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대학생들 또는 젊은이들이 아르바이트를 위해 대거 농촌으로 간다면 우리 농촌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손 부족이란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는 것일까? 마을 소멸이라는 말도 금세 사라져버리는 걸까? 빈집이 늘어 문제라는데 그런 것도 다 해결될까?

질문에 답하듯, 강원도에선 부족한 농촌 일손을 돕기 위해 대학생들이 농촌 현장에서 활약하게 된다. 대학생 농촌인력지원단이다. 강원대, 한림대, 가톨릭관동대의 희망 대학생 두 세명이 하나의 팀을 만들어서 무급 또는 유급으로 일한다. 무급봉사는 학교별 사회봉사 활동 학점 인정 조건에 따라 학점으로 연계 가능한 점이 대학생들에겐 메리트다. 유급 근로는 농촌인력중개센터를 통해 신청 가능하다. 강원도 관계자는 지역사회와 대학교, 학생이 상생하는 좋은 제도로 정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방소멸위험지수' 조사에서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05곳이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이 중 강원도는 특히 관내 지자체의 70%가 인구소멸위기지역인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양양, 홍천, 영월의 시골 분교 4곳이 2020학년도를 마지막으로 폐교한 바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방소멸위험지수' 조사에서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05곳이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사진=픽사베이]

◇ 농촌으로 가는 대학생들...농촌 일손 돕기와 학점 연계해 제도 활성화

일본에서는 ‘보라바이토(혹은 보라바이타)’라는 말이 유행이다. 보라바이토는 일손이 부족한 일본 농촌 전역을 돌아다니며 노동력을 제공해주고 보수를 받는 신종 아르바이트를 말하는데, 자원봉사자를 의미하는 볼룬티어(Volunteer)와 독일어의 일을 뜻하는 아르바이트(Arbeit)의 합성어. 2018년 일본의 유력 일간지에는 ‘보라바이토가 일본농촌을 구하다’라는 희망 가득한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농사철에 농촌을 돌아다니며 일하는 일본 2~30대 젊은이 숫자가 약 3만 명이나 되기 때문이란 게 희망의 이유.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한 지자체에서는 군수가 나서서 보라바이토로 소멸위기의 지자체를 구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금은 좀 시들하지만 대학생들이 농촌으로 가서 부족한 일손을 보충해주는 보라바이토 시스템은 일본보다도 우리나라 실정에 사실 더 적합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있다.

일본어 사전에는 보라바이토(ボラバイト) 는 속어로서 ‘유급 자원봉사 또는 자원봉사와 아르바이트의 중간적 노동 형태’라고 나와 있다. 보라바이타 (ボラバイター)라고도 한다. 도시 젊은이들이 숙식이 제공되는 농가 ․목장․ 과수원 등에서 자원봉사 형태로 최소 1개월에서 1년(기간제한 없음도 모집) 정도 일을 도와주고 합당한 보수를 받는 형태라고 소개되어 있다.

일본의 '볼루바이트 닷컴'이라는 보라바이토 사이트가 등장. 카테고리별로 농촌지역의 농가, 목장, 상점, 식당, 캠프장의 보라바이토 구인정보가 상세하게 정리되어 있다. 일본의 대학생과 젊은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일본의 농촌 어디든 가서 일할 수 있는 정보가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일급 6천엔~9천엔 사이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하루에 6만원~10만원 정도.

일본의 편의점 아르바이트 일급이 1만엔에서 1만4천엔 정도라니 그에 비하면 조금 일당이 저렴한 편. 하지만 숙식을 제공받기에 사실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더구나 농촌에서 특정 작목을 재배하거나 키워본 경험은 훗날 다른 지역의 보라바이토 신청 시에 경력으로 작용해 일당을 더 받을 수 있다.

볼루바이트닷컴(volubeit.com) 첫 화면 [사진=홈페이지 캡쳐]

◇ 일본 대학생과 청년들의 농촌 아르바이트 ‘보라바이토’, 한국이 더 시급하다

일본 보라바이토 청년들 숫자는 3만 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농업계가 매년 정부에 요청하는 외국인노동자 숫자가 몇 만명에서 몇 십만 명 수준인 걸 감안하면 , 우리나라에서의 보라바이토 활성화는 부족한 농촌인력의 상당부분을 메울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그런가하면 세계적인 농촌 인력 교류 시스템이 존재한다. 바로 우프가 주인공이다. 한국에도 우프 코리아가 있다. 그 슬로건의 가치와 규모가 대단해보인다. “우프 , 땅을 소유하지 않은 농부 세계를 가꾸는 여행”. 

