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계란이 비행기에 실려 수입되는 화면이 뉴스에 등장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픽사베이]

미국산 계란이 비행기에 실려 수입되는 화면이 뉴스에 등장했다. 계란이 부족하니까 부랴부랴 미국에서 수입해온 것일 게다. 그런데 계란은 왜 부족해졌을까? 이유는 과도한 ‘예방적 살처분’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양계협회, 육계협회, 오리협회 등 가금관련 협회 측의 주장이다.

올겨울 가금농가들의 살처분에 대한 문제제기가 유독 심하고 계란 및 닭고기 수급에 비상등이 켜진 이유는 예방적 살처분 범위가 기존 발생농장 반경 500m에서 3km로 강화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AI가 발생하지 않은 가금류까지 대거 살처분되면서 계란과 닭고기 수급에 차질이 생긴 것이라고.

대한양계협회의 주장이 다소 충격이다. 대한양계협회는 “1월 중순까지 계란을 생산할 수 있는 산란종계 9만 마리 정도가 살처분됐다. 살처분된 산란종계만 따져봐도 약 30억 개의 계란이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30구 계란 한판이 1만원 대까지 치솟았던 2017년에도 산란종계 3분의 1이 살처분됐다. 지금 상황도 마찬가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양계협회는 또 “과도한 방역조치로 양계농가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정부는 계란 수급안정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계란을 수입해 농가를 두 번 죽이고 있다”고도 했다.

한국육계협회도 상황은 비슷해 보인다. 한국육계협회는 지난 1월 중순까지 AI 발생 농가는 총 66호의 507만 수(마리)지만, 실제 살처분된 숫자는 1883만 수라고 밝혔다. AI가 발생하지 않은 246농가의 1300만수가 함께 살처분됐다는 것이다.

가금업계에는 예방적 살처분의 확대조치는 1년 뒤에도 계란부족, 닭고기 부족사태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방역조치가 과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AI 발생농장 3km 반경 농가들에 예방적 살처분을 시행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고 성토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환경이 비슷한 대만, 일본, 네덜란드, 덴마크 등의 사례를 참고해서 좀 더 유연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가금업계 관계자들은 보여주기식 AI 방역정책이 아닌 실질적이고 과학적인 접근방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오리협회는 “정부의 무분별한 예방적 살처분 정책으로 오리의 정상적인 입식마저 불가능한 상황이다. 관련법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지난 20일 한국동물보호연합회 등 45개 단체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의 예방적 살처분 방식은 비과학적인 동물 대학살이며 실패한 정책이다. AI 예방백신 도입을 근본적인 대책으로 삼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찬래 기자  kcl@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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