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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 변화보다 어려운 이유LG휴대폰-대원군의 실패... 둔감해서, 버릴게 많아서, 혹은 너무 아파서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LG전자가 휴대폰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로 했다. 해당 사업부는 2015년 2분기 이후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2020년까지 누적 적자는 5조 원을 기록했다. 결국 이사회는 오는 7월 31일자로 스마트폰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 한때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 히트상품을 연달아 출시하면서 세계 3위 안에 들던 LG 휴대폰은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LG전자는 ‘초콜릿’ 폰의 성공에 힘입어 2008년에 영업이익 46.2% 성장하며 영업이익 1조 원 시대를 열었다. 최고 전성기는 2010년이었다. 미국시장에서는 CDMA 부문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연간 2800만 대를 생산하며 노키아,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3위의 휴대폰 제조사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LG가 피처폰으로 승리의 축배를 들고 있을 무렵, 세계 휴대폰 시장은 새로운 제품의 등장에 주목하고 있었다. 전화만 되는 ‘피처폰’이 아니라 인터넷을 써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iphone)‘ 이라는 이름의 스마트폰을 선보인게 2007년 1월이다. 시장에는 그해 6월 29일 풀렸다. 아이폰은 휴대폰에 아이팟(ipod)이라는 MP3 플레이어를 결합한 제품이다. 스티브 잡스는 이미 시장에 존재했던 두 제품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지닌 물건을 만들었다. 기존의 휴대폰의 개념을 파괴하고 ’손에 쥘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들어 낸 것. 그 후 애플은 ’아이폰 3GS'를 시작으로 2020년 아이폰 12까지 내놓는 제품마다 큰 성공을 거뒀다. 

2020년 글로벌 스마트폰 영업이익 점유율은 무려 79.7%에 달한다. 전세계 스마트폰 제조사가 벌어들이는 이익의 80%를 애플이 가져간다. 그 결과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회사가 됐다. 4월 현재 애플의 시가총액은 2조 114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400조 원 정도 된다. 참고로 LG전자가 25조 원, 삼성전자가 511조 원 수준이다. 

LG 프라다폰 [사진=LG전자 미디어플랫폼]

LG전자의 패인은 역시 지연된 혁신에서 찾을 수 있다. 다시 2007년으로 가보자. 당시 LG전자도 세계 휴대폰 시장의 흐름을 감지하고 있었다. 과연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폰이 대세로 자리 잡을지 판단해야 했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분석을 맡기기도 했지만, 찻잔 속의 태풍에 머물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빼어난 디자인, 화려한 마케팅과 광고, LG라는 글로벌 브랜드와 탄탄한 기술력 등 LG 휴대폰사업부의 자신감은 충만했다. 초콜릿폰, 샤인폰, 프라다폰 등 내놓는 신제품마다 히트를 치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결국 ‘기존 피처폰을 더 잘 만들자’가 회사의 방향이 됐다. 회계장부상으로 정점에 섰던 2008년 그때, 실상은 LG 휴대폰 사업의 내리막이 시작된 것이다. 아이러니하다. LG라고 왜 혁신을 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다만, 현실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과감한 실행을 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역사는 숱한 사례를 통해 이 교훈을 말해준다. 19세기 흥선대원군이 이끌던 조선의 운명도 그러했다. 

1863년 12월 철종이 승하하자, 이듬해 초 고종이 11살의 나이로 즉위에 오른다. 그의 아버지 흥선대원군 이하응은 섭정을 통해 일약 실권자로 부상했다. 흥선대원군만큼 영욕을 한 몸에 받은 인물도 흔치 않을 것이다. 세도정치를 끝장 낸 개혁가이자, 쇄국정책으로 쇠락을 앞당긴 수구주의자라는 평가가 그것이다. 

흥선대원군 이하응 [사진=위키피디아]

흥선대원군은 고종의 후원을 받은 최익현의 탄핵으로 하야하는 1873년까지 많은 개혁을 추진했다. 우선, 철종 때 최고조에 이른 안동 김 씨 등 왕실의 외척 및 명문세도가를 정치일선에 물러나게 했다. 이를 위해 당파와 가문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했다. 극심한 당쟁과 지방 토호들의 근거지 역할을 하고 있던 서원(書院)도 철폐했다. 대표적인 게 송시열이 세운 만동묘였다. 만동묘는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도운 명의 황제 만력제의 신위를 모시는 사당이다. 영조-정조 때도 노비와 제전을 내려 대접해주었다. 하지만 이후 비리의 온상이 된다. 지역민들에게 부역을 빼주겠다고 하거나 제사 비용을 대야 한다며 돈을 빼앗기도 했다. 비용을 내지 못한 백성들을 함부로 붙잡아서 고문하거나 심지어 죽이기까지 해도 처벌받지 않았다.