우프(WWOOF)는 World 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의 약자로 1971년 영국에서 시작됐다. 유기농가 및 친환경적인 삶을 추구하는 농촌 현장에서 하루에 반나절 정도 일손을 돕고 숙식을 제공받는다. 전 세계 150여 국가에서 활동할 수 있다. 유기농가와 자원봉사를 연결하는 세계적인 운동이다.

우프의 목적은 ▲봉사를 통한 노동을 제공함으로서 일손이 부족한 농가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 ▲도시 거주자들에게 농촌에서의 삶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친환경적인 농법을 경험하여 이를 인식하고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여 확산한다. ▲ 서로 다른 지역 및 국가의 사람들이 만나 서로 다양한 문화를 교류함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우퍼는 농가에서 하루에 4~6시간 일손을 돕고 숙식을 제공받는 봉사자를 말한다. 호스트는 친환경 및 유기농 농사를 지으며 우퍼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경험과 삶의 철학을 나누는 사람이다. 전 세계 1만 5천 곳의 호스트들이 있으며 한국 우프도 전국적으로 70곳(2020년 3월 현재)의 호스트가 활동중이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2021년에는 호스트 모집을 하지 않고 있다.

우프 코리아는 호스트가 되면 좋은 점으로 친환경적인 생활에 관심이 많은 우퍼들이 방문하여 서로 좋은 만남을 가질 수 있고,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이 주로 찾아 오기에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글로벌 문화교류가 가능하고, 하루에 5시간 일손을 제공받기에 농사일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농번기 때 단체 일손이 필요한 경우에도 일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1년 동안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호스트는 약 1만 2천 곳, 우퍼는 15만명 정도.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우프 호스트 5개국으로는 호주,일본,영국,미국, 캐나다로 나타나 있다.

우프(WWOOF)는 World 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의 약자로 1971년 영국에서 시작됐다. 유기농가 및 친환경적인 삶을 추구하는 농촌 현장에서 하루에 반나절 정도 일손을 돕고 숙식을 제공받는다. [사진=우프코리아 홈페이지]

◇ 우프, 땅을 소유하지 않은 농부 세계를 가꾸는 여행... 세계여행+농업체험 1석2조

그렇다면 올해 농번기를 대비한 우리 농촌의 일손 현황은 원만한 걸까? 농림축산식품부는 코로나19 등에 따른 농촌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서울시·농협과 손을 잡고 도시 구직자를 농업인력으로 유치하기 위한 도시형인력중개센터를 본격 운영하고 있다.

도시형인력중개센터는 이름 그대로 도시민을 모집해서 일정한 교육(농작업 실습교육, 안전교육 등)을 실시한 뒤에 농촌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맞춤형 일자리를 소개해주는 시스템이다. 눈에 띄는 장점이라면 중개된 인력에 대해서 원거리 교통비, 숙박비, 단체 상해 보험료 등을 지원한다는 것. 지난해에는 농협의 도움으로 연인원 1800여명의 도시민을 경기 여주, 강원 양구, 인제, 전북 고창 등에 중개해서 호평 받았다. 올해는 서울시·농협과 손잡고 4월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그런가하면 농어촌 외국인 근로자 숙소 개선을 놓고 정부와 농촌현장의 이견이 돌출되고 있다. 정부는 기존 고용허가 농가에 한해 오는 9월 1일까지 6개월간의 준비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숙소 신축 시에는 최대 1년의 이행기간도 주어진다. 이래저래 국회 차원의 추가적 논의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농번기 농촌의 현실은 매년 농촌소멸을 미리 보는 것 같은 시뮬레이션 효과를 안겨준다. 이를 해소할 방법이 앞서 언급한 보라바이토, 우프, 대학생 농촌학점제 같은 것이기를 희망한다.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기에 강조하는 것이다. 천리길도 한걸음 부터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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