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의 원산지는 중국 서부 천산산맥 부근이다.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영토가 넓어지면서 이를 발견하고 유럽에도 소개됐다. 이전에는 보지 못하던 새로운 꽃에 유럽의 부호들과 식물 채집가들은 열광했다.

현재 한국에서 튤립 1주당 가격은 1500원 남짓이다. 그런게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최고 2500길더에 팔린 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튤립 꽃을 나오는 구근(알뿌리) 가격이다.  숙련된 장인의 연간 수입이 250 길더였다고 하니, 현대 가치로 환산하면 노동자 10년 치 수입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튤립의 원산지는 중국 서부 천산산맥 부근이다.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영토가 넓어지면서 이를 발견하고 유럽에도 소개됐다. 이전에는 보지 못하던 새로운 꽃에 유럽의 부호들과 식물 채집가들은 열광했다. 점이 박힌 모양의 돌연변이 튤립은 희소성 때문에 더욱 인기가 있었다. 튤립의 꽃이 피우려면 씨를 심고 구근을 키워야 한다. 족히 3~7년은 걸린다. 성급한 수요자들은 바로 꽃을 볼수 있는 구근을 거래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구근의 구매와 공급을 서로 약정하는 선물(先物) 거래도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 사람들은 이 계약서를 사고 팔았다. 튤립 가격은 자고 일어나면 오르니 공급계약서를 웃돈을 주고 사도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던 것. 이렇게 시작된 거품은 곧 터졌다. 1636년 한 해 줄곧 오르던 가격은 1637년 2월이 되자 급락했다. 너무 올라버린 탓에 살 사람이 없어졌다. 불과 4달 사이 최고가 대비해 95%~99% 수준으로 폭락했다. 그 유명한 네덜란드 튤립 파동의 결말이다.

헨드릭 게리츠 포트가 1640년경에 그린 <플로라와 바보들의 수레>. 튤립 열풍에 대한 풍자다. 꽃의 신인 플로라가 두 여성과 환전상, 술꾼과 함께 수레를 타고 바람에 의지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들의 뒤를 직조공들이 따르고 있다. 멀리 보이는 바다가 지향점인 듯 하다. [사진=위키피디아]

현대판 튤립 파동은 21세기 미국에서 터졌다. 바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다. 2000년 초반 미국 경제는 침체를 겪었다. IT 주가가 폭락하고 911테러에 아프간-이라크전쟁을 치루면서 경기가 얼어붙었다. 미국 정부는 금리를 낮추며 경기 부양을 시도했고 부동산 가격도 오르기 시작했다. 서민, 엄밀히 말하면 돈을 못갚을 수도 있는 사람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인 서브프라임모기지 역시 잘 팔렸다. 저신용자들은 대출을 받아 집을 샀고 수요가 많아지니 주택가격 상승도 이어졌다. 그러자 월가의 투자회사들은 서브프라임모기지 채권을 유동화시켜 금융상품으로 만들어 팔았다. 집값 상승률이 대출이자 상승률보다 높았기 때문에 채권자가 상환불능에 빠지더라도 집을 팔아 원금은 회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것은 두 가지를 전제로 한다. 채무 불이행하는 사람이 적을 것, 집값이 영원이 떨어지지 않을 것. 

하지만 이 역시 결말은 비극. 당시 모기지 은행들은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도 대출을 해줬다. 더군다나 집 값 상승은 금리를 낮춰 수요를 억지로 만들어 발생한 것이었다. 실제보다 부풀려진 가치, 전형적인 ‘버블’이었다. 2004년을 기점으로 시장 금리는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자부담에 신규 주택수요는 줄어들었다. 늘어난 대출이자에 저소득층은 파산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살던 집은 경매로 나오고 수요보다 공급이 많게 되자 집값은 급락했다. 호황 때는 보이지 않던 부실이 나타났다. 월가의 수많은 금융회사들은 자신이 팔던 금융상품에 섞여 있던 서브프라임모기지 채권이 휴지조각이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007년 4월 미국 2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회사인 뉴센추리 파이낸셜이 파산신청을 했다. 곧이어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했고, 보험회사 AIG는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겨우 살아났다. 튤립 사태와는 그 규모와 파급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컸다. 미국발 금융 위기는 유럽의 재정위기와 함께 전세계 경제 위기를 불러왔다.

