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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유통약자’ 위한 대책 마련 시급하다경북-전남-서울시-전북 등 지자체들이 앞장 선 농산물 유통 개혁에 주목

코로나19 하나로 설명 가능했던 지난 2020년에 농업. 농식품 분야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건 뭘까? 지난여름의 긴 장마와 농작물 피해도 떠오르고, 비대면 농식품 거래 활성화, K푸드 수출 약진이란 항목도 빼놓을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누가 뭐라 해도 가장 근본적이고 묵직한 키워드 또는 문제 제기는 지난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 ‘농산물 유통 개혁’에 대한 목소리 아닐까?

특히 가락시장의 농산물 유통방식에 대한 공영방송 KBS 시사기획 프로그램 ‘창’에서의 뼈아픈 지적은 농민이 아니라도 쉽게 수긍할 수 있는 내용 아니었을까. 농산물 유통, 특히 가격결정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왕따’ 당하는 농민들의 현실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20년 가까이 농민, 학계 전문가, 소비자단체들은 생산자(농민)이 농산물 가격 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함을 그토록 강조해왔을 것이다. 그렇기에 농산물 유통 단계를 줄이는 '시장 도매인제'라는 이미 존재하는 제도부터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역설해왔을 것이다. 그런데도 농림축산식품부와 가락동 도매법인들은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소극적이기만 하다. 그 이유가 뭘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결론적으로 말해, 가락시장엔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하다. 더 쉽게 말해 ‘농산물 유통개혁’이 온-오프라인을 망라해 전체 농산물 거래 시장에서 진행되어야만 한다. 이는 더 이상 농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유통관계자, 대형 시장, 기업들만 이익을 취하는 구조가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농업계의 시대정신’이기도 하다. 대통령(직속 농특위), 농식품부,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서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제 값을 받고 팔려나가는 선순환 시스템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락시장 전경 이미지 [사진=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홈페이지]

 

◇ 곳곳서 터져 나온 ‘농산물 유통 개혁’ 목소리...이는 ‘농업계의 시대정신’

지난 10월엔 이런 일도 있었다. 서울시가 전라남도와 손잡고 전국 최초로 2023년에 서울 가락시장에 ‘전남형 공영시장도매인’ 도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나온 것. 시장도매인제는 쉽게 말해 경매 없이 생산자와 유통인(시장도매인)이 협상해서 농산물을 유통하는 거래제도. 전라남도가 ‘시장도매인 법인 설립’에 공동 출자함으로써 농산물 유통개혁에 앞장서겠다고 공식선언을 한 것이다. 전라남도의 목표는 유통비용 절감. 그렇게 함으로써 약 8%의 유통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2023년 완공될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도매권 1공구(채소2동)에 전라남도를 비롯한 산지 지자체가 참여하는 공영시장도매인 전용 공간을 마련한다고 화답했다. 서울시도 농수산물 유통혁신에 함께 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와 전라남도는 이를 위해 ‘농수산물 도매시장 유통혁신을 위한 업무 협약’도 맺었다. 70~80% 정도가 경매로 이뤄지는 가락시장 거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보겠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

이 자리에서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었으며 누구보다도 농산물 유통 실태를 잘 아는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산지유통센터(APC) 건립, 산지통합마케팅 지원 같은 산지 정책만으로는 농산물 가격안정과 수급조정에 한계가 있다”고 고백했다. 아울러 가격결정에 영향을 주는 온-오프라인 시스템에서의 농산물 가격안정 대책이 통합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근 국회에서도 농산물 유통혁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지난 12월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재갑 의원이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공영도매시장 유통혁신 방안’ 비대면 정책 토론회를 개최한 것. 윤재갑·위성곤·이원택·신정훈·박주민·민형배·남인순·진성준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 토론회에서도 역시 현행 (가락동) 도매시장 거래제도의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특히 생산과 거래 당사자인 농민이 가격 결정에서 배제되는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 토론회를 주도한 윤재갑 의원은 “시장도매인제도는 농민이 가격 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매우 유익한 제도”라는 점을 강조하며, “공영도매시장(가락시장) 참여 주체 모두가 이익이 되는 유통구조 혁신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서울시는 지난 10월 6일 서울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서정협 서울특별시장 권한대행, 김영록 전라남도지사와 김경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라남도와 ‘농수산물 도매시장 유통혁신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 국회에서도 유통혁신 토론회...전남은 가락시장에 ‘전남형 공영시장 도매인’ 추진

