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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농정 현안에 서로 다른 법 발의한 여당테슬라의 핵심 가치 자율주행 프로그램... 기억-학습-감지 못하는 조직은 먹통
테슬라의 회사가치가 크게 오른 것은 전기차 분야의 선도기업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투자가들이 더욱 주목하고 있는 것은 자율주행이다. [사진=픽사베이]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가 애플과 함께 시가총액 3조 달러(3300조 원) 시대를 열 것이라는 뉴스가 화제다. 테슬라의 회사가치는 지난 12월말 기준 6065억 달러(663조 원)을 기록했다. 폭스바겐·토요타·닛산·현대·제네럴모터스·포드·혼다·피아트크라이슬러·푸조 등 로벌 9대 자동차 제조업체의 시가총액 합보다 컸다. 거품이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최근 주가는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했지만 여전히 성장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많다.

테슬라의 회사가치가 크게 오른 것은 전기차 분야의 선도기업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투자가들이 더욱 주목하고 있는 것은 자율주행이다. 테슬라는 궁극적으로 사람이 운전할 필요가 없는 완전 자율주행을 목표로 한다. 그렇게 되면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운전의 노동으로부터 사람을 자유케 한다면 자동차 내부는 여가와 일의 공간이 된다. 영화 감상을 하거나 회의도 할 수 있다. 자동 세탁기가 보급되면서 여성을 가사로부터 해방시킨 것처럼 자율주행차는 인류의 문명을 한 단계 발전시킬 도구가 될 것이다. 아직은 먼 얘기인 듯 하지만.

자율주행차는 차체를 통제하는 프로그램이 핵심이다. 테슬라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엄청난 양의 데이터 베이스(DB)다. 지금까지 테슬라는 51억 마일에 달하는 주행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일반도로 외에도 사막 같은 험지, 야생동물 돌출, 펑크 등 고장 상황 등 다양한 조건의 주행 조건을 테스트하고 이를 자료로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둘째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시키는 AI(인공지능)기술이다. ‘도조(Dojo)’라는 수퍼 컴퓨터가 수집된 영상과 사진 데이터를 분석해 차량이 외부상황을 인식-판단-제어하게 기술을 학습한다. 

차량의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도 특이하다. 다른 자율주행차들이 쓰고 있는 라이다(LiDAR)는 레이저를 발사해 돌아오는 신호로 거리 등을 감지하는 장치인데 가격이 비싸다. 테슬라는 여러 대의 카메라를 이용해 유사 라이다(Pseudo LiDAR)를 장착했다. 효과는 비슷하지만 가격은 낮췄다.

자율주행차는 차체를 통제하는 프로그램이 핵심이다. 테슬라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엄청난 양의 데이터 베이스(DB)다. 지금까지 테슬라는 51억 마일에 달하는 주행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미국 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을 5단계로 구분한다. 5단계가 우리가 상상하는 완전 자동화 단계다. 테슬라가 작년 말부터 테스트하고 있는 FSD(Full Self Drive)는 2단계 수준이다. 그럼에도 테슬라를 주목하는 이유는 자율 주행 부문에서 가장 앞서가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의 원리는 사람의 행동 원리를 차용한 것이다. 현대 과학기술의 수준은 인간의 능력을 최대한 가깝게 흉내 내느냐에 달렸다. 

인간의 행동은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친다. 수많은 경험을 잘 기억해 놓는다. 그런 다음 이를 학습해서 반응하는 방법을 익힌다.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오감을 통해 감지한다. 그런 다음 실행한다. 갈 건지 멈출 건지, 이쪽으로 갈지 저쪽으로 갈지, 빨리 갈지 천천히 갈지, 결정은 쉽지만 과정은 정교하다. 이것은 비단 제품 생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업이나 정부 같은 조직 운영 원리도 유기체와 같다. 그런데 기억하지도, 학습하지도, 감지하지도 못하는 조직은 어떻게 될까? 사고난다. 겉모습은 멋져도 내부통제 시스템이 먹통되면 흉기가 되는 테슬라처럼.

