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농신문 정재길 기자]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단지 사는데 필요한 수단일 뿐. 그런데 이 돈 때문에 사람들은 울고 웃고 좌절하고 분노한다. 이상 속의 '돈'과 현실 속의 '돈'은 항상 이중적이다. 직업을 구할 때도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 노력한만큼 댓가를 받는 일을 해야 보람도 생기고 자존감도 높아진다. 농업의 공익적 역할 못지 않게 농민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인 농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입도 중요하다.

2019년 통계를 보면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 소득의 62.3% 수준이다. 덕분(?)에 49세 이하 농민의 비율은 5.2% 수준이다. 이보다 더 노령화된 산업이 있을까? 이제 농정당국은 농사지을 사람을 확보하는 일에 비상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여기도 빠지지 않는게 돈, 즉 농가소득을 어떻게 올리느냐가 일차적 과제다. 이 일을 경북농업기술원이 해결하겠다고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청년농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농산물 수출과 헴프같은 신소득 작목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신용습 원장을 만나 경북 농업의 청사진에 대해 들어봤다.

경북농업기술원 신용습 원장

- 살고 싶은 농촌 청년이 돌아오는 농촌 만들기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경북농업기술원이 되겠다는 포부가 무척 인상적이다. 어떤 계획을 갖고 추진중인지 듣고 싶다.

'소득 걱정 없는 농산어촌 경북'이라는 민선 7기 공약의 이행을 뒷받침하는 잘사는 농촌이 되도록 하겠다. 시대에 부응하고, 이끌 수 있는 농업기술, 소비자와 농업인들이 필요로 하는 농업기술원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우선 미래 농업을 선도 할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미래 스마트 농업기반 구축을 목표로 첨단농업기술 개발, 지식 기반 스마트 농업 실현을 추진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농업 빅데이터 수집과 기술개발, ICT 활용 병해충 예보시스템 구축, 신기술 보급 스마트팜 시범사업을 추진하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토대로 사업을 확대하고 고도화를 이루어 미래산업으로 육성하여 청년들이 농촌에 들어와서 농사를 짓는 새바람이 일어날 수 있도록 영농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농업인들이 편하게 잘 사는 농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둘째 농업인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겠다. 고된 농사일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하며, 농약으로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효율적인 방제 시스템을 개발하여 건강한 농촌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군농업기술센터, 지역대학의 전문교수, 연구소 및 산업체와 긴밀한 협력 방안을 강구하여 R&D 역량을 강화시켜 신속한 기술개발과 보급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

셋째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디지털 농업 기반을 구축하겠다. 지난해 봄은 저온으로 과수 피해가 심했거 여름에는 유례없는 장마가 발생하는 등 예상하지 못한 기상재해가 상시화되고 있다. 농업생산에 직접 영향을 주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개발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주요 농작물에 대한 서리 등 냉해와 폭염위험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고 대응하기 위하여 현장 모니터링과 디지털 기반대응체계를 마련하겠다. 또한 농업환경정보 플랫폼을 구축하고 신기후 체제에 적합한 관리 기술을 개발하여 기후변화에도 농업인들이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

넷째 세계적 수준으로 농업 전문가를 육성하고 경북 농업의 세계화에 힘쓰겠다. 경북 농업의 미래는 경쟁력 있는 전문인력 육성에 있다. 농업기술원 공무원들이 모두 세계적인 수준의 전문가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또한 미래 주역들인 청년농업인, 신규농업인, 정착농업인이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영농 리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 교육기관과 연계하여 학생들의 예비 농업인 육성에도 노력하고 국제공동연구 등 경북농업 국제화 외교활동 성과가 극대화 되도록 노력하여 새로운 시장과 K-농업 영역을 확대하는 토대가 되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농업기술원은 지역대학 교수와의 단순한 자문기능을 넘어 '1팀 1교수 책임제'를 도입한 대(대학)기(기술원)만성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지역대학 전문교수님들을 겸임연구관·지도관으로 위촉하고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발대식을 가졌다. 단기 소과제를 선정, 그 소과제를 전문가그룹에서 조정, 통합하여 공학(IT, AI), 인문·의학(치유농업) 등 과제별 융합을 통한 대과제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새로운 아이디어사업을 발굴하는 큰 그림의 계획이다. 대구·경북지역 6개 대학교수 29명과 팀·연구소별로 매칭하여 공동프로젝트를 추진하여 단기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협력과제를 선정하여 급변하는 농업 환경에 적극 대처하고 농업 미래 먹거리 산업 추진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고자 한다.

