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우리나라 떡볶이는 동남아시아에서만 인기 있는 게 아니다. 호주에서도 한국 떡볶이가 잘 팔려나간다. 코트라 호주 멜버른 무역관의 자료를 보면 그렇다. 

호주에서 인기 있는 해외 음식은 이탈리아·중국·태국 순이었으나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 일본, 베트남 음식이 각광받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호주에서는 응답자의 76%는 한식을 매우 인기있는 음식으로 꼽았다. 음식점 리뷰 사이트 사용자 검색 순위에서도 한식이 중식, 일식에 이어 3위에 오르는 등 호주에서 한식에 대한 관심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

◇ 동남아에 이어 호주에서도 인기 급상승중인 떡볶이...인기 비결은 현지화

호주에서는 백종원본가, 새마을식당, 한신포차, 서래갈매기 등의 한국 브랜드와 네네치킨, 페리카나치킨, 한국식 BBQ 등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 진출이 활발했다.

최근에는 간편하게 먹고 포장, 배달이 용이한 한국의 분식, 길거리 음식이 대세라는 게 코트라 호주 멜버른 무역관의 분석이다. 2019년 멜버른에 첫 매장을 연 뒤 계속해서 올해까지 2호점, 3호점을 연 호주 신전떡볶이의 현지화 성공비결은 뭘까? 한국인 창업자의 대답은 명확하다.

첫째, 호주는 영어권 국가 중 중국,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계 이민자 비율이 높아 한국의 음식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매우 호의적. 매장을 찾은 현지 고객들은 이미 SNS, 유튜브 등을 통해 떡볶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둘째, 호주 멜버른은 넓은 도시다. 배달시간이 오래 걸려 완전 조리된 메뉴로 판매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밀키트 형식으로 재료와 소스를 따로 포장해서 미리 선주문을 받아 지정된 요일에 직접 배달했다.

셋째, 호주 현지인들은 다양한 재료를 맛보기를 원했다. 떡에 7가지 토핑 중 선택할 수 있게 메뉴에 변화를 주었더니 인기가 급상승했다. 넷째, 떡볶이와 같은 길거리 음식의 경우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SNS 마케팅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 가게는 멜버른 소재 한식당 중에서는 가장 팔로워 수가 많다. 메뉴를 추가할 때도 이를 동영상으로 공유해 큰 호응을 얻는다.

김치는 전 세계인들의 뇌리에 건강식이라고 각인되어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는 외국의 연구결과도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농촌진흥청]

◇ 김치가 겪어낸 국내외의 도전, 글로벌푸드 반열에 오르기 위한 과정?

김치가 슈퍼푸드 반열에 오른 건 이미 세계인이 다 아는 사실이다. 미국심장협회에 따르면 ‘슈퍼푸드’라고 부를 수 있는 공식적인 기준은 없지만, 영양가 높고 건강에도 좋은 음식이 슈퍼푸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의견이다. 김치는 전 세계인들의 뇌리에 건강식이라고 각인되어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는 외국의 연구결과도 화제가 되고 있다.

세계인들은 이미 김치를 여러 가지 형식으로 다양하게 먹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전통음식 케사디야에 김치를 넣은 ‘김치 케사디야’가, 아르헨티나에서는 구운소시지를 빵에 끼운 음식인 초리판과 함께 먹는 김치가 소개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영국 배우 귀네스 팰트로는 자신이 코로나 19에 걸렸지만 김치를 먹으며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는 말을 해서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귀네스 팰트로 덕분에 영국 슈퍼마켓 매장에 김치코너가 생겨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김치맛 아이스크림도 싱가포르에선 잘 팔리고 있고, 김치맛 감자칩도 동남아에선 인기다. 미국에서는 음식에 뿌려먹는 김치시즈닝이 인기가 높다. 이미 전 세계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다양한 방법으로 김치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중국은 자국의 파오차이와 김치를 같은 것이라는 식으로 물타기를 하면서 김치를 중국 것이라고 호도하고 있다. 공식 비공식 채널을 통해 상당히 강한 압력으로 세계인들의 시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우리는 우리대로 김치의 품질과 원조국임을 앞세워 홍보전을 벌이고 있지만, 중국 네티즌들의 반발을 보면 이는 이미 감정싸움을 넘어선 느낌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김치가 글로벌 푸드 반열에 오르는 중이라고 분석한다. 과거 일본이 기무치 라는 이름으로 한국 김치에 도전했던 점을 상기해보면 이런 저런 몸살(?)이 1~20년 넘게 지속되면서 김치는 점점 세계적인 글로벌 푸드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인기 높은 떡볶이가 우리나라 안에서는 의견일치가 되지 않고 불협화음이 터져 나온다. 떡볶이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앞세워 시장에 진출하려는 대기업과 이를 막으려는 중소기업 사이의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 떡볶이 시장의 대기업 진출...이를 저지하려는 중소기업의 분투

그렇다면 우리 떡볶이도 글로벌 푸드가 되어가는 중일까? 세계적인 인기를 놓고 보면 우리 떡볶이도 김치가 세계 진출 초반에 누렸던 인기를 뛰어넘는다 하겠다. 불고기, 김치, 비빔밥, 갈비 를 넘어 떡볶이도 전 세계인들이 알고 먹고 싶어하는 K푸드가 된 것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렇듯 인기 높은 떡볶이가 우리나라 안에서는 의견일치가 되지 않고 불협화음이 터져 나온다. 떡볶이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앞세워 시장에 진출하려는 대기업과 이를 막으려는 중소기업 사이의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단 1300억원 규모의 국내 떡볶이 시장을 제패하고 글로벌 푸드 시장에서 그 열 배 백 배 이상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대기업과 국내시장에서라도 점유율을 확보해 안위를 보장받으려는 중소기업 간의 혈투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떡볶이가 지난해 말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됐기 때문에 불거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 CJ, 대상, 풀무원, 동원, 신세계푸드, 아워홈 등 식품 대기업들이 떡볶이를 직접 만들면서 시장진출을 하려던 것을 소상공인, 중소기업이 나서서 저지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들은 떡볶이를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힘이 약한 소상공인들을 보호해 줄 것을 요구하며 강력하게 반발중이다.

급기야 지난 4월 24일 중소영세기업으로 구성된 한국쌀가공식품협회와 소상공인연합회는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떡볶이 시장, 대기업 진출 괜찮은가’를 주제로 떡볶이 소상공인 보호‧육성 방안 마련을 위한 좌담회까지 열었다. 하지만 사실은 대기업의 시장진출을 성토하는 자리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 50여 중소 떡볶이 제조업체 대표들은 '대기업 떡볶이 시장 진출 NO!"라고 구호를 외치며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쌀가공식품협회 측은 떡볶이와 떡국용 떡류 시장은 2013년 568억원 규모이던 것이 2019년에는 1274억원으로 2.3배 성장했고, 떡볶이 수출은 연평균 30% 증가율을 보이면서 지난해 2020년 5376만 달러까지 늘어났다고 밝혔다. 아울러 소상공인의 업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대기업의 직접 제조를 제한하는 생계형적합업종 지정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기업측은 “떡집이나 방앗간 등 소상공인이 생산한 떡국떡이나 떡볶이떡 등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대기업이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를 통해서 상품화한 급속 냉동떡이나 치즈 떡볶이떡과 같은 새로운 개념의 떡은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서 제외함이 바람직하다.”고 반론을 내세운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솔로몬은 농식품부에 있을까, 코트라에 있을까 아니면 방앗간에 있을까? 궁금할 따름이다. 참고로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은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에 의해 대기업이 진출하는 것이 금지, 제한되는 업종을 말한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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