만동묘 같은 서원은 지금으로 따지면 명문대학교나 유명 종교시설 같은 권위를 가진 기관이었다. 이런 서원을 혁파한 것은 당시 기득권층에 칼을 겨눈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밖에 흥선대원군은 양반·토호의 면세전을 철저히 조사해 징세하고 무명잡세의 폐지, 진상제도의 폐지를 통해 백성들의 세 부담을 경감시켰다. 군포제를 호포제라는 균일세로 개혁해 양반도 세 부담을 지도록 했다. 이렇게 흥선대원군은 기득권을 혁파하고 공평과세를 실현하여 서민 경제를 살리고 국가재정을 확충하는 개혁 조치를 성공시켰다. 

반면, 흥선대원군의 정치적 추락은 병인박해에서 시작됐다. 흥선대원군은 원래 천주교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부인 민씨를 비롯해 집안 여인들 여럿이 천주교 신자이기도 했다. 오히려 남하하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프랑스 선교사를 외교에 활용하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1866년이 되자 상황은 바뀐다. 청나라에서 천주교를 박해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왕실과 조정의 관료들은 이에 동조했다. ‘천당과 지옥’을 주장하는 천주교 교리는 예법을 숭상하는 유학자들의 눈에는 사교(邪敎)였다. 게다가 서원이 철폐된 유림들 입장에서는 흥선대원군이 서양 오랑캐 천주교인과 교우한다고 의심했다. ‘운현궁에 천주쟁이들이 들락거린다‘는 풍문이 나돌자 흥선대원군은 정쟁의 시빗거리를 없애고자했다. 마침내 천주교인 박해를 결정한다.

1866년 2월 프랑스인 주교 베르뇌를 시작으로 9명의 프랑스 선교사가 순교했다. 조선인 신자를 포함 총 8천여 명이 극형을 당했다. 이를 구실로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를 공격한 사건이 병인양요다. 이어 제너럴셔먼호 사건, 신미양요 등 서양 국가들의 개방 압력과 조선의 응전이 이어지면서 흥선대원군의 적개심은 커졌다. 개방을 거부하고 쇄국을 강화하는 고립주의 외교를 견지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국제 정세를 정확히 보지 못하고 선진문물의 수용을 거부한 채 혁신을 이루지 못한 후진국으로 남게 됐다. 

지난 7일 농협 경제지주는 제1차 '유통혁신 평가위원회'를 열었다. '유통혁신 평가위원회'는 지난해 수립한 유통혁신 과제의 추진진도와 성과를 점검하고 유통환경의 변화에 따라 유통혁신 전략을 보완해 농축산물 유통 대변화를 유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사진=농협중앙회]

이처럼 변화는 쉬워도 혁신은 어렵다. LG도, 대원군도 변화의 흐름은 감지하고 무언가를 바꾸려고 했다. 하지만, 어정쩡한 변화는 거대한 혁신의 파도 앞에선 일엽편주일 뿐이다. 

지난 7일 농협 경제지주는 제1차 '유통혁신 평가위원회'를 열었다. '유통혁신 평가위원회'는 지난해 수립한 유통혁신 과제의 추진진도와 성과를 점검하고 유통환경의 변화에 따라 유통혁신 전략을 보완해 농축산물 유통 대변화를 유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농협은 농업 개혁의 핵심을 ‘유통’이라고 보고 있다. 이날 농협중앙회 이성희 회장은 “2021년을 유통혁신 실천의 해로 삼아 농업인과 국민이 체감하는 유통대변화를 완성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말이 빈말이 아니길 바란다. 무엇을 바꾸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바꾸냐가 더 중요하다. 혁신(革新)의 혁은 가죽 ‘혁‘이다. 혁신은 겉가죽이 벗겨져 새롭게 됨을 의미한다. 그러려면 자기 살을 베어내는 것 같은 아픔을 수반한다. 이것이 두려워 혁신을 못한다. 기득권을 가진 측에서는 버려야 할 게 너무 많기도 하다.  농협이 ’농산물 유통’을 확실하게, 근본부터 뜯어 고쳐서 완전히 탈바꿈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번에도 혁신에 실패한다면, 싸늘한 민심의 심판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번 서울·부산 재보궐 선거 결과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지 않은가.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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