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해 ‘도시농업 활성화 5개년 종합계획’ (2020~2024)을 발표했다. 5년간 총 2514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시 양천구 자투리텃밭 조성 현장. '양천1, 2 마당텃밭' [사진=서울시 도시농부 사이트]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서울농부 포털’이라는 사이트가 있다. 서울특별시 경제정책실 도시농업과에서 운영하고 있다. 도시텃밭 가꾸기에서 시작해 도시 치유농장, 버섯 기르기, 성북수경재배네트워크(성수네) 등의 농업단체 소개까지 제법 오롯한 모양새를 갖춘 도시농업 관련 정보망이다. 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도시농부 100만 명 시대를 예견해 운영해온 것. 물론 시민들의 호응과 성과는 그리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오히려 너무 형식만 갖춘 거라는 지적도 많았다.

최근 서울시 도시농업이 긴장하고 있다. 벌벌 떨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신임 오세훈 시장이 태양광 미니 발전소 사업과 도시농업 사업 등을 보류·폐기할 것이라는 말이 언론에 기정사실인 것처럼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겠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이해한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이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확산하는 정책을 펴기를 진심으로 권하고 싶다. 도시농업, 아니 농업은 전임 시장의 흔적지우기 대상이어서는 절대로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도시농업이란 말은 아직 우리에게 낯설다. 노인들이 소일하는 텃밭공간 정도로 인식되는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런데 서울을 비롯한 지자체의 농업지원센터는 의외로 하는 일이 무척 많다. 도시 한 가운데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가꿀 수 있을 뿐 아니라, 여성 구직자나 베이비부머들의 자격증 취득 통로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도시농업관리사, 조경기능사, 화훼기능사 등이 있다. 시골 농장, 학교 텃밭, 요양원 등에서 파생되는 일자리까지 감안하면 도시농업 연관 일자리 생성은 무척이나 튼실하고 촘촘하다.

더구나 베이비부머의 숫자는 약 8백만, 그 중 시골에서 태어나 수도권에 거주하는 베이비부머 숫자만 약 4백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죽하면 베이비 부머들의 귀향과 농촌관련 업무 종사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저서(마강래 저,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까지 나와 있겠는가.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은 바로 이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4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까지 폭넓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는 베이비부머가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가 바로 ‘농업’ 그 중에서도 ‘귀농, 귀촌, 도시농업’ 등이라는 걸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엔 삶의 절반은 도시에서, 나머지 절반은 농촌에서 살아가는 라이프스타일을 뜻하는 ‘반농반도’라는 말도 유행이다. (‘반농반X’ 라고도 한다)

그래서 서울시는 지난해 ‘도시농업 활성화 5개년 종합계획’ (2020~2024)을 발표했다. 3가지 분야로 나눠 27개 사업으로 추진하는데, 3대 분야는 ▲공간확보, ▲시민참여 확대, ▲사회적 가치 확대 등이다. 향후 5년 간 베이비부머 세대 75만 명이 은퇴를 앞두고 있고 시민 10명 중 6명 이상(63.4%)이 도시농업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근거 역시 공표된 바 있다. 5년간 총 2514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를 보면 도시농업 참여자 숫자는 2017년 기준 약 190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베란다나 건물 계단의 양지바른 곳에 플라스틱 박스를 놓고 대파나 토마토를 기르는 사람들까지 포함한다면 통계에 잡히는 도시농부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날 수도 있다. 서울시가 도시농업을 계속 지원할 이유는 이 정도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오세훈 시장의 미래는 어쩌면 ‘귀농, 귀촌, 도시농업, 베이비부머, 반농반도’ 등의 키워드에 의해 좌우될 지도 모른다. 대통령과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서울시장의 안목과 철학이 그 정도는 되어야하지 않겠는가? 눈여겨 볼 일이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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