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잘 알다시피 식품과 의약품 전반에 걸쳐 무소불위의 힘을 지닌 곳 아닌가? 관련 분야에서는 타 부처나 정부기관에도 깐깐하기 그지없다는 평가를 받는 식약처가 최근 기강 해이 문제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슬쩍만 훑어봐도 보통 일은 아니다. 

그런데 식약처는 바깥에는 엄정하고 내부의 일은 솜방망이 처분을 하는 곳인가? 그러고도 식품과 의약품 전반에 걸쳐 그런 막강한 힘을 지닐 자격이 있는 것인가? 식약처 스스로 공정 또는 엄정한 잣대라는 말을 깊이깊이 되새겨볼 때다.

기강해이, 성희롱에서부터 갑질에 이르는 식약처 직원들의 비위 사실은 지난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조명희 의원(국민의힘)이 식약처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서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올해만 식약처 내에서 성희롱과 음주운전 등으로 적발된 직원이 7명이나 된다. 실제 징계를 받은 이도 4명이다.

적발된 식약처 직원들의 비위 사실은 나열하기에도 낯부끄럽다. 부하 직원에 대한 성희롱, 갑질, (주차요금 아끼기 위해) 인근 아파트 주민차량 번호판 사진 도용 부착, 자동차관리법 위반, 음주운전, 음주측정 거부 등이 식약처 직원들의 비위 내용들이다. 가지가지다. 이밖에도 언론사와 응대시 발언 물의, 재물손괴 및 상해, 행정처분 지연 등도 포함돼 있다. 비위의 종합선물 세트 같다.

이를 자료요구와 검토로 밝혀낸 조명희 의원은 “(식약처) 공직자들의 기강 감시 시스템이 멈춰버린 게 아닌가?” 라고 질타하며 “공직 기강을 전면 재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식약처는 최근 그 전문성을 의심받는 등 공직기강을 제외한 업무능력 면에서도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기도 하다. 식약처의 전문성 문제는 그 동안 국정감사를 비롯해 ‘인보사’ 사태(코오롱 티슈진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등에서도 여러 차례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또한 식약처는 ‘심사자 자격증 제도’의 도입 문제를 놓고 내외적으로 전문성에 대한 시험대에 올라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게다가 식약처 산하 공공기관 4곳 중 3곳에 식약처 퇴직공무원이 기관장으로 임용돼 '낙하산 인사'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 19로 가뜩이나 건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마당에 의약품과 식품 전반을 관장하는 식약처 공무원들의 기강해이는 씁쓸함을 넘어서 참담하다. ‘내로남불’이 공무원 사회 전반에 걸쳐 퍼져있는 건 아닌지, 이번 식약처 직원들의 비위사실을 통해 엄정하게 점검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 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자정과 쇄신을 기대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