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작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 발병했을 때 국내 양돈산업이 멸절할 것이라는 절망적인 전망이 나돌기도 했다. 방역당국의 기민한 대처와 농가들의 협조와 희생을 통해 ASF는 어느 정도 막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류인플루엔자 (AI)가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인수공통전염병이라 걱정이 더 크다. 이미 코로나 19로 바이러스라면 지긋지긋한데 갑작스러운 가축전염병에 농가들은 울상이고 국민들도 잔뜩 움추려 들고 있다. 대한민국 동식물 방역과 검역의 최일선에는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버티고 있다. 군대로 따지면 야전군 사령부다. 이곳은 사람과 동식물 건강, 그리고 환경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One Health(원헬스)' 개념을 업무에 적용하며 과학적 방역체계를 끊임없이 고도화시키고 있다. 야전군 사령관 격인 박봉균 본부장을 만나 그간의 활약과 필승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박봉균 본부장

- 최근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ASF도 걱정거리로 등장했다. ASF 대응기술 연구‧개발에 어떤 진전 및 이와 관련하여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전 세계적으로 구제역과 함께 피해가 큰 가축전염병으로, 검역본부 해외전염병과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관련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국내 유입에 대비해 왔다. 특히 2018년 8월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중국에서 ASF가 발생한 이후에는 국경검역을 강화하면서 여행객들의 불법 휴대 축산물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해 오고 있다. 그 결과,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중국 ASF 발생지역에서 온 여행객이 가져온 소시지, 만두 등에서 ASF 바이러스 유전자를 검출하여 국제사회에 보고하였으며, 이후 여러 나라에서 국경검역에 활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여행객의 휴대 축산물, 국제 우편물 등에서 57건의 양성을 검출하였고, 해외에서 수입되는 사료 원료, 톱밥 등에 대해서도 ASF 정밀검사를 진행하여 해외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되지 않도록 국경검역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2019년 2월에는 해외전염병과 내에 정밀진단 및 연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아프리카돼지열병연구실을 신설하고 시·도 가축방역기관에 대한 정밀진단 교육과 정도관리를 실시하여 신속 정밀진단 체계를 점검하는 등 국내 유입에 대비해왔다. 2019년 9월 16일 경기 파주의 양돈농장에서 의심축 신고가 접수된 이후에는 24시간 정밀진단체계를 유지하며 14건의 양성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단하여 ASF 전파와 확산을 방지하는 데 기여했다. 10월에도 강원도 화천 의심축 발생에 신속하게 대응했다. 

또한, 경기와 강원 북부의 접경지역에서 ASF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계속 발견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돈농가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물, 토양 등의 환경시료와 매개체를 포함한 위험 요소 6천여 건에 대한 정밀검사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연구실에서는 연구과제 수행을 통해 방역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ASF 현장 간이진단키트 개발 등 8개의 자체 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4개의 외부재원 과제 수행을 통해 관·산·학·연 협력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간이진단키트는 연내 개발을 완료하고 조만간 의심축 발생 현장에서 활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SF에 대한 예방적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2019년 9월 ASF 연구개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ASF 백신 개발 등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야생멧돼지에서 ASF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야생멧돼지를 통한 양돈농장의 ASF 유입·전파 위험성을 분석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접경지역 야생멧돼지에서 ASF가 검출되면 GPS기반 축산차량 이동정보를 활용해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시·군·구별 양돈농장위험도를 지자체에 제공,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난 10월 21일자로 철새 밀집 경보를 발령한 바 있다. 철새 군집 지역과 가금농가 간 이동경로에 소독시설을 운영하고 철새도래지 차단 방역을 강화하는 게 골자인 걸로 안다. 좀 더 설명해 달라.

중국‧대만‧러시아 등 우리나라 주변국에서 AI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매년 국내에도 찾아오는 겨울철새 때문에 AI 발생 위험이 높은 상황이다. 환경부의 겨울철새 이동 모니터링 조사결과 5천 수 이상 철새도래지 서식이 확인 될 경우, 검역본부에서 전국에 철새 밀집단계를 발령한다. 밀집단계가 발령되면 농가에서는 감염된 철새를 통한 고병원성 AI 오염을 막기 위해 철새 접촉 차단 및 축사 출입시 철저한 방역 및 농가 내외 소독 등 만전을 기해야 한다.

검역본부와 지자체에서도 밀집단계 발령에 따라 철새도래지 주변 가금농가 예찰·검사 확대, 철새도래지 주변 도로 매일 소독 및 축산차량 통제, 전통시장 현장점검 등 AI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도 환경부와 가축방역지원본부와 협조하여 철새의 이동현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철새 유입 현황 및 AI 항원 검출 내역 등 관련 정보를 농가 등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검역본부는 내년 2월까지 5개월간을 ‘AI 특별방역대책기간’으로 정하고 방역대책을 한층 강화할 것이다.

