단 가락시장에 모여 경매를 거친 뒤 도매상과 소매상에게 유통된다. 1976년 처음 제정된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농안법)의 규정 때문이다. 

이 법은 공영도매시장의 수탁주체로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을 두고 있는데, 시장도매인 도입할 때는 반드시 농식품부 장관의 승인을 받게 되어 있다. 그런데 역대 농식품부 장관들은 이해당사자간 합의가 없으면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어렵다는 입장을 줄곧 고수해 왔다. 현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장도매인제는 경매를 거치지 않고 출하자(농민)과 시장도매인(도매상)이 직접 거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출하방식 다양화, 시장 내 혼잡 개선 등의 장점도 있으나, 매입가격 비공개 등 거래의 불투명성, 동일시장 내 두 제도 병행 시 경락가격 하락 등의 우려도 있다. 현재 전국 60개 도매시장에서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가락시장의 도입을 두고 농업계는 찬반 양측으로 나뉘었다. 국내 농산물의 54%는 공영도매시장을 통해 유통되는데 가락시장은 이중 34%를 맡고 있다. 명실공히 국내 최대 농산물도매시장이기에 찬성하는 측도 반대하는 측도 민감하다. 시행이 됐을 때의 장점과 부작용에 대한 시각이 서로 다르다.

서울 가락시장 전경 [사진=가락몰]

모든 제도는 완벽할 수는 없다. 제도를 바꾸면 어떤 이는 이익이고 어떤 이는 손해다.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됐다고 해서 농민이 갑자기 부자가 되는 건 아니다. 농산물 가격이 떨어져서 장바구니가 가벼워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불법행위가 아닌 이상 자유로운 거래를 막고 있는 현재의 제도는 불공정하다는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구글과 애플이 앱 마켓을 장악해 강제로 수수료를 징수하는 것과 유사하다. 우리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공익에 부합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농안법이 만들어졌던 1976년에는 인터넷도, 온라인쇼핑몰도, 라이브방송도 없었다. 제도는 기술과 사업 환경의 변화를 앞서가지는 못해도 최소한 쫓아가긴 해야 한다. 전국의 농산물이 서울 가락시장에 모였다가 다시 지방으로 분배되는 현재의 유통 방식은 자원의 낭비다. 게다가 6개 도매법인들이 경매를 도맡으며 사실상 독과점 구조를 만들어 수수료를 받는 사업방식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가능한 일인지 돌아볼 일이다. 우리는 천하의 구글과 애플도 ‘통행료 받기’식의 사업을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지 않은가?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면 출하가격이 떨어져 판매규모가 작은 소농들에게 피해가 집중될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하지만 가락시장에서 경매제를 36년 동안 운영한 결과가 고작 연간 농업소득 1천만 원이냐라는 반문을 한다면, 할 말이 별로 없다. 제도를 바꾼다고 농산물 판매가격이 오르거나 농민 소득이 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출하자의 유통채널 선택에 자유를 주고 그와 별도로 보다 근본적인 농가 소득 안정 대책을 세워야 옳다. 이해당사자 간 합의를 전제로 사실상 뒷짐을 지고 있는 농정 당국의 안이한 태도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 따라 국내 농산물 유통의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농업계는 감사원의 엄정한 조사와 합리적 판단 및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 국회는 세계 최초로 구글과 애플이라는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점적 거래 관행에 제동을 건 법률을 제정했다. 이로 인해 전세계 개발자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이번 가을 정기 국회에서 농산물 유통의 적폐를 끊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농안법 개정이 논의되길 기대한다. 독과점의 폐해는 농업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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