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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국산화 그리고 식량자급의 미덕2021년 삼일절을 맞는 단상... 그날 조상들은 왜 거리로 나왔을까?

3·1운동이 102돌을 맞았다. 그 정신은 대한민국 존립의 근거가 됐다. 국가의 구성과 운영 원리를 규정하는 최고의 규범인 헌법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전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후략)”

정부 수립의 기원을 3·1운동에 둔다는 명확한 문구다. 왜 일까? 우리나라 최초로 학생, 노동자 등 일반 시민이 들고 일어나 주권이 그들에게 있음을 증명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독립선언문을 작성한 민족대표 33인이 주도했지만, 광장에서의 외침은 시민들에 의해 주도됐다. 오롯이 시민의 힘으로 4월말까지 두 달 동안 일본 경찰의 폭력적 진압을 견디며 민주적, 평화적, 자주적으로 정치적 의사를 밝힌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다. 3·1운동 다음 달인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헌법을 반포하며 정식 출범을 알린다. 본국에서의 시민운동에 자극을 받아 여러 독립운동 단체들이 힘을 모아 단일 정부를 조직한 것. 대한민국의 시작이다.

이 대목에서 100년 전 우리 조상들은 왜 독립을 위해, 자유를 위해 목숨을 내놓고 저항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당시 혹자들은 “독립이 밥 먹여주냐, 그렇게 난리쳐봐야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우리가 일본보다 잘난 게 뭐가 있냐”라며 비아냥댔을 것이다. 정말 독립과 자유가 밥 먹여주지 못할까? 대답은 노, 최소한 경제적 측면에서는 자본과 기술의 독립이야 말로 성장의 요체다. 그래서 해방 이후 정부가 주도한 한국경제에 있어 국산화는 신앙과도 같았다. 일종의 경제적 독립 운동인 셈이다.

삼일운동 당시 현장 [사진=국립기록원]

대표적인 게 자동차 산업이다. 한국은 이제 생산량 세계 5위의 자동차 강국이다. 국산화율은 99% 수준에 이른다. 엔진을 포함 거의 대부분의 부품을 우리나라 기술로 만들고 있다. 하지만 식민지와 전쟁을 겪은 70년 전만해도 우리 기술로 자동차를 만든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주영 회장은 현대자동차 설립 초기부터 외국에게 기술이 종속되어서는 안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다. 1967년 설립된 현대자동차는 미국 포드 (Ford)와 제휴를 맺은 단순 조립업체에 불과했다. 언제든 상대방의 요구에 따라 납품단가 등이 조정되어 사업 여건이 불확실했다. 결국 1972년 포드와의 협상 결렬되면서 발주처를 잃었다. 그래서 1973년부터 독자개발을 시작했고 처음 내놓은 모델이 ‘포니‘다. 당시 회사 내부에서는 독자 모델은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그럼에도 정주영의 특명을 받은 정세영 사장이 끝까지 밀어 붙여 성공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1975년 출시 당시부터 국산화율 85% 이었던 포니는 최초로 미국에 수출된 자동차이기도 하다. 이후 현대자동차는 엑셀, 엘란트라, 소나타 등을 연이어 미국 시장에 수출하며 기술력을 입증하게 된다. 현대차 신화의 시작은 국산화로 독자 기술력을 갖게 된 포니로부터 시작됐다.

이때를 기점으로 한국은 일본에 이어 아시아 두 번째로 국산 자동차를 생산하는 국가가 됐다. 완성차를 국산화하고 나면 이후 부품 등 전후방 연관 산업이 성장한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면서 구매력을 키워 내수가 진작된다. 모든 국가에서 자동차 산업을 키우려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산화로 기술을 개발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동시에 일자리를 만들어 국가경제를 성장시킨다’는 역대 정부의 전략도 궤를 같이 한다.

현대차 최초의 독자 모델 '포니' [사진=현대자동차]

그럼 자동차 산업만큼이나 중요한 먹거리 산업의 국산화율은 얼마나 될까?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45.5% 수준이다. 가축 사료를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21%로 뚝 떨어진다. 쌀이 92.1%로 자급 가능한 거의 유일한 곡물이다. 나머지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밀 0.7%, 대두 26.7%, 옥수수 3.5% 등으로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다. 곡물의 80%를 다른 나라에서 사서 먹는 상황이니 주요 곡물 수출국의 생산현황과 국제 곡물가의 변동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처지다.

다행히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그동안은 그런대로 넘어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심상치 않다. 그간 큰 변동 없었던 국제 곡물 시세가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며 출렁거리기 시작한 것. 중국이 급격하게 구매를 늘리고 남미 주요 재배지의 일기악화 등으로 원인이다. 국제 곡물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6개월째 상승세다. 특히 사료의 원료인 옥수수는 지난해 평균 톤당 200달러 수준이었으나 올해 1분기 평균 가격은 241달러로 20% 상승했다. 2월말 현재 시세는 290달러 후반까지 급등하며 지난해 평균 가격과 비교하면 40~50% 올랐다. 곡물가 급등으로 국내 사료회사들은 가격인상을 시작하거나 예고하고 있다. 이렇게 사료가격이 오르면 축산농가도 고기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 소비자 물가가 오른다는 뜻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수입이 줄고 심지어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많은데 물가가 오르면 민생은 곤두박질한다. 민심이 분노하기 딱 좋은 상황이 될 수 있다. 4월 재보선과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는 지난 2월 17일 관계 부처, 곡물 관련 업계 및 협회,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국제곡물 자문위원회’를 열고 국제곡물 수급 상황을 점검했다. 자문위원회 회의에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 제분․사료 등 업계와 협회, 학계, 한국농식품유통공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 관계자가 참석했다. 정부는 ▲수출제한 조치ㆍ물류 상황ㆍ작황 등 주요 수출국 동향, ▲국제곡물 수급 상황, ▲환율, ▲유가, ▲국내 반입가격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다. 향후 ‘국제곡물 자문위원회’를 정례적으로 열어 곡물 관련 업계와 긴밀하게 협력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대처가 단기적 대응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70년대 오일쇼크를 겪으며 세계는 자원이 언제든 무기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식량도 마찬가지다. 국제 가격이 오르면 수출국은 출하량을 줄일 것이고 천정부지로 수입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수입국 경제는 버텨낼 수 없다. 농업을 단순히 식량 공급의 수단으로만 볼게 아니라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전국가적 전략이 필요하다. 개방화된 시대라 과거와 비교하긴 어렵다하더라도 자동차 산업의 국산화 과정은 좋은 예다. 

독립 운동을 하듯 식량의 국산화도 절실하게 추진할 때다. 독립 운동할 때도, 현대차가 포니 만들 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게 되겠냐고 비웃었다. 낙심과 절망의 한계를 넘어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일궈낸 선배들의 도전이 더욱 고마운, 2021년 3월 1일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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