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기술의 발전 속도는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준다. 문화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농업기술도 마찬가지다. 10년 전에 불가능했던 일들이 이제는 현실이 된다. 앞으로 농업기술이 발전하면서 농업과 농촌의 모습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첨단 농업기술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농산물 생산의 기반이 된다. 대한민국 신선농산물 수출 1위 지자체는 경상남도다. 경남농업기술원 정재민 원장을 만나 경남 농업의 성과와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경남농업기술원 정재민 원장

- 경남 농기원은 110여 년 동안 경남의 농업·농촌 발전을 위한 실용기술 연구와 보급에 힘써온 자부심이 느껴진다. 자랑거리가 많을 것 같다. 간략한 소개 부탁한다.

경상남도농업기술원은 1908년 진주종묘장으로 시작하여 농업의 시대적 사명을 하나하나 완성해 나가고 있다. 식량증산을 통해 국민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한 녹색혁명, 시설하우스 보급으로 국민이 필요한 채소를 원활하게 공급하고 수출에 박차를 가했던 백색혁명을 이루는데 농업관련 기관들과 함께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경상남도는 신선농산물 수출 전국 1위를 23년째 달성하고 있다. 최근 개발한 농업기술로는 딸기의 고설베드를 활용한 재배기술을 개발 보급하여 농가의 노동력을 감소시키고 품질과 수량향상에 기여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새송이버섯의 명칭을 경상남도에서 탄생시켜 새로운 소비시장을 개척했다. ATEC(Agriculture Technology Education Center)을 통한 최신 스마트팜 기술 확산으로 농업소득 증대에 기여하는 등 시대에 맞는 농업기술의 개발과 보급도 추진하고 있다.

- 아시아 최고의 최첨단 교육시설인 ATEC과 각종 교육시설을 이용하여 우수한 인재양성을 하겠다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다. 교육 현황과 향후 비전을 설명해 달라.

ATEC은 2009년 해외 선진농업기술을 신속히 확산하여 국내 농업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자동환경제어시스템 적용과 지역 주요 과채류의 생산과 유통과정을 보고 실습할 수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원예분야 ‘첨단기술공동실습장’이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시설을 개방하지 못했지만 2019년까지 연간 3천여 명의 국내외 농업인들이 방문했다. 최근에는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한 비대면 온라인교육으로 전환하면서 경남을 넘어 전국농업인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미래 스마트 농업인을 양성을 위해 농업계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스마트팜’ 교육과 청년창업농을 대상으로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협력을 통한 ICT융복합 스마트농업 확산’이라는 비전으로 우수한 농업인재 양성을 통해 부자 되는 농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요즘 신선농산물로 딸기가 농가소득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경남농업기술원에서도 육성한 딸기 품종 금실이 농가에서 매우 인기가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 금실 품종에 대해 설명한다면? 그리고 향후 수출전략은?

국내 딸기 재배면적은 2019년 기준 6462ha에 23만4천 톤을 생산하였고 그중 경상남도는 2746ha로 전국 42%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경상남도농업기술원에서는 수출시 물러지지 않도록 경도가 높고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딸기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 ‘금실’을 개발해, 2018년 품종보호권을 등록하였고 4개소의 육묘단지와 통상실시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국내에서 100ha 이상 보급되었으며 재배를 희망하는 농가들이 많아서 확대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국내 최초로 미국내 전용실시 계약을 채결하여 종묘에 대하여 1억 원의 로열티 수익이 기대된다. ‘금실’은 당도가 높고 저장성이 우수하여 내수 시장뿐만 아니라 수출용 품종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지만 기존품종과 재배방법에 차이가 있어서 품종 전환에 어려움을 느끼는 농가가 있다. 때문에 수출농가와 연계하여 ‘금실’에 적합한 재배기술 및 수확 후 관리 방법 등을 연구하고 재배매뉴얼을 개발 보급함으로써 수출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금실 이외에도 해외시장에 적합한 특성을 가진 다양한 수출용 품종 개발로 수출시장 확대에도 기여하고자 한다.

- 딸기 이외에 경남농업기술원이 중점을 두고 권장, 개발, 홍보하는 작물이 있을 것 같다. 이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과일처럼 먹는 미니파프리카는 등산과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런 파프리카 종자를 무게로 따지면 ‘금값’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농가들은 파프리카 종자가격 때문에 농사짓기 힘들다고 할 정도였다. 우리 경남은 ‘골든씨드프로젝트’에 참가해서 국산파프리카 품종 개발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2015년에 미니파프리카 ‘라온’을 개발했다. ‘라온’은 일본 수출과 2016년 맥시코 종자박람회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아 2018년엔 ‘라온레드’ 등 3품종을 멕시코로 수출했다. ‘즐거운’이란 순 우리말을 뜻하는 ‘라온’은 2018년 대한민국우수품종상을 수상했으며 수입미니파프리카 종자의 72%를 국산으로 대체했다.