- 조류인플루엔자도 또 다시 농가의 위협요소로 등장했다. 조류인플루엔자는 가금류 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감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에 대한 대처방안은 마련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등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신종 및 인수공통전염병 발생시 관련정보가 현장에 전파되어 신속하게 방역조치가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본부는 전국 지자체, 민간병성감정기관 등과 공조를 야생조류 및 가금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조기에 검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검역본부에서는 이렇게 검출된 바이러스와 관련 정보를 즉각 질병관리청 등 관계기관에 공유하여 소관 기관의 인체 위해성 조사와 조치를 수행하여 살아 있는 병원체의 노출이 최소화되도록 국가 인수공통감염병 관리계획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

또한, 범부처 인수공통감염병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정기적으로 관련 공무원 및 민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신종 인수공통감염병의 유입 대비, 인수공통 감염병 예방관리를 위한 협조 체계 구축 등 공동대응을 위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 농림식품부, 환경부 등 7개 부처가 지원하는'방역연계 범부처 감염병 R&D사업'에서는 기후변화로 증가하는 매개체 전파 감염병 감시‧예측 및 방제를 위한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부처간 공동대응으로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우리나라 검역본부가 지난 여름에 세계동물보건기구 온라인 투표에서 조류인플루엔자 OIE 표준실험실(OIE Reference Laboratory)로 인증받았다고 들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설명해달라.

우리 본부는 2009년 소 브루셀라병을 시작으로 2010년 뉴캣슬병, 2012년 사슴만성소모성질병, 2012년 광견병, 2013년 일본뇌염, 2016년 구제역, 2016년 살모넬라증에 이어 2020년 조류인플루엔자까지 모두 8개의 OIE 표준실험실을 보유하게 됐다. 조류인플루엔자는 가금류에 전파되면 사회‧경제적 피해가 막대할 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감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다. 특히 국경을 넘나드는 전파 특성으로 원헬스(One Health) 기반 질병 관리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글로벌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그간 표준실험실 인증은 축적된 기술력과 과학적인 진단능력 및 방역성과를 국제사회가 인정한 결과라고 본다. 향후 우리나라가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는 아시아지역의 조류인플루엔자 방역관리를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AI예방책 때문에 오리농가의 입식금지 등 하소연이 자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해결책이나 접점은 없는 것인가?

농식품부는 방역이 취약하고 일시적으로 사육제한이 가능한 축종(육용오리 등)을 대상으로 특별방역대책기간 중 가축 사육제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리의 경우 AI가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약해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AI를 전파 확산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오리 농가가 다소 불편할 수 있으나 전체 가금산업을 위해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중복 발생농가 및 철새도래지 주변농가와 밀집사육지역 내 농가, 방역 평가 미흡농가 등 AI 발생 위험이 높다고 평가된 가금 사육농장에 대하여 사육 제한과 함께 보상금 지급을 병행하고 있다. 다만, 사육제한 보상금 수준에 대한 단체 등 불만이 있다. 각계 의견수렴과 연구용역 등을 통해 보상금 산정방식 검토 등 농가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멧돼지와 사육돼지에 대한 일괄적인 ASF 대응이 돼지사육 농가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안다. 최근 한돈협회도 이런 입장을 발표했는데, 이에 대한 검역본부의 입장은 ?

최근 화천 사육돼지 ASF 발생관련 신속하고 적극적인 방역조치로 추가 확산을 차단중이다. 다만, 야생멧돼지에서 780건 넘게 지속적으로 ASF가 발생되고 있어, 농가 전파위험이 큰 시기다. 실제로 화천군 발생농가의 경우에도 250m 거리에서 멧돼지 ASF가 발생하였고, 인근 10km내에서 94건이 발생했다. 성공적인 차단방역에도 1%의 부주의로 국가 재난형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농가의 농장주도 철저한 차단방역은 의무사항으로 방역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검역본부에서는 ASF가 농가로 전파 되지 않도록 접경지역 예찰(매월), 양돈농장 방역실태 점검 및 홍보 등 사육돼지로 ASF 전파 차단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울러, 환경부에서는 야생멧돼지 개체수 저감을 위해 광역울타리 내 북쪽 지역 등은 제한적 총기포획, 최남단 노선으로부터 5㎞ 이남 지역은 특별포획단투입, 포획틀‧포획트랩‧포획장 등을 운영하여 차단방역에 최선을 다하겠다.

- 검역본부장으로서 국민들이나 농민들에게 방역관련 주의사항이나 안내사항 등이 있다면 말씀해 달라.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가축전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뿐 아니라 농장주들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라는 슬로건처럼 각 농장에서는 1일 1회 소독, 장화 갈아 신기, 울타리 관리와 차량과 시설 소독 등 기본적인 방역활동에 더욱 더 힘써주기를 다시 한번 당부 드린다. 무엇보다 정부를 믿고 기본수칙을 이행한다면 ASF 뿐만 아니라 구제역과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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