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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른 'CPTPP'... 농민 위한 대책 빈틈 없나?‘농업 패싱’ 소리 들어선 안돼... 농정당국, 농민 보호하는 특단의 대책 강구해야

CPTPP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이란 게 농림축산식품 분야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의 신년 화두로 떠올랐다. 가입할 경우 농업분야 피해가 클 것이라는 게 중론인데,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이 CPTPP에 가입하고 중국으로부터 빠져나오는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나섰다.

KDI보고서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과 수입 비중이 2006년 35%, 29%에서 2019년 17%, 14%로 급감한 점을 CCTPP가입의 당위로 꼽고 있다. 한국의 대 중국 수출이 감소할 게 뻔한 상황에서 CPTPP가입은 수출시장 다변화를 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이유다. 쉽게 말해 여기에 가입해서 중국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시장을 열자는 것.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8일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미국의 CPTPP 재가입 시엔 우리도 가입을 적극 검토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문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발표한 신년사에서도 포괄적·점진적 CPTPP 가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쯤 되면 가입은 시간문제 아닌가 싶다.

농민 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농업의 희생을 전제로 또 다른 개방을 준비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다. 숱한 개방 협정 속에서 농업부문 피해를 다른 걸로 보전한다며 마련한 ‘무역이득공유제’란 것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마당에 정부를 더는 못 믿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무역이득공유제는 1조 원 조성이 목표였지만 대다수 기업들의 불참으로 1100억원 정도만 모아진 상태. 있으나 마나한 생색내기용 제도 아니냐는 비판도 감수해야할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CPTPP 가입 시엔 쌀이 제일 먼저 위험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쌀은 일본과 미국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의 큰 관심사여서 더더욱 그렇다. 실제로 오바마 정부 때인 2015년 미국은 한국의 쌀 시장 추가 개방을 요구한 적도 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쌀만큼은 지속적으로 보호하겠다고 장담했지만, 급변하는 국제 협상 환경에서 애초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는 어느 누구도 모를 일이다.

CPTPP가 농림축산식품 분야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의 신년 화두로 떠올랐다. 가입할 경우 농업분야 피해가 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이 CPTPP에 가입하고 중국으로부터 빠져나오는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나섰다. [사진=픽사베이]

◇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는 또 하나의 ‘농업 패싱’?

CPTPP는 지난 2018년 3월 일본 주도로 호주·뉴질랜드·캐나다·멕시코·칠레·페루·싱가포르·베트남·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 11개국이 정식 서명해 출범했다. 당초 정부는 2018년 상반기 내에 CPTPP 가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는 게 좋겠다는 판단으로 가입을 미뤄왔다. 2021년 현재 우리 정부의 입장은 가입 시기만 조율하면 되는 단계까지 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농업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농업계는 강하게 CPTPP 가입 검토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농촌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하면서 CPTPP 가입을 추진한다면, 농업계와 마찰이 불가피할 거라는 경고까지 나왔다.

그렇다면 정부가 가입을 기정사실화한 마당에, 농업부문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일단 CPTPP 회원국들의 평균 관세철폐율이 최소한의 완충장치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우리나라 농식품 HS 코드를 기준으로 96.3%인 CPTPP 평균관세율을 감안해, 남은 3.7%안에서 우리 농산물이 최대한 보호될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농림축산식품부가 모를 리 없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8년 말 ‘CPTPP 농업 분야 영향 및 대응방안 연구’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취합해 대책마련의 기준점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농식품부는 "CPTPP에 가입하는 경우를 가정해 참여국별 상품 양허에 대응전략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농업분야 수입 민감 품목과 수출 전략 품목을 미리 골라보자는 취지도 있다고 했다. 농업 분야에서 추가로 개방 요구가 들어올 것에 대비한 전략수립의 일환이라고도 말했다. 양허란 일정 세율 이상으로 관세를 물리지 않도록 하는 것 또는 일정 서비스 업종을 개방하기로 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또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농산물 주요 수입국인 일본이 CPTPP를 체결하면서 쌀 관세 유지 대가로 호주에 8400 톤의 쌀 무관세 쿼터를 내준 점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그런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를 대비해야 되기 때문. 또한 외국산 신선상태의 사과. 배 등 과일을 수입해야 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는 점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충해 등을 이유로 현재는 수입을 금하고 있지만, CPTPP 가입 이후에는 엄밀한 과학적 근거자료 없이 이를 금하는 게 불가능해지기 때문.

아울러 CPTPP 가입시에 주요 과일 및 축산물 수입 허용이 지역별ㆍ구획별로 세분화할 수 있는 점도 준비 사항이다. 또한 공기업 우대금지 조항(국영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제한해야 함) 역시 철저히 대비해야할 부분이다. 정부나 농협.축협 등의 농업지원정책이 이로 인해 가로막힐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RCEP(15개국)과 CPTPP(11개국) 가입국 비교 [자료=산업통상자원부]

◇ 농림축산식품부, CPTPP 가입 대비해 2018년 말부터 대책마련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대책도 눈길을 끈다. CPTPP 가입 상황을 대비, 농산물 순수입국이자 우리와 농업여건이 유사한 일본의 협상전략과 민감품목 양허유형을 참조하자는 것이다. 관세 부분감축, TRQ 제공 및 현행관세 유지, 특정국 양허 등이 이에 속한다. 이로써 FTA 기체결국으로부터 농축산물의 추가적인 개방에 따른 파급영향을 최소화하는 양허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

또한 ‘관세 부분감축’을 민감 품목의 기본적인 양허방향으로 삼는 게 바람직할 수도 있다는 게 농촌경제연구원의 제언이다. 한편, 일본의 고품질 과일, 축산물, 유제품 등의 수입이 증가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농식품 양허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CPTPP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11개국과 개별 협상을 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대책을 마련하면서 각국의 이해관계를 면밀히 분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CPTPP 가입에 대해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가입 여부도 가입 시기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하지만 그간의 대외시장 개방 관련 입장이나 정부 발표를 분석해보면, 가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대책이라도 철저하게 마련해둬야 할 것이다. 특히 늘 개방으로 인한 피해를 입은 농업과 농촌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만 한다. 그게 없는 대책은 어쩌면 농민들에겐 말장난처럼 들릴지도 모를 일이다.

정부와 농식품부가 농촌과 농업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도 없이 영국이나 미국 등 힘센 국가들과 함께 가입해 피해를 최소화하라는 등, 중국의 반발이 거셀 것이므로 대비하라는 등의 제언만 남발하고 있지는 않는다고 믿고 싶다. 아마도 농촌과 농민을 위한 더욱 탄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쪼록 우리 정부는 농민을 위하고 보호하는 CPTPP 가입 협상을 진행하기를 주문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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