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탄소제로, 탄소중립, 탄소혁명 등 탄소라는 단어가 들어간 신조어들이 난무한다. 미세먼지 저감 이라는 말도 비슷한 빈도로 언론에 등장한다. 하지만 정작 미세먼지나 탄소라는 게 어떻게 우리 주변에서 흡수, 정화되는지 그 원리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나무를 많이 심으면 공기가 맑아지는 원리 역시 마찬가지. 흔히 말하는 공기정화 식물의 정화 원리는 먼지나 유해물질이 식물의 잎에 달라붙어 있다가 비나 물에 씻겨 내려가거나 , 잎의 기공으로 흡수되어 뿌리로 내려가 토양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산에 있는 나무와 도심의 가로수가 각각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다르다고 지적한다. 즉 가로수는 산림에 비해 이산화탄소 저감기능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 그러므로 가로수는 그저 미관이나 풍광을 중시하는 쪽으로 선별해 심으면 좋다는 것. 실제로 도심 공원의 이산화탄소 제고 효과는 산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개발연구원 연구팀의 연구결과다.

하지만 가로수의 종류와 나무를 심는 밀도에 신경을 쓰면 단위면적당 탄소저장량을 무려 4배 이상 늘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튤립나무, 양버즘나무, 메타세쿼이아 등 탄소저장량과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큰 나무들 위주로 도심 가로수종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 요즘 가로수의 대세로 꼽히는 이팝나무만 심지 말고 탄소 저장 및 흡수까지 고려하자는 제언인 셈이다.

대기오염을 막고 줄이는 가로수 또는 도심 나무식재와 관련한 제안은 더 있다. 무조건 가로수 심는 숫자만 늘리는 게 최선은 아니라는 것. 키 작은 생울타리를 늘리는 게 대기오염을 막는데 더 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영국의 서리대학교 연구팀은 고층 빌딩이 밀집한 도심에서는 나무에 비해 생울타리가 오염물질을 더 잘 흡수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키 큰 나무는 그늘을 제공해주고, 생울타리는 오염물질 흡수를 더 많이 책임진다는 일종의 분업 논리다.

빌 게이츠 회장은 우리 인류가 30년 내에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적도지역이 우선 사람이 살지 못하는 곳이 되고, 이후엔 차차 가뭄 등 기상이변으로 농업 생산성이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진은 순천만 갯벌 전경

◇ 가로수도 가려 심어야...탄소중립 위한 노력, 선택과 집중 필요

올해 초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세계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 즉 0으로 만들지 못하면 비참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빌 게이츠 회장은 우리 인류가 30년 내에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적도지역이 우선 사람이 살지 못하는 곳이 되고, 이후엔 차차 가뭄 등 기상이변으로 농업 생산성이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빌 게이츠 회장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전 세계 농업계는 탄소중립, 탄소혁명을 준비중에 있다.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실질적인 온길가스 배출을 제로화하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바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탄소중립을 위한 10년 로드맵을 2021년 상반기에 완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농촌진흥청에도 탄소중립 관련부서를 신설할 계획도 발표했다. 지자체들도 탄소중립을 위한 준비에 분주하다.

지난 2017년 전남대 연구팀의 연구결과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남대 연구팀이 식물의 광합성 작용에 의해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토양 속으로 빨아들이는 기술을 개발했던 것. 전남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최우정 김한용 윤광식 교수 연구팀이 논 토양의 탄소 저장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신기술에 대한 연구결과를 국제적 권위의 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전남대 연구팀에 따르면 토양의 탄소저장량을 증가시키면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는 탄소배출권 할당 및 거래제 시행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착해 침전시킬 수 있는 '무기토양개량제'를 논에 투입했을 때 탄소염 형성에 의해 토양의 탄소저장량이 최대 30%까지 증가한다는 것을 최초로 확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논에서 벼농사만 짓는 것이 아니라 탄소농사를 지음으로써 환경과 국가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남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최우정 김한용 윤광식 교수 연구팀이 논 토양의 탄소 저장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신기술에 대한 연구결과를 국제적 권위의 학술지에 발표했다.

그런가하면 블루카본(Blue Carbon)이란 말도 자주 등장한다. 이는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맹그로브숲 등의 해안생태계를 말한다. 열대우림과 침엽수림 같은 그린카본(Green Carbon)에 비해 면적은 작지만 바다로 흡수되는 탄소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효율적인 게 블루카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다.

현재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블루카본은 맹그로브숲, 염습지, 잘피림 등 3가지다. 특히 블루카본은 비용 대비 온실가스 흡수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 때문에 세계 각국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식물의 광합성보다도 훨씬 빠르게 이산화탄소를 저장해내는 능력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열대우림, 침엽수림 보다도 블루카본이 탄소 흡수 속도 면에서 약 50배 정도 빠르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국내 연구결과로도 확인됐다.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꼽히는 국내 갯벌이 해마다 승용차 20만대가 내뿜는 분량에 맞먹는 48만 여 톤의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는 30년 된 소나무 약 7천 3백만 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비슷하다. 이는 해양환경공단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서울대·부산대 연구팀 등 10개 기관이 2017년부터 4년간 진행한 ‘국가 블루카본 정보시스템 구축 및 평가관리기술 개발’ 공동연구 결과다.

이번 연구는 국내 갯벌이 탄소저장고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우리 해양수산부에서는 바다숲 조성사업도 한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해 오는 2030년까지 5만 4천 ha(서울시 면적의 약 90%)의 바다숲을 조성하고 있다. 미역이나 모자반 같은 해조류 씨를 바다에 뿌려서 숲처럼 가꿔나가고 있는 것이다. 김이나 미역, 다시마 같은 해조류가 지구를 지키는 방패라는 인식에서다.

실제로 해조류는 광합성 작용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연안 해조류는 ㎢당 연간 8만 3천 톤의 탄소를 흡수한다. 육지 숲이 약 3만 톤의 탄소를 흡수하는 것에 비해 무려 3배 가까이 효과가 높다. 국내 연안에 서식중인 해조류가 단풍나무보다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3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바다숲 조성사업도 한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해 오는 2030년까지 5만 4천 ha(의 바다숲을 조성하고 있다. 미역이나 모자반 같은 해조류 씨를 바다에 뿌려서 숲처럼 가꿔나가고 있는 것이다.

◇ 세계는 지금 탄소중립 시대 ...논농사와 습지 보전이 1등공신 될 수도

우리 정부가 지난 4월 13일 탄소중립을 위한 전 부처별 업무협약을 맺었다. 교육부와 환경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산림청, 기상청은 4월 13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업무협약식을 열고 학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6개 관계부처가 나선 것이다.

이번 업무협약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다. 특히 미래세대에게 기후위기·환경생태 교육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환경위기 이해→ 해결→ 실천이라는 과정의 선순환을 학생들에게 경험하게 하자는 의미다.

주요 내용으로는 ▲기후위기 대응 및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환경교육 개선, ▲학생·학부모·교원 대상 프로그램 개발·보급, 체험관·과학관 등 활용 환경생태 관련 체험교육, ▲탄소중립 시범·중점학교’ 운영 등이 포함됐다.

2021년,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이 학교를 비롯해 전 국가적인 변화의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가로수, 갯벌, 해조류, 습지 등등 어디를 둘러봐도 탄소중립과 환경보호라는 의미가 떠오르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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