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행정의 목적은 뭘까? 행정=규제라는 인식이 일반적인 게 사실이다. 뭔가를 못하게 하고 귀찮게 하는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공공의 선을 위해 불가피하게 행하는 규제도 필요할 때가 있다. 그때도 행정당국은 일방적이거나 권위적인 느낌을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행정력의 대상이 되는 국민들은 더 이상 통치의 대상이 아니다. 공동체를 함께 이끌어가는 주체이다. 그래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관은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 말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태도와 자세가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 최근 '적극 행정'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이유다. 

코로나 19로 사람과 동식물의 국내 유입에 대한 우려가 크다. 그래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달려 있는 검역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어찌보면, 딱딱하고 엄정하기만 할 것 같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주무부서다. 우리나라에 해가 되는 걸 차단하는게 주 업무지만, 수출 상대국의 검역 문턱을 낮추는 적극 행정도 보여주고 있다. 최근 풋고추의 호주 수출 성사의 숨은 주역이기도 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박봉균 본부장이 말하는 적극 행정은 뭘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동시에 농가를 도와 수출길을 여는 일 모두 그와 검역본부의 몫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박봉균 본부장

- 농림축산검역본부가 하는 일을 쉽게 설명해달라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국가표준 방역·방제·검역 전문기관이다. ICT 기반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첨단 가축방역 및 식물병해충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위험도 분석을 통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국경검역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정책·현장 밀착형 연구 기술 개발과 범부처 간 연구 성과 공유 확대로 세계 각국의 연구기관과 협력을 강화하여 글로벌경쟁력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급증하는 국제교역과 기후 변화에 따라 방역·방제와 검역은 모든 국가의 생물학적 안보를 지키는 국력의 핵심이 됐다. 동식물에 잠재된 어떤 위험도 국민의 삶을 위협하지 않도록 우리나라 생물학적 국경을 지켜, 국민을 안전하게, 생산자가 풍요롭게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 한국형 구제역 백신 생산이 궁금해진다.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상용화 일정 및 향후 효과에 대해 설명한다면?

현재 구제역백신 국산화 연구는 2019년에 시험생산규모(100L)의 제조공정 기술을 확립했다. 2021년 현재 16종의 종자바이러스 개발을 완료하여 국산화에 따른 원천기술 확보 및 기술고도화를 추진중에 있다. 또한, 종자바이러스 2종 및 부유세포주인 'BHK-21'에 대하여 국가 지정 민간 백신제조 업체인 ㈜FVC와 2020년 4월에 통상실시권 계약을 맺고 기술이전을 했다. 현재 ㈜FVC와 공동으로 구제역 백신 시제품 생산와 평가를 추진 중이다.

민간분야 구제역백신 제조시설 구축사업은 2022년에 생산시설 설비를 마치고, 2023년 시설 검증과 인증을 거쳐 2024년 말에 상업용 백신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민간분야에서 정상적으로 사업추진이 이루어진다면 고품질의 구제역백신 생산 및 국내 백신 시장의 상당 부분을 국산 백신으로 대체하고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호주로 우리나라 풋고추를 수출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이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최신 보도자료 항목에 들어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설명해달라.

포도, 딸기와 같은 생과실 또는 일부 신선 농산물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수입국가에서 각 품목에 대한 병해충 위험분석을 한다. 위험분석에 소요되는 시간은 국가와 품목별로 다르지만 수 년에서 십 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특히, 호주는 세계에서 검역이 제일 엄격한 국가로 알려져 있으며, 자국의 농업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생과실 수입에 대해 신중한 위험분석을 실시한다. 2009년 한국과 호주는 한국산 파프리카의 호주 수출 협상을 완료하여, 국산 파프리카는 호주로 수출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올해 2월 초에 한국산 청양고추를 호주에 수출할 수 있는지 확인을 요청하는 민원이 있었다. 검역본부의 호주 수출 담당 주무관이 청양고추와 파프리카의 학명이 같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즉시 호주 검역당국에 한국산 파프리카 수출요건을 적용하여 생산한 청양고추를 포함한 풋고추를 호주에 수출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청양고추나 아삭이고추 등 풋고추가 파프리카와 학명, 가해하는 병해충이 같다는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일을 추진한 것이다. 우리 측 요청에 대해 호주 검역 당국은 파프리카를 포함한 한국산 풋고추에 대해 수입을 허용하였고, 이례적으로 짧은 약 2개월의 위험분석 기간만으로 수출을 이루어낸 사례다.