이런 분위기 속에서 농산물 유통에 대한 지극정성과 시스템 변혁으로 주목받는 지자체가 있는데, 바로 경상북도다. 경북에는 경북농식품유통교육진흥원이란 곳이 있다. 농식품 유통혁신을 통해 제 값 받고 판매 걱정 없는 농업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됐다. 복잡한 유통구조를 온라인- 오프라인 직거래를 통해 단순화 시키고,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생산자 농민을 위해 새로운 유통채널을 개발해내는 곳이기도 하다.

경북농식품유통교육진흥원에서는 마을별 농산물 판매계획 수립 및 DB구축(월별 생산품목, 생산량, 판매가능과 시기), 경북 농산물 판매 자체몰 ‘사이소’ 기획관 입점, 온라인 판매운영(주문 접수, 농산물 수집, 포장 및 택배 발송, 고객 응대), 농가 정산(월별 결과보고서-작업활동, 판매내역 등 수당), 교육 및 운영애로 사항 피드백 등의 치밀한 실행계획을 진행해 농민들의 유통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곳은 농산물 ‘유통도우미’ 제도를 운영해 남다른 기획력과 추진력을 보여주고 있다. 농산물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산물 유통 약자, 즉 고령농, 소농, 여성농 등 취약 농업인을 도와 농산물 수집에서 판매까지의 유통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경북 23개 시·군 5,189개 마을별 유통도우미(마케터)를 육성하는 게 목표라고 경북도청은 설명하고 있다.

농산물 유통도우미 제도는 경작면적 0.1 헥타르(ha)이하의 소규모 농가, 만65세 이상 고령 어르신, 여성 농가 등 취약농가를 30가구 단위로 조직해 지원한다. 이를 통해 상품 물류비와 포장재 등 상품화를 지원하고, 온‧오프라인 판매 연결망을 넓혀가는 사업이다. 현재 경북의 농산물 유통 도우미 운영현황을 보면, 경북이 얼마나 농산물 유통을 위해 애쓰고 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영천시-신녕마을, 영양군-영양 주실마을, 청도군-풍각면마을, 포항시-호미곶마을, 김천시-김천 감문귀농마을, 상주시-함창 담꽃마을, 내서 서리골마을, 청송군-청송 파천마을, 영덕군-영덕 달산마을, 영덕 복숭아마을, 칠곡군-칠곡 기산마을, 울진군-울진 근남면사람들, 울릉군-울릉 석포죽암마을, 경주시-천북농협 로컬푸드직매장, 영주시-안정농협 로컬푸드직매장, 상주시-상주 로컬푸드직매장 상주생각, 영덕군-강구농협 로컬푸드직매장, 성주군-성주 로컬푸드, 칠곡군-석적읍 로컬푸드 출하자회, 봉화군-봉화군 로컬푸드 등 온라인 13개소(회원수 380명)와 오프라인 7개소(회원수 268명)가 유통도우미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이는 향후 23개 시·군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더불어 경상북도 농·특산물 쇼핑몰(자체몰)인 '고향장터 사이소'는 입점업체가 977개, 총 상품은 5080개 회원수는 2만3506명에 달한다. 사이소의 제휴 몰은 우체국, SSG, 쿠팡, 11번가, 위메프, 농협몰, 카카오스토어, 네이버스토어 등 8개 몰로 농민들의 유통 채널을 넓히며 개척하는 일도 거든다.

