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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용작물이 창도 되고 방패도 되는 시대21세기 문익점은 더 이상 없다... ‘나고야 의정서’와 생물자원 활용 경쟁

날이 추워지면 뜨끈한 국물이 그리워진다. 누군가는 호빵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추울 때 생각나는 우리나라의 역사적 인물은 없을까? 충분히 있을 법 한데, 그게 문익점(1329~1398)은 아닐까? 한반도의 후손들이 맹추위에도 따뜻한 솜옷을 입고 살아온 게 문익점이라는 인물 덕분 아닐까? 목화씨를 붓두껍에 몰래 숨겨왔다는 전설로 보면, 당시에도 목화씨 반입과 반출은 국가의 허락이 필요한 일이었던 모양이다.

만약 2021년에 문익점이 그랬다면? 중국에서 어떤 생물자원을 몰래 반입해 특허출원도 하고 상품화해서 팔았다면? 김치와 파오차이를 놓고도 온라인 전투(?) 중인 한중 관계를 감안하면, 결코 웃어넘길 일이 되진 않을 것 같다. 아마도 그런 상황이라면 중국은 당연히 ‘나고야 의정서’라는 걸 들이밀며 한국을 압박할 것이다.

외국에선 이런 일도 있었다. 일본과 인도네시아 사이에서 벌어진 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화장품회사 시세이도는 인도네시아 자생식물 ‘자무’에서 추출한 원료로 'UV White' 브랜드의 미백, 노화방지 화장품을 개발했다. 51건의 자무 추출물 관련 특허도 출원했다. 그러자 2001년 인도네시아 민간 환경단체들이 일본 시세이도를 향해 거센 항의를 쏟아냈다. 그런 행위는 인도네시아 토착민에게 대가도 지불하지 않은 ‘생물 해적행위’ 아니냐는 것이었다. 놀란 시세이도는 회사 이미지와 브랜드의 중요성 때문에 부랴부랴 2002년 특허를 자진 철회하고 말았다. 실화냐고? 당연히 실화다.

짐작하다시피 ‘나고야 의정서’란 생물자원 보유국가-이용국가 사이에 사이좋게 주고받으며 살자는 약속이다. 안 지키면 무척이나 곤란해진다. 우리나라도 2017년 참여국이 됐으며, 현재까지 대략 126개국이 비준을 완료했다. 앞서 언급한 일본과 인도네시아의 분쟁사례 뿐 아니라 미담도 당연히 존재한다. 서로 신사적으로 행동한다면 얼마든지 서로 윈-윈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도 여러 개다.

스위스 노바티스(Novartis)와 태국 바이오테크(BIOTEC)는 의약품의 원천으로서 미생물과 미생물 추출 자연화합물의 이용가능성을 모색할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1단계 협력계약(2002~2005년), 2단계 협력계약(2008~2011년)을 체결했다. 협력관계 동안에 얻어진 미생물은 추출전문성을 지닌 태국의 바이오테크 자산으로 인정. 이후 양자는 미생물과 자연화합물의 소유권을 공유했고, 태국 바이오테크는 계약서에 명시된 만큼의 비율로 판매에 대한 지불이용료를 스위스 노바티스로부터 받았다. 또한 노바티스는 연구부서의 제약 개발기술 분야와 관련, 총 6번의 인턴십을 태국과학자들에게 제공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아직 나고야 의정서와 관련해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한 예로 중남미국가인 에콰도르가 우리나라를 ‘생물해적행위국가’로 꼽았기 때문이다. 자국의 유전자원에 대한 특허를 가장 많이 신청한 미국, 독일, 네덜란드, 호주, 한국을 생물해적행위국으로 지목한 것이다. 에콰도르는 이들 5개국이 에콰도르의 유전자원 접근승인 없이 관련 제품에 특허 출원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에콰도르는 이러한 특허에 대해 무효화 신청을 진행할 예정이며, 한국과 전략적 경제협력협정(SECA) 협상에서 유전자원의 사전이용 허가와 이익공유 부분을 조문에 명시하자고 요구했다.

나고야 의정서 이행체계 [자료=한국ABS연구센터]

 

◇ 에콰도르가 5대 ‘생물 해적국’으로 지목한 한국... 구체적 대책은 있나?

코로나19는 제약산업 뿐 아니라 바이오산업과 생물자원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증대시켰다. 생물 유전자원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하고도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함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그러나 나고야 의정서 발효 3년 남짓한 시간 동안에 국내상황은 변한 게 별로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건강식품, 의약품, 화장품 등의 핵심 원료를 해외에서 대부분 수입하는 것도 변하지 않았고, 수입국의 첫 번째가 중국이라는 점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는 이런 뼈아픈 지적도 나왔다. 약용작물 , 그 중에서도 도라지와 황기 등의 종자가 대부분 중국산이라는 것. 경대수 의원(자유한국당)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약용작물 종자 수입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약용작물 13개 품목의 종자 수입량은 2013년 10톤에서 2017년 46톤으로 5배 가까이 늘어났다.

