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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의 절반인 농촌, ESG 중심 무대로 주목무디스 1등급으로 세계 정상 인증... 환경·사회부문 풀어야 할 과제 있어

기업은 법적인 인격을 갖는다. 비록 사람과 같이 영혼과 육체는 없지만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생물과 같다. 그래서 탄생해서 성장하고 늙고 병들다 죽는 사람처럼 일생이 있다. 창업(탄생)하면 언젠가는 죽음(파산/청산)을 맞는 것이 기업의 운명이다. 그런데 이 기업에 돈을 대주는 투자자들 입장에선 죽지 않고 영원히 잘 살면서 꼬박꼬박 대가를 챙겨 줬으면 한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투자자들의 중요 관심사가 됐다. 기업들도 이걸 맞추려고 애를 쓴다. 그래야 투자자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원래 지속가능성이란 생태학에서 나온 개념이다. 생태계가 생태의 작용, 기능, 생물 다양성, 생산을 미래로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인간의 문명이 발전하고 인구가 늘면서 환경을 파괴하게 됐다. 이게 지나쳐 생태계가 무너지면 결국 사람도 생존할 수 없다. 따라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인간도, 문명도 ‘지속가능’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지구의 일원이므로 자연과 더불어 존재해야 계속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은 로마클럽이 1972년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란 보고서에서 처음 언급했다. 이후 인간활동, 경제나 경영, 기후와 환경, 국가정책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인간과 자원의 공생, 개발과 보전의 조화, 현 세대와 미래 세대 간의 형평 등을 추구할 때 가능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후 국제사회는 이 문제를 고민해왔다. UN은 2000년 9월 뉴욕 국제연합 본부에서 개최된 밀레니엄서미트에서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를 채택했다. 2015년까지 빈곤의 감소, 보건, 교육의 개선, 환경보호에 관해 지정된 8가지 목표를 실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자 UN은 2016년 곧바로 ‘지속가능 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세웠다.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게 하자(Leave no one behind)”라는 슬로건이 의미심장하다.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함께 이행중이다. 빈곤종식, 건강과 웰빙, 깨끗한 물과 위생, 불평등 해소 등 17개 목표 및 169개 세부 목표로 구성되어 있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인간도, 문명도 ‘지속가능’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지구의 일원이므로 자연과 더불어 존재해야 계속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최근에는 기업과 국가의 운영에 ‘ESG’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ety), 지배구조(Governance)와 관련된 영역에 자원을 충분히 배분해 운영하는 조직이 좋은 성과를 지속한다고 보는 시각이다. 기업과 정부는 환경 보호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어야 한다는 믿음에서 기인한다.

특히 투자자들은 의사결정에 앞서 기업의 재무적 성과 뿐 아니라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ESG 등의 비재무적 요소를 평가하고 있다. 특히, 국민들의 돈을 운용해 투자하는 연기금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2000년 영국을 시작으로 스웨덴, 독일,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등은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공시 의무제도’를 도입했다. 쉽게 말해 세계적인 큰 손들은 ‘착한 기업이 돈도 잘 벌고 망하지 않고 오래 간다’고 여긴다.

국가의 경우, ESG를 잘 이행하고 있으면 신용평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 18일 국제 신용평가사 Moody’s(무디스)는 전세계 144개국에 대한 <ESG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이번 평가에서 선진국 그룹에 속한 독일, 스위스 등 11개국과 함께 1등급을 받았다. 미국은 2등급, 일본은 3등급이었다. 중국은 신흥국 그룹에서 3등급을 받았다.

특히 한국은 지배구조 분야 중 ‘제도’, ‘정책 신뢰성 및 효과성’, ‘투명성 및 정보공개’, ‘예산 관리’ 등 4가지 세부항목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았다. 우리나라가 주요 국가들보다 환경 친화적이고, 사회적 문제를 잘 해결하며,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인증인 셈이다. 무디스는 “이번 ESG 평가가 ‘국가신용등급’의 평가에 높은 연관성을 가진다”고 언급했다.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 정상급 ‘지속가능성을 가진 국가’에 속한다. 분명 축하할 일이다.

이번 평가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다. 한국은 종합평가에서는 1등급이지만 일부 항목에서는 2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환경은 ‘탄소 전환’, ‘기후 변화’, ‘수자원 관리’, ‘폐기물 및 공해’, ‘자연 자본’ 등 5가지 세부항목에서 모두 2등급을 받았다. 사회부문에서도 빠른 고령화 영향으로 ‘인구’ 등 분야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환경과 인구는 우리 정부의 숙제가 됐다.

국제 신용평가사 Moody’s(무디스)는 전세계 144개국에 대한 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이번 평가에서 선진국 그룹에 속한 독일, 스위스 등 11개국과 함께 1등급을 받았다. [사진=무디스]

이중 탄소전환, 수자원, 자연자본, 기후변화 등은 농업·농촌과 연관성이 있다. 농업인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자연 환경과 경관을 유지하는 공익적 가치를 만든다면, 농업인은 낮은 평가를 받은 ESG 부문에 기여하게 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익형 직불제’를 확대하면 궁극적으로 국가신용도를 올릴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이것은 곧 한국기업의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참고로 2020년 기준 전국의 농림지는 4만 9301㎢로 국토 전체의 46.4%를 차지한다. 환경문제를 해결에 농촌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한편, ESG는 국내 대기업들에게 이미 경영 철학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SK그룹이다. SK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9월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는 이미 기업 경영의 새로운 원칙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를 축으로 하는 파이낸셜 스토리 경영을 설정하고 방법론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사회적 가치에 연계된 실적, 주가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꿈을 하나로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생존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 ESG가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코로나를 겪으며 우리 기업들은 오히려 체질 강화의 기회가 됐다. 한국은 제조업 설비를 갖추고 있는데다가 효과적인 방역으로 전면적인 봉쇄와 기업 활동의 중단을 겪지 않았다. 배터리와 바이오, 반도와 자동차 등 주요 기업의 가치가 크게 성장했다. 이를 증명하듯 주식시장은 코스피 3천 포인트를 가뿐히 넘었다. 꿈으로 여기던 수치다. 이 기세를 몰아 우리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위주로 경영 철학과 시스템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면, 주식시장은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새로운 경지로 접어들 것이다.

여기에 농업·농촌의 역할이 있다. ESG의 향상을 실현하는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무디스의 평가 중 환경 분야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다. 국토의 절반을 차지하는 농촌이 ESG를 선도한다면 정부와 기업이 농민들의 손을 잡고 협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혜를 받는 측이 있다면 응당 농업·농촌에 보상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공평할뿐더러 성과를 촉진할 수 있는 길이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전략 수립과 사회적 합의에 농정당국이 적극 나설 때다. 활약을 기대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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