그런가하면 경북은 농식품 도매의 큰 손이랄 수 있는 대형유통업체와의 업무협약을 맺어 농식품 유통 취약계층을 돕고 있다. 지난 8월 대구지역 대표 농식품 유통업체인 장보고식자재마트와 경북 농특산물 판로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취약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을 경매 등 복잡한 유통단계 없이 직접 매입한 후, 식자재마트 15개 지점을 통해 농산물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또한 경북도는 6차산업 안테나숍 개념으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지하 1층에 입점해 경북지역 농특산물의 수도권 지역 홍보·판매 위한 노력도 진행중이다. 온라인 소핑몰인 롯데ON에도 입점했다. 경북 농·특산물 수도권 나들이 장터도 꾸준히 열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농협 하나로클럽 성남점을 비롯해 수도권 여러 곳에서 ‘경상북도 농·특산물 나들이 왔니더! 사이소!’라는 슬로건으로 경북지역 우수 농·축·특산품을 판매중이다. 경북의 수도권 나들이 장터에서는 경북의 특산품들이 연일 완판되는 신기록을 세우고 있기도 하다.

수출에도 경북은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2020 경북도 K-FOOD 온라인 수출상담회’도 그 중 하나다. 지난 11월 대구무역회관 대회의실에서는 경북도 농식품 주요 수출국인 베트남, 대만, 중국, 캐나다, 일본 등 11개국의 바이어 20개사와 도내 40개 농식품 수출단체가 총 134건의 화상상담을 진행한 바 있다. 경북 농축산유통국에 따르면 경북도 농식품 수출은 2020년 10월 말 현재 전년 동기 대비 24.8% 증가한 5억 4천만 달러에 이른다.

그런가하면 경북은 경기도에 이어 두 번째로 농식품 펀드를 출범시켜 화제가 됐다. ‘힘내라 경북’ 농식품 1호 펀드라는 이름의 이 펀드는 총 110억원 규모로 조성돼 2028년까지 8년간 운영된다. 경북에 투자를 희망하는 농기업체, 창업을 꿈꾸는 청년농업인을 상대로 5억 원에서 30억 원까지 투자할 계획. 이 펀드는 농식품부(50억원), 경북도(30억원), 민간(30억원)이 공동출자해 2020년 조성됐다.

경상북도 농·특산물 쇼핑몰(자체몰)인 '고향장터 사이소'는 입점업체가 977개, 총 상품은 5080개 회원수는 2만3506명에 달한다. 사이소의 제휴 몰은 우체국, SSG, 쿠팡, 11번가, 위메프, 농협몰, 카카오스토어, 네이버스토어 등 8개 몰로 농민들의 유통 채널을 넓히며 개척하는 일도 거든다. [사진=사이소 홈페이지]

 

◇ 농산물 ‘유통도우미’시스템으로 유통 약자 돌보는 경북...모범 사례로 손꼽혀

지자체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사례는 또 있다. 바로 전라북도다. 전북이 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을 위해 도입한 공동통합 마케팅이 실효를 거두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농가의 매출액이 무려 800%나 증가했기 때문. 전북도에 따르면 2020년 ‘농산물통합 마케팅’에 참여하고 있는 13개 시·군 16개 조직 총 매출은 무려 4128억원이나 된다. 지난 2019년의 3612억보다 517억이나 늘어난 수치다.

전북의 이같은 농산물 통합마케팅은 기존의 개별출하에 따른 물류비 과다소요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전북의 설명. 또한 대형유통업체의 가격조정 횡포 및 폐단을 막기위해서 생산지 조직화. 규모화로 가격 협상력을 높인 게 주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라북도는 2012년부터 익산, 정읍, 장수, 임실, 고창의 농협조직(민간조직 포함)으로 시작해 현재 16개의 통합마케팅 조직을 운영 중이다.

이밖에 경기도, 전라남도, 제주도를 비롯해 많은 지자체들이 농산물 유통개혁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는 다름 아닌 농민을 위한, 농민에 의한 농산물 유통을 시스템화함으로써 , 농민들의 소원이자 희망사항인 ‘농산물 제값 받고 팔기’를 실현하고자 함이다. 아무쪼록 새해 2021년에는 농산물 유통개혁이라는 농민들의 염원이 전국으로 확산되어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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