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밀과 빵을 주식으로 하는 서구인들 중 약 5%가 셀리악병 환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셀리악병은 장 내 영양분 흡수를 저해하는 글루텐에 대한 감수성이 증가해서 나타나는 알레르기 질환이다. 치료방법은 바로 글루텐 함유 음식을 중단하는 것. 글루텐만 끊으면 2~3주 정도 만에 증상이 호전되고 몇 개월 안에 장의 염증도 치료된다.

몇 해 전엔 ‘밀가루 똥배’라는 책이 출간돼 너도 나도 ‘글루텐 프리’ 대열에 합류하는 바람이 불었다.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에서도 지난 2018년 밀가루 가공제품을 먹고서 속이 불편하고 소화도 잘 안 된다는 사람들을 위해 세계 최초의 밀 품종 ‘오프리’를 개발해 선보이기도 했다. 농진청이 전북대학교, 미국 농무성 등과 함께 세계에서 제일 먼저 개발해내 국내외 특허까지 출원해서 화제가 됐다.

최근엔 이런 소식도 있다. 국내에서 ‘글루텐 프리’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 이로써 쌀 가공식품 산업이 보다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소식.

최근 (사)한국쌀가공식품협회는 ‘글루텐 프리 식품 단체표준(이하 단체표준)’을 한국표준협회에 등록했다. 쌀가공식품협회가 앞장섬으로써 대표적인 글루텐 프리 식품인 쌀 가공식품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1200여 개 회원사들의 뜻을 모은 것이라고 한국쌀가공식품협회는 밝혔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글루텐 프리의 세계시장 규모는 2024년까지 약 70억 달러(한화 약 8조 원). 2025년까지 연간 9.5%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큰 시장을 목전에 두고 국내에서는 글루텐 프리 식품에 대한 명확한 기준 및 인증제도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세계 글루텐 프리 식품 시장 수요에 대응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 관계자는 “올해 글루텐 프리 인증을 받을 수 있게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내년에는 해외에서 국내 글루텐 프리 인증이 동등하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북미, 유럽의 인증기관과 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한, “특히 국내 쌀 가공식품의 수출경쟁력이 향상되며, 글루텐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권익이 보호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래떡 데이(11월 11일)나 쌀소비 진작을 위한 숱한 쌀 관련 행사들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소비자들이 ‘글루텐 프리’라는 건강 키워드에 반응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아닐까 싶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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