지역특화작목을 육성하기 위해 도내 양파, 단감, 화훼, 사과, 약용자원 연구소를 설치하여 특화품목의 개발과 보급에도 앞장서고 있다. 단감연구소에서는 수확시기를 혁신적으로 단축시켜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는 추석용 단감 ‘올누리’와 소비자 선호 대과종 가공용 감인 ‘감누리’ 등을 개발하고 보급했다. 화훼연구소에서는 수출용으로 꽃 색깔과 모양이 우수하고 줄기에 가시가 없는 스프레이 장미 ‘햇살’, ‘에그타르트’ 등과 거베라, 국화 등 다양한 품종을 개발 농가에 보급하고 수출을 추진했다. 사과이용연구소에서는 사과를 잘랐을 때 갈변이 적게 되는 품종과 학교급식용으로 이용하기 편한 소형 사과를 개발하고 현장실증 등 농가에 보급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2015년 국내 최초 새송이 버섯 유전지도를 구축하였고 새송이 1호, 애린이3, 단비 등 13건에 대해 품종보호 출원 및 등록했다. 아울러, 새송이버섯 이후 새로운 차세대 품목을 발굴하고자 만가닥버섯에 관심으로 가지고 품종육성 및 재배기술 개발 등에 관해 연구했다. 그 결과 재배기간이 105일 이상 소요되는 것을 63일 이내로 단축한 갈색품종 '햇살', '햇살3호', 백색품종 '백만1호'를 육성했다. 또한 수출버섯이 갖추어야 할 우수한 저장성을 갖추고 있어 새송이버섯, 팽이버섯과 더불어 수출 효자 품목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첨단 교육시설인 에이텍(ATEC) 현장을 살펴보고 있는 정재민 원장

- 특화연구소 중에 약용자원연구소가 눈에 띈다. 약용자원은 나고야의정서 발효 등으로 더욱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남 약용자원의 특징이나 자랑거리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연구소의 연구내용과 현황 또한 궁금하다.

유전자원의 이용과 관련한 국제협약인 나고야의정서가 우리나라에서도 2017년 8월 17일 발효되었다. 나고야의정서는 우리나라 유전자원 보호의 기회가 된다. 반면, 유전자원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국내 천연물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천연화장품 업체 등 산업계는 로열티 상승, 유전자원 보호조치 강화에 따른 수급불안정 등으로 불가피한 피해가 예상되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국내 약용자원에 대한 보존·관리를 체계적으로 하여 다양한 약용자원들이 지속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

경남은 지리산권역을 중심으로 풍부한 약용자원이 분포하고 있고, '경상남도 약용작물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가 2011년 12월 29일 제정되어 약용작물 연구 및 발전의 토대가 마련되어 있다. 2016년 7월 설치된 약용자원연구소는 약용작물 신품종육성 및 품질향상 재배기술 개발을 목표로 유전자원 관리 등 약용자원의 체계적 수집·보존, 약용작물종자보급센터를 통한 생산기반 확대 및 보급체계 확립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감국＇원향＇품종 모종을 3개 업체에 55만주 통상실시 했으며 <경남 주요 약용작물 병해충별 적용농약> 책자를 발간하여 약용작물의 농약허용기준강화제도(PLS)에 대응하고 농업인 교육과 컨설팅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2016년부터 약용작물종자보급센터를 통해 매년 도라지와 더덕 등 100만주 정도의 우량종묘를 도내 필요한 농업인에게 보급하고 있다.

- 유용곤충연구소 역시 미래를 대비한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남농업기술원이 역점을 두는 곤충산업 분야는 어떤 것인가? 의약, 미용, 식용 등 분야가 다양한데, 농기원 차원에서 특화분야가 있을 것 같다.

경상남도농업기술원에서는 2012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식·의약·사료 분야 지역곤충자원산업화지원센터를 유치하였으며 올해 1월 4일 경상남도 직제개편에 의해 유용곤충연구소를 개소했다. 곤충과 관련한 전국 5개 센터 중에서 경남은 식품과 의약품, 사료분야에 특화된 센터로서 식용곤충을 이용해서 다이어트 소재, 미백 효능의 화장품 소재, 근력강화 효능의 실버푸드 소재 등 다양한 기술을 개발했다. 향후 산업곤충과 양잠, 양봉 등 다양한 곤충소재를 이용해서 식품, 의약품, 사료 등 산업화 연구를 중점적으로 추진하여 미래먹거리 확보와 곤충농가 소득증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 향후 10년 뒤의 경상남도농업기술원의 미래를 전망해본다면?

현재 경상남도농업기술원은 경남의 미래농업 100년을 준비할 이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터전으로 2026년 이전을 마칠 예정이다. 향후 10년 뒤에는 기존의 정밀농업이나 스마트농업보다 생산, 유통, 소비 등 농업 활동 전 과정에서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는 디지털농업에 대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선도 농가에서부터 보급·확산될 것이다. 이를 통해 생산-유통-소비 농업의 전 과정의 효율성·효과성 증대와 자원사용의 최적화, 환경성 증대 등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중립과 그린뉴딜 전략에 맞춰 농업기술을 개발하고 농업인들과 함께 자발적 온실가스감축과 저탄소농축산물생산 등 저탄소농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농업기술과 더불어 농업인, 소비자와 함께 동행 하면서 도민과 더 가까워지는 농업기술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는 열쇠가 농업기술이라 생각한다. 생산 뿐 아니라 부가가치를 높이는 가공, 체험, 유통 등 다양한 농업 관련 기술이 있다. 우리 농업기술원은 이러한 농업인의 소득을 높이고 노동력을 줄일 수 있는 기술개발과 보급, 농가애로 사항해결에 힘을 쏟도록 하겠다. 또한, 모든 분야에도 마찬가지겠지만 인적자원이 지속적으로 유입되어야만 그 사회를 구성하고 이끌어 갈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청년농업인은 우리 농촌 미래의 희망이고 주인이 될 것이다. 이들이 농촌에 많이 모이고 잘 정착해서 농업을 이끌고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선배 농업인들의 지도와 격려 필요할 것이다. 청년농업인은 농촌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개발하여 우리 농업·농촌과 사회를 이끌 미래 주역으로 성장해 주시길 기대한다. 경상남도농업기술원이 디지털 농업시대 대한민국의 농업을 선도하는 경남의 농업·농촌을 만들 것을 다짐해본다. 전 직원이 소통하고 도민과 함께 성장하여 다 함께 잘 사는 농업·농촌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정재길 기자  ynkill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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