-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현재 세계적 발생상황은 어떠한가?

아시아 지역의 ASF는 현재 진행형으로 그동안 발생국들은 상재화의 길을 걷고 있다. 2018년 8월 중국의 첫 ASF 발생 이후, 2019년 아시아 11개국 9692건으로 급격히 확산했다가 2020년은 7개국 668건으로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2021년에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발생보고가 증가하여, 5월 현재 홍콩을 제외한 5개국에서 이미 1754건이나 발생해 작년 동기 대비 500% 이상 발생 증가를 보이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올해 3월 ASF가 최초로 발생하는 등 아시아 지역 전반적으로 ASF의 발생이 증가하는 추세다. 

유럽도 사육 및 야생멧돼지 ASF 발생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2021년 5월 현재 7개국 3911건의 발생 보고가 있으며 2020년 동기 대비 약 111.7%로 지속적으로 발생이 유지되고 있다. 특히 헝가리, 루마니아,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발생이 지속되고 있다. 루마니아의 경우 전업농이 아닌 소규모 사육 돼지 개체수가 유럽국가들 중 제일 많아 높은 차단방역 수준을 기대하기 어려워 사육돼지에서의 ASF 발생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EU 보고서에 따르면, 루마니아 사육돼지 농가 중 99%는 10두 이하의 돼지만 사육하고, 이러한 소규모 농가의 사육돼지가 국가 총 돼지 두수의 절반을 차지한다. 또한 독일 식품농업소비자보호부(BMEL)의 발표에 따르면, 아직 사육 돼지의 ASF 발생은 없지만 2020년 9월 이후 현재까지 야생멧돼지의 누적 발생건수는 1400건을 돌파하고 있다.

- 반려견이 급증하고 있다. 광견병에 대한 홍보 및 예방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대한 검역본부의 입장은 ?

2013년부터 국내에서는 광견병이 발생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야생동물로부터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하여 2000년 이후로 야생너구리에 대하여 광견병 미끼백신을 살포하고 있다. 또한, 봄·가을을 광견병 백신 접종 기간으로 설정하여 시·군의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예방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검역본부도 광견병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전문지와 국내·외 학술지에 지속적으로 발표하여 홍보하고 있다.

- 식물검역에 대한 질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수입이 금지된 식물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달라. 외국과 분쟁사례는 없나?

우리 검역본부는 국제식물검역기준(ISPM) 및 「식물방역법」에 따라 국내 유입될 경우 우리나라 농업과 자연환경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금지병해충 등의 국내 유입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동 병해충에 감염될 수 있는 기주식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수입금지 조치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외국의 유해한 병해충으로부터 자국의 농업과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행해지는 조치다. 아직 이같은 조치로 인한 외국과의 분쟁사례는 없다.

- 끝으로 검역본부장으로서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허심탄회하게 해달라.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 및 과수화상병 등 사회재난형 질병 예방을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뿐 아니라 농장주 및 국민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라는 슬로건처럼 각 농장에서는 소독, 장화 갈아 신기, 울타리 관리와 차량과 시설 소독 등 기본적인 방역 활동에 더욱 힘써주기를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 또한, 일반 국민의 해외 직구를 통해 물건을 사실 때 검역 증명서 첨부, 검역 기관 신고 등 동식물 유의사항을 꼭 지켜주시길 바란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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