그간 농안법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이를 두고 농민단체들도 이견을 보이고, 시장개설자인 서울시와 중앙부처인 농식품부의 의견도 다르다. 소비자단체와 학계에서도 각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논란의 요지는 서울 가락시장에 경매 외에 정가·수의 거래의 확대 여부다. [사진=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이번 3월 임시국회에 같은 당 의원이 서로 상반되는 법안을 발의해 주목을 받고 있다. 「농수산물의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윤재갑, 김승남 의원이 주인공이다. 그간 농안법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이를 두고 농민단체들도 이견을 보이고, 시장개설자인 서울시와 중앙부처인 농식품부의 의견도 다르다. 소비자단체와 학계에서도 각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논란의 요지는 서울 가락시장에 경매 외에 정가·수의 거래의 확대 여부다. 이것에 따라 농산물 가격 결정 방식이 달라지고, 경매를 통해 이익을 취하고 있는 도매법인들의 이익이 결정된다. 농민과 유통업체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중요한 법안이다.

먼저, 정가·수의 거래를 확대하자는 배경은 이렇다. 현행법에 따르면, 도매시장 개설자가 적정 수의 도매시장법인·시장도매인 또는 중도매인을 두어 운영한다. 하지만 가락시장 등 중앙도매시장으로 출하되는 농산물은 여전히 경매를 통해서만 유통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매시장의 농산물 가격 변동성은 높고 출하자는 출하선택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한편, 현행법은 도매시장법인을 통한 상장거래의 경우 도매시장법인이 농수산물을 집하하고 중도매인은 분산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중도매인이 집하하고 도매시장법인의 상장거래를 형식적으로 거치는 기록상장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이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규정도 없어 도매시장의 정상적인 거래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윤재갑 의원은 도매시장 개설자가 시장도매인 제도 도입 시 농식품부 장관 등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기록상장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는 등 현 제도의 운영상 미비점을 개선하는 ‘농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 의원은 “현행 경매제 하에서는 농민이 가격 결정 과정에서 배제돼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 그 손해를 농민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지만 가격이 올라도 농민에게는 수익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경매 절차 없이 생산자와 유통인이 직접 사전협상을 통해 거래하는 시장도매인제도를 확대하자는 농업계의 간절한 요구가 계속되어 왔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정가·수의 거래의 확대를 막자는 측 주장이다. 현행법은 도매시장 농수산물의 상장경매를 통한 가격 결정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도매시장법인이 상장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농수산물에 대해서는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해 경매 없이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공영도매시장인 가락중앙도매시장의 개설자가 경매를 진행하지 않는 상장예외품목을 지속 확대해 상장경매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올해 청과류 상장예외품목은 145개 품목으로 가락중앙도매시장 청과물 전체거래 품목(196개)의 74%에 이른다.

김승남 의원은 농수산물의 기준가격을 결정하는 중앙도매시장이 상장예외농수산물 품목을 지정할 때 농식품부 장관 또는 해양수산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중앙도매시장 운영과 제도 개선사항을 심의할 중앙도매시장제도개선심의회를 신설함으로써 농수산물 거래제도의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내용의 ‘농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상장예외거래제도는 상장매매를 보완하기 위한 예외적이고 한시적인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상장예외품목을 지속 확대해 현행법의 취지를 흔들고 있다”며 “원칙 없는 상장예외품목 확대를 통한 농수산물의 폐쇄적 가격 결정을 막아 생산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정은 목표가 있어야 하고 입법은 이를 제도로 구체화하는 것이다. 집권당의 농정 목표가 의원마다 각각 다른 것인지 우려스럽다. [사진=픽사베이]

이처럼 같은 정당 소속이면서 농촌을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의원들이 같은 사안에 상반된 견해를 가지고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독립적 입법기관임에는 이견이 없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은 얼마든 가능하다. 하지만, 농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현안에 대해 법안 발의 전 최소한의 조율은 있어야 했다. 

국정은 목표가 있어야 하고 입법은 이를 제도로 구체화하는 것이다. 집권당의 농정 목표가 의원마다 각각 다른 것인지 우려스럽다. 농민은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한단 말인가. 정부와 여당은 농정 현안을 기억하고, 학습하고, 감지하는 ‘행동 통제 능력’이 상실된 것은 아닌지 점검해 봐야 할 때다. 목적지가 여러 개면 천하의 테슬라도 전진하지 못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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