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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이 아닌 그들, 어떻게 농지 살 수 있었나?국회의원 25% 농지 소유한 현실... 땅을 사랑한 장관 후보자에 돌 던질자 누구?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해서 농지를 샀다는 말은 진실일까?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인상적인 장면이 떠오른다. 주인공은 바로 2008년 환경부 장관 인사청문회장에 나온 박은경 후보자. 그는 경기도 김포의 절대농지 투기의혹을 제기하는 의원들의 질타에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할 뿐 투기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술을 사랑한 것일 뿐 음주운전과는 전혀 상관없다”, “자연의 일부인 여자를 사랑했을 뿐 불륜과는 상관없다” 는 등의 조롱이 인터넷상에서 넘쳐났다.

그런데 최근 땅 애호가 박은경 후보자도 혀를 내두를 사건이 일어났다.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지구 내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것. 민변과 참여연대는 3월 2일 기자회견을 열어 LH 직원들이 지난 24일 발표된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 내 토지를 사전에 매입한 의혹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10여명의 LH 직원과 그 배우자들이 총 10개의 필지, 2만 3028㎡, 7천여 평의 토지를 약 100억 원에 구입했고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금도 약 58억 원에 달한다. 주목할 것은 택지개발과 보상을 담당하는 공사 직원들이 1~2년 뒤에 신도시로 지정될 지역의 땅을 매입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당당하게’ 자신이나 가족 명의로.

정부는 발칵 뒤집혔다. 집값을 잡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신도시 개발의 이익을 공기업 직원들이 가져가게 생겼기 때문이다. 내부정보를 활용한 게 맞다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부동산 문제로 불붙는 민심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다. 정세균 총리는 즉각 “발본색원해야 한다”며 “총리실이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부 등 이해관계자의 토지거래 내역을 전수 조사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광명-시흥 지구는 서울 서남권 거점도시로 개발한다. 여의도 면적의 4.3배로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다. [사진=국토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대부분의 언론은 LH공사 직원들의 대담함에 혀를 내두르거나, 기강 문란이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어딘가 찜찜하다. 그들은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금전 관계나 부동산 거래가 문제가 되는 것을 보아왔을 터다. 게다가 이들이 사들인 토지는 농지다. 알뜰하게도(?) 과실수 묘목을 심었다. 나중에 영농손실 보상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농지 투기꾼들의 고전적 수법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정말 당당하게 ‘투기’했을까?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합법적 ‘투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법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법적으로는 제재할 방법이 없음을 인지했을 수 있다. 반면, 현행법 상 농민 아닌 자가 땅 사지 못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문자 그대로 법적으로는 그렇다.

우선, 우리 헌법에는 ‘농민이 농지를 소유한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을 명문화해 놓았다.「헌법」 제121조에는 “농지는 경작자만이 소유할 수 있으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한다“고 되어있다. 이를 바탕으로 제정된「농지법」상의 농지에 관한 기본이념 보자. “농지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유ㆍ이용되어야 하며,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된다”라고 못을 박아두었다. 그래서「농지법」에 따르면,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주체는 실제 농사를 짓는 농업인, 영농조합법인, 농업회사법인 등이다. 예외도 있다. 대표적인 게 상속이다. 또다른 경우는 주말·체험영농 용도로 쓸 때다. 다만, 이 경우라도 세대원 전부가 소유한 면적이 합계 1000㎡를 넘으면 안된다. 투기꾼들이 애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를 포함해 「농지법」이 허용하는 비농민의 농지 소유 조항은 16개에 이른다. 비 농민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예외를 둔 것이다.

다른 방법도 있다. 농업회사법인을 통하는 경우다.「농어업경영체법 시행령」을 보자. 농업인 또는 농업생산자단체가 아닌 자의 출자할 수 있는 한도는 총출자액이 80억 원 이하인 경우는 90%로 되어있다. 10% 농민 지분만 있으면 농업회사법인을 세워 얼마든지 소유가 가능하도록 한 것. 역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법의 허점을 이용한 투기 사례가 여지없이 적발됐다.

감사원은 2월 말 농식품부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는데, 이중 농업회사법인의 부동산 투기행위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하나의 사례를 살펴보자. 부산광역시 연제구에 소재하는 A농업회사법인은 2017년 5월 B로부터 하동군 소재 농지를 매입했다. 6월에는 벼를 재배하는 것처럼 허위로 작성한 농업경영계획서를 첨부해 ‘농지취득자격증명서’ 발급을 신청하고 하동군으로부터 신청 당일 이를 발급받았다. 이후 7월에는 소유권 이전 등기를 완료한다. 이런 식으로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하동군 소지 16필지를 사고 팔아 6억 2천9백만 원의 매매차익을 올렸다. 짧게는 매수 당일 길게는 147일 동안 보유만 하다가 매도했다. 전형적인 땅장사, 부동산 투기다. 이처럼 부동산 매매로 돈을 번 농업회사법인 16개 업체가 이번 감사에서 확인됐다. 감사원은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농식품부와 지자체에 해당 법인들을 고발 조치하라고 통보했다.

사실 농지가 정확하게 누가 소유했고 어떻게 사용되는지 정확한 실태가 파악되지 못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자체와 합동으로 2020년부터 ‘농지원부’ 일제 정비를 추진해오고 있다. 올해 말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농지원부에는 농업인 일반사항, 농가 구성원, 소유농지, 임차농지 현황 등을 등재한다. 이를 전산화하면 농지 소유와 사용의 현실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는게 농식품부의 구상이다.

하지만, 법의 구멍은 크다. 사회지도층에게는 특히 그렇다. 경실련과 전농 등이 지난 2월 1일 발표한 21대 국회의원 농지소유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25%에 해당하는 76명의 의원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평당 100만원이 넘는 농지를 가지고 있는 의원이 4명, 1ha 이상도 8명이었다. 통상 농민들의 토지가 평당 7~8만원선에 거래되고, 농지법상 비농민 소유 상한이 1ha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투기나 현행법 위반의 의혹도 제기된다. 만약, 의원들이 돈과 땅을 정의보다 사랑한다면, ‘비농업인 지주’를 제한하는「농지법」개정에 나설 수 있을까? 나아가 자신들이 소유한 농지를 국가가 운영하는 농지은행에 처분해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도록 솔선수범할 용의는 있는지도 묻고 싶다.

참고로「농지법」에 따른 농지소유제한을 위반하여 농지를 소유할 목적으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는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 때문에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받은 농업회사법인들은 고발 조치되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고 배웠다. LH 공사 직원들은 물론이거니와 장관 후보자, 국회의원에게도 예외는 없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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