가장 많이 수입된 종자는 도라지 90톤, 황기 46톤이었으며, 이들 대부분이 중국산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경 의원은 “국산 약용작물 종자 생산 현황은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중국산 종자에 의지하다보면 결국은 종자주권을 (중국에) 빼앗기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와 같은 ‘차이나 리스크’는 약용작물 종자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감초, 녹용 같은 한약재의 30%는 중국 등에서 수입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나고야 의정서 때문에 앞으로는 중국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한약재를 수입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중국이 생물자원(한약재) 보유국으로서 나고야 의정서를 앞세워 주권을 주장할 여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매우 발 빠르게 대처중이다. 중국이 지난 2017년 입법예고한 내용이 충격적이다. 중국의 생물자원(한약재, 종자, 미생물 등)을 이용해 발생한 이윤의 0.5~10%를 국가생물유전자원보호 및 이익공유기금으로 내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한국에는 ‘사드’와 관련해 최대 10%를 적용할 수도 있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차원에서는 약용작물 분야의 종자보급이 한창이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2019년부터 ‘약용작물종자협의체’를 꾸려 30여개 약용작물에 대한 종자공급을 시작했다. 사진은 약용작물 이미지 [사진=농촌진흥청]

◇ 중국의존도 심한 국내 약용작물 종자와 한약재...‘차이나 리스크’ 대비해야

그렇다면 중국으로부터 한약재를 수입하지 않으면 만사형통일까?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가능하지 않다. 만약 코로나19 치료제라고 중국이 내세우는 ‘청폐배독탕’이 정말로 코로나19에 특효약이라고 가정해보자. 그 때 만약 청폐배독탕을 만드는 약재가 우리나라에 절대 부족상황이라면 어떻게 될까? 물론 가정이지만, 만약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중국에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청폐배독탕의 원료 한약재를 수입해야만 된다는 뜻이다. 물론 나고야의정서의 청구비용이 거기에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듯 잠재적 위기나 위험에 대비해 토종 한약재 재배량을 늘리는 등의 대책이 우선되어야만 한다. 이는 한약재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화장품·의약품 산업은 원료의 54%를 해외에서 수입중이다. 특히 주요 원재료 수입국이 중국인 점도 한약재 분야와 동일하다. 즉, 중국에 대한 로열티 부담이 나고야 의정서 발효와 함께 더욱 커진 상황. 나고야 의정서에 따른 생물자원의 추가 로열티 비용은 의약품, 화장품을 합쳐 연간 약 14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그래서 국내 화장품,의약품 업체들은 자생 생물을 이용한 소재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국콜마는 국내 자생식물인 어리연꽃, 낙지다리 등 2종에서 유효성분 개발에 성공했다. 어리연꽃에서는 항염ㆍ피부보습에 효과적인 플라보노이드 글리코사이드 소재를 개발, 국내외 특허도 출원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나고야 의정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울릉국화. 납작콩 같은 신품종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중이다.

정부차원에서는 한약재, 즉 약용작물 분야의 종자보급이 한창이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2019년부터 ‘약용작물종자협의체’를 꾸려 30여개 약용작물에 대한 종자공급을 시작한 것. 약용작물종자협의체에는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도(道)농업기술원, 지역별 약용작물보급센터,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등 14개 기관이 참여중이다.

올해 2021년에는 33품목의 약용작물 종자를 도 농업기술원 등을 통해 보급하기로 했다. 33품목은 강황, 갯기름나물(식방풍), 고삼, 구릿대(백지), 단삼, 더덕, 도라지(길경), 독활, 둥굴레, 마(산약), 만삼, 맥문동, 반하, 방풍, 배초향(곽향), 백수오, 삼백초, 삽주(백출), 소엽, 쇠무릎(우슬), 엉겅퀴, 오미자, 일당귀, 작약, 잔대, 지치, 지황, 천문동, 초석잠, 하수오, 향부자, 현삼, 황정이다. 

올해는 약용작물에 대한 농가의 관심과 요구사항을 반영해 지난해 보급 품목에 없었던 오미자 종근과 종자, 반하 종묘, 방풍 종자를 추가했다.

농촌진흥청은 “국가가 주관하는 협의체를 통해 약용작물 육성 품종을 농가에게 직접 보급함으로써 국산 품종의 점유율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며, “국산 약용작물 종자 공급이 확대돼 나고야의정서 발효 등에 따른 피해를 줄이고 수입작물을 대체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 국산 약용작물 점유율 향상, 나고야 의정서 대비한 '창'과 '방패’

한편 농촌진흥청은 약용작물 소비 활성화 및 대중화를 위해 겨울철 차로 마시기 좋은 약초로 ‘지황’과 ‘감초’를 추천하고, 맛있고 건강하게 즐기는 방법을 소개했다. 지황은 허약체질을 개선하고 기운을 북돋우는 약재로 알려져 있고, 피를 보충해 주는 보혈제로도 쓰인다. 감초는 한방 처방에 빠질 수 없는 약재로 해독 및 기침.담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장재기 약용작물과장은 “따뜻한 약초차는 겨울철 한기로부터 체온을 유지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며 “피로 해소와 감기 예방에 좋은 유자차와 귤피차, 혈액 순환에 도움을 주고 기침 등에 효과가 있는 생강차처럼 다양한 약초차 가공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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