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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대신에 ‘소비기한’... 부작용 없을까?낙농업계 강력 반대, 소비자 안전 우려... 우유 법정냉장온도 준수율 7~80% 수준

[한국영농신문 김찬래 기자]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대체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달 17일 식품의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식품 등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 대표발의) 이 통과됐다. 오는 2023년 1월부터는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표시제도가 식품에 적용된다.

그러자 낙농업계가 벌집 쑤신 듯 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소비기한 도입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우유의 특성과 국내 냉장관리 여건을 모르는 처사라며 반발했다. 소비기한이 도입되면 소비자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실제로 유통매장에서의 법적냉장온도(0∼10℃) 준수율이 70~80% 밖에 되지 않는다는 통계도 제시했다. 그러다보니 가정에서 우유를 소비할 때는 매장보다도 변질할 여지가 많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쉽게 말해 빨리빨리 소비하지 않으면 안되는 게 바로 우유라는 뜻이자 주장인 셈.

낙농업계는 또 유통기한이 12주인 국산 멸균유보다 유통기한이 1년인 멸균유 수입이 급증하는 추세라서 국산 흰우유의 시장잠식까지도 걱정된다고 했다. 실제로 멸균유 수입은 지난 2017년 3440톤에서 2020년 1만 1476톤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소비기한 제도 도입이 국내 낙농산업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는 낙농업계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반면 소비자기후행동,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사)자원순환사회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4개 단체는 소비기한표시제를 즉각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소비자기후행동은 환경부 자료를 인용해 "2019년 세계농업기구(FAO)가 발표한 한 해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13억 톤. 우리나라도 생활폐기물의 약 30%가 음식물 쓰레기다. 우리나라는 한 해 평균 식품 폐기비용으로 약 1조 5천억 원 넘게 쓰인다. 미국, 유럽, 호주 등에서도 이미 도입한 소비기한표시제를 우리도 빨리 시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렇듯 찬반이 팽팽하게 맞선다면 소비기한이란 게 뭔지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소비기한이란 소비자가 식품을 먹어도 문제가 없는 최종기한을 뜻하는데, 유통기한이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유통·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이라는 점과는 다르다. 유통기한이 생산자 위주의 관점이라면 소비기한은 소비자 중심의 관점이자 제도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유통기한을 식품의 폐기시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금까지 수십년 넘게 그래왔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은 식품을 먹을 수 있는 가용기간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게 사실. 예를 들면, 식용유는 유통기한이 2년이고 소비기한은 5년이다. 앞서 찬반이 팽팽한 우유의 경우는 유통기한은 10일이지만 소비기한은 50일이다. 통조림의 경우는 유통기한이 5년, 소비기한이 10년이다. 즉 유통기한이 한참 지나도 소비기한이라는 걸 따른다면 식품을 먹을 수 있는 기간이 엄청나게 늘어나게 되고 식품 폐기물이 줄어드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실제로 유통기한이 지난 다음에 식빵의 경우는 약 20일까지도 먹을 수 있고, 유통기한이 지난 계란도 약 25일이 지날 때까지는 먹어도 된다. 두부는 유통기한이 지나고서도 약 석 달(90일)안에만 먹으면 이상이 없다. 이렇듯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은 큰 차이가 있는 제도다.

그렇다면 누가 옳고 뭐가 바른 걸까? 여기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제도의 적용으로 인한 효율의 극대화일 것이다. 효율이 높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만 생긴다면 특정 분야에 대한 법적용은 ‘숙려기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낙농단체들의 목소리가 바로 그 점을 조준하고 있다는 것을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약처는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낙농업계는 소비기한제도를 시행하지 말자는 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닌 것이다. 

김찬래 기자  kcl@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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