모기지 은행들은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도 대출을 해줬다. 더군다나 집 값 상승은 금리를 낮춰 수요를 억지로 만들어 발생한 것이었다. 실제보다 부풀려진 가치, 전형적인 ‘버블’이었다.

우리 사회는 최근 몇 년 부동산 폭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3일 KB주택가격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9억 6480만 원을 기록했다. 중위 매매가격은 집을 비싼 순부터 저렴한 순서로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주택의 가격을 의미한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2020년 1인 기준 도시 가구 월 평균 소득은 317만원이다. 연봉으로는 3804만원이니까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으면 25년 걸려서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 게다가 2020년 서울 집 값 상승률이 2.67% 나 됐으니 더 오를까봐 무서워서 집을 사는 ‘패닉 바잉‘ 현상이 발생했다. 화난 민심은 이번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집값을 잡으려 애쓰던 집권 여당과 정부도 난감해졌다.

그런데 뒤집어 보자. 이게 정상일까? 집값이 계속 오른 것 같지만 하락할 때도 있었다.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1988년부터 2020년까지 33년간 서울지역 집값이 전년보다 하락한 해는 총 10 차례다. 연도별로 보면 1986, 1991, 1992, 1993, 1995, 1998, 2004, 2010, 2012, 2013년의 주택매매가격 증가율은 마이너스(-)였다. 물론 떨어지는 폭은 적고 오를 때는 크게 올라 현재의 미친 집값을 만든 것은 사실이다. 

사태를 정확히 보려면 최근 집값 상승의 요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지금은 단군이래로 가장 금리가 낮다. 실질 금리가 0%에 가깝다. 더 내려갈 데가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금리인상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코로나 19에서 벗어난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해 금리 인상을 하게 되면 우리나라 금리도 따라서 올라간다. 이자 부담은 올라갈 일만 남은 셈이다. 게다가 각종 대출한도도 소득 수준 등을 감안해 대폭 낮춘 상태다. 빚을 내서 집사기는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수요 감소도 눈앞의 일이다. 작년부터 대한민국은 인구 감소 국가가 됐다. 신혼 가정의 새집 마련 수요는 줄고, 노인들의 집은 사망이나 요양원 입소로 처분해야 한다. 공급도 늘고 있다. 이미 발표한 수도권 128만호에, 올해 나온 2.4 대책으로 83만호가 공급될 예정이다. 현재 수도권 주변은 아파트 단지로 채워지고 있다. 서울 출퇴근을 위해 땅속 깊이 기차길(GTX)을 만들고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이 서울을 중심으로 X자로 건설되면 파주에서 강남 삼성역까지 30분이면 올수 있다. 서울의 주택수요를 분산하는 공급대책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도 [사진=서울시청]

여기에 집값을 잡으려는 정부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높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부동산에 성난 유권자들은 표로 응징하려고 한다. 정권 차원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명운을 걸지 않을 수 없다. LH 사태로 위기에 빠진 여당은 개혁입법을 내놓으며 부조리를 시정하려고 하고 있다. 그 중 한 방향이 이번 사태의 핵심인 ‘농지 소유의 제한‘이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시)은 3월 31일 농지취득자격 심사 강화를 골자로 하는 「농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 소속 국회 농해수위 위원들은 농지투기 방지 관련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구체적으로는 농지 현황 조사·감시, 정보 수집·분석·제공 등 농지 상시 관리 기능을 수행하는 '농지은행진흥원'을 설치하도록 하는 「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 개정안(이개호 의원), 특별사법경찰관의 직무 및 수사 범위에 농지의 소유 등에 관한 조사를 포함하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서삼석 의원), 부동산업을 영위하는 불법 농업법인 설립·운영 규제를 강화하는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원택 의원) 등이다. 

위성곤 의원은 “농지는 투기의 대상이 아닌 농업생산의 현장”이라며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리해보자. 금리는 올라가고, 집 살 사람은 적어지고, 공급은 늘어나고, 원거리 출퇴근이 편리해지고, 정책 당국은 시행착오를 반성하며 집값·땅값 잡기에 ‘올인‘하고 있는 중이다. 과연 비정상적인 집값의 고공행진이 지속될까? 과거 데이터에서 보듯 영원한 것은 없다. 버블은 항상 터진다. 네덜란드 튤립이 그랬고, 미국 집값이 그랬다. 현실을 냉정하게 볼 시점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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