- 특화연구소 중에 의성 작약연구를 위해 세워졌다는 유기농업연구소가 특히 눈에 띈다. 요즘은 나고야 의정서 발효 등 친환경 농법과 미생물 자원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유기농업연구소의 유래와 현황 그리고 미래를 알고 싶다.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유기농업연구소는 기존의 신물질연구소에서 2013년도에 연구기능이 재편되어 유기농업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다. 연구소장 1명을 포함하여 연구직 6명, 일반직 2명, 공무직 5명이 근무하고 있다. 현재 유기농업을 연구하고 있는 작물은 경북지역의 특화작목인 사과, 마늘, 참외, 포도 등이다.

세부적인 연구로는 토양 및 퇴비에서 유용미생물을 선발하고 선발한 미생물을 활용하여 유기농 퇴비 제조기술과 식물병 방제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풋거름 작물(녹비)을 활용한 토양비옥도 증진 연구와 식물추출물 등을 이용한 병해충 방제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 유기농업 선진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스위스 유기농업연구소(FiBL)와 우수한 유기농 퇴비 제조기술에 대한 국제공동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친환경 농업정책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고, 친환경농산물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8년도에는 논밭작물, 과수에 지급되고 있던 유기농업 직불금의 지급단가 인상 및 유기농 지속 직불금에 대한 지급기한이 폐지됐다. 2019년에는 친환경농업의 정의를 생태계 유지, 생물다양성 증진 등 공익적 가치실현으로 재설정하면서 공익형 직불금제가 도입됐다. 현재 친환경농업에 대한 도시 소비자 등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 확대가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유기농업연구소에서는 앞으로 이러한 시대적인 조류에 맞추어 유기농업 연구에 최선을 다하고 농업인에게 꼭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고자 노력하겠다.

- 요즘 딸기수출이 농가소득에 큰 도움이 있다. 농기원 차원에서 싼타, 알타킹, 베리스타, 헤니빌 등 딸기 신품종을 10여종 넘게 육성한 것으로 안다. 경북농업기술원은 딸기 수출에 대한 어떤 전략을 갖고 있나?

경북농업기술원은 2006년부터 15년간 딸기 신품종 육성을 위해 많은 연구를 했다. 그 결실로 고유의 특성을 가진 `싼타`, `알타킹`, `베리스타`, `허니벨` 등 소비자 입맛에 맞는 딸기 신품종 15종을 육성했다. 2012년도 육성한 `싼타` 품종은 해외 품종보호를 출원하고 중국과 로열티 계약으로 2020까지 3억 8600달러 로열티를 받았다. 2020년에는 '수출용 딸기 신품종 농가 조기보급 시범사업'을 통해 도 육성품종인 싼타와 알타킹을 도내 농가에 보급하여 동남아 수출에 성공했다.

또한 딸기 수출을 위해 경상북도 딸기수출농업기술지원단을 출범했고, 대학교수, 연구 및 지도공무원, 농업인 등 딸기 전문가를 구성하여 딸기 수출을 위한 현장애로기술을 조기에 해결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딸기의 소비자층이 다양해지고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추어 내수시장 뿐만 아니라 수출시장에도 인기있는 고품질 품종을 육성하고 보급하여 농가 소득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경북농업기술원 신용습 원장은 "시대에 부응하고, 이끌 수 있는 농업기술, 소비자와, 농업인들이 필요로 하는 농업기술원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경북 농업의 비전을 밝혔다.

- 경북농업기술원이 청년농업인 스마트팜 교육생 30명을 모집해 의성 이웃사촌 청년시범마을 교육장에서 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생들의 생계유지를 위해 최대 월 200만원 한도로 실습비도 지급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의성은 농촌 소멸예상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이기도 하다. 설명 부탁드린다.

경북농업기술원은 2019년도부터 청년농업인 스마트팜 교육생을 모집하여 교육을 하고 있으며, 선발된 교육생은 3단계에 걸친 맞춤형 교육과 영농정착 지원을 제공받게 된다. 입문단계인 ‘사전교육’은 농업을 처음 접하는 초보농사꾼의 눈높이에 맞춰 딸기수경재배, 최신 농업기술 등 다양한 이론교육과 선진농업 현장견학 및 실습을 통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강좌 교육을 6주간 진행한다.

두번째 단계인 ‘창업실습교육’은 의성 창업실습교육장의 첨단 스마트 온실에서 직접 작물을 재배하며 단계별 재배기술을 습득함과 동시에 첨단 기기를 작동해보며 농작업을 손에 익히는 1년 실습과정이다. 이 단계에서는 교육생들의 생계유지를 위해 최대 월 200만원 한도로 실습비를 지원하고 있다.

마지막 단계는 성적우수자에 한해 ‘창업지원’을 한다. 농업을 시작하는 단계인 젊은 청년들은 자본여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기 창업 기반 조성에 도움을 주기 위해 3억 5천만원의 범위에서(보조 1억 5천만원, 융자(자부담) 2억 원) 창업자금을 지원했다. 지난해에 1기 교육생 중 8명이 창업하였고, 올해도 20명 내외의 청년농업인을 창업지원하여 배출할 계획이다. 낙후된 농촌에 첨단 스마트팜 온실을 조성하여 청년들의 안정적 농촌 정착을 도모하고, 사라져가는 농촌을 살아나는 농촌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 경북 안동시와 경북농업기술원 생물자원연구소가 산업용 대마 재배기술 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들었다. 최근 수직형 식물공장 형태의 대마 재배시설을 갖춘 회사가 농식품부 지정 A-벤처스 제22호 기업으로 선정되기고 했다. 경북농업기술원의 산업용 대마 재배의 큰 그림과 방향성을 알고 싶다.

안동시는 2020년 6월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어, 경북 바이오산업단지 내 22개 사업자가 참여하고 있다. 이에 생물자원연구소는 안동시농업기술센터와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헴프(산업용 대마)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생물자원연구소에서 지난 3월 12일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등 대마 관련 기업체 및 기관들이 모여 ‘산업용 헴프 연구 현황 및 발전방향’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를 계기로 기관 간 협력방안 모색을 통하여 헴프 규제자유특구로서의 가시적인 성과 도출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경북농업기술원의 산업용 헴프 연구방향을 보면, 우선 일반 대마농가에서 재배 가능한 채종량이 많은 대마 품종 및 헴프 씨드 가공품인 씨드 너트, 오일, 헴프박, 화장품 등을 개발하여 농가의 소득을 창출하고자 한다. 둘째, 키가 작고 기능 성분 함량이 많으며 스마트팜 재배에 적합한 의약용 품종을 육성하고 있다. 의약용 품종은 칸나비노이드(CBD와 THC) 함량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정한 성분 유지, 추출을 위해서 광량, 광질, 일장조절 등 환경이 조절되는 스마트팜 재배가 필수적이다. 생물자원연구소는 광조절 및 양액재배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팜 시설과 노지 격리재배 시설을 구축하여 의약용과 헴프씨드용 품종 개발의 성공을 위해 산학연의 협업으로 성공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 경북농업기술원이 농업인 독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린다.

지금 우리 농촌은 코로나19와 FTA, 농업인구 감소와 일손 부족, 기상이변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이다. 더불어 농업은 더 힘들고 돈이 되지 않는 직업이다 라는 인식이 일반화 되어 왔다. '호학심사(好學深思) 심지기의(心知其意)'란 글이 있다. '좋아하면 배우게 되고, 마음으로 그 뜻을 저절로 알게 된다'라는 의미다. 잘 사는 농업·농촌을 만들기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배우고 생각하며 실천하도록 하겠다. 그래서 도시의 청년들 못지않게 농업을 통한 소득을 얻음으로써 청년들이 농촌에 돌아오게 되고 각종 문화공간이 조성되어 생기를 잃은 농촌에 활력을 불러 일으키는 농업·농촌으로 더 빨리 앞당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정재길 기자  ynkill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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