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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프라이데이'에서 '사이버먼데이'로, 그리고 아마존의 한국 상륙온라인으로 재편되는 농식품 유통 시장... 한국 농업계의 혁신은 누구와 함께?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가 돌아왔다. 미국 추수감사절이 11월 넷째 목요일이고 그 다음날인 금요일이 블랙프라이데이니까 올해는 27일이다. 이때는 미국에서 일년중 가장 많은 물건이 팔리는 대목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한해 장사가 이 때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수감사절은 미국인들에게 최대의 명절이다. 우리 추석처럼 선물도 주고받고 떨어져 있던 가족들과 만난다. 당연히 씀씀이가 커지면서 판매가 늘어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업들은 추수감사절에 미처 팔지 못한 물건들을 그 다음날 싼 값으로 최대한 처분한다. 장기재고로 인식되어 손실로 처리됐던 제품들도 이때 다 팔린다. 한정 수량 판매의 경우, 사람들도 매장 앞에서 밤을 새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적자로 써진 회계 장부의 손익 기록이 이 날(금요일)을 기점으로 흑자(블랙)으로 바뀌게 된다는 의미로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는 설이 있다. 

그래도 사고 팔지 못한 물건이 있다면 어떻게 할까? 기회는 한 번 더 있다. 바로 ‘사이버먼데이’(Cyber Monday)다.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나고 첫 월요일(먼데이)에 온라인몰(사이버)에서 벌어지는 할인행사를 일컫는 말이다. 블랙프라이데이는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행사였다면 이에 맞서 온라인 몰이 중심이 돼 사이버먼데이라는 마케팅 용어를 만들어 냈다.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한 달 동안 온라인몰들은 계속해서 할인행사 등 프로모션을 내놓기도 한다. 미국인들은 이 기간을 사이버먼스(Cyber Month)라고 부르며 싼 값에 쇼핑을 즐긴다. 이렇게 미국인들의 소비형태는 점차 온라인 유통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는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행사였다면 이에 맞서 온라인 몰이 중심이 돼 사이버먼데이라는 마케팅 용어를 만들어 냈다.  [사진=픽사베이]

온라인 쇼핑의 최강자는 역시 아마존(Amazon)이다. 아마존은 더 이상 일개 미국의 온라인 쇼핑업체가 아니다. 전 세계 유통시장과 제조업체들을 쥐락펴락하는 큰 손이 됐다. 지난 7월 영국의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칸타르'는 '2020년 100대 톱 브랜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아마존의 올해 브랜드 가치는 4159억 달러, 약 500조원으로 2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 잘나간다는 애플은 2위, 세계 최고의 갑부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는 3위로 나타났다.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전자는 326억 달러로 겨우 40위 수준이다. 기업가치를 나타내는 주식시가 총액도 11월 17일 기준 1조6030억 달러로 미국 주식시장에서 3위를 기록했다. 우리 돈으로 무려 1760조 원짜리 회사다. 

이런 슈퍼 공룡 기업이 우리나라에 진출할 것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SK텔레콤은 지난 16일 아마존과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SK그룹이 운영하는 쇼핑몰 ‘11번가’의 지분을 순차적으로 인수하는 방식으로 최대 30%까지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아마존이 11번가를 앞세워 한국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얘기다. 쿠팡을 비롯해 지마켓, 옥션 등 온라인 유통업체는 물론, 신세계, 이마트, 롯데쇼핑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그 진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향후 국내 시장에 미칠 파장을 예측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아마존이 국내 들어오는 이유가 아직은 분명치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면 아마존이 국내에서의 매출 확대에는 관심이 크지 않은 듯하다. 반면, 해외에서 인기 있는 K-Pop(케이팝)을 필두로 한 문화콘텐츠 상품을 본격적으로 확보해 그들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태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그 중 하나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게 한국 농식품이다. 지금도 우리 업체들이 아마존에서 물건을 팔긴 하지만 미국 현지에 아마존 창고에 물건을 넣고 FBA(Fullfillment by Amazon)을 통해 팔아야 하기 때문에 제약이 크다. 특히 신선제품의 경우 유통기간이 짧아 팔기 곤란하다. 만약 아마존이 국내에서 한국 식품을 팔고 있다면, 좀 더 쉽게 미국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 국내에 확보한 아마존 물류 인프라를 통해 해외로 빠른 배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마존 프레시 1호점인 우드랜드 힐스점 내부 [사진=아마존 블로그]

아마존이 미국 내에서 식품 전문매장인 아마존 프레시 1호점을 열었다는 소식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공산품은 표준화 되어 온라인에서 판매하기 쉽다. 품질과 브랜드가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마존도 책에서 시작해 IT 제품을 포함한 공산품 판매로 온라인 유통 시장의 최강자가 됐다. 이미 과점 상태이며 다음은 농산물과 식품이다. 이 영역은 마트 등 기존 오프라인 기업들이 잘할 수 있고, 빼앗기지 않으려는 분야다. 아마존은 이걸 탐내는 듯하다. 전체 8천억 달러나 되는 미국 식품시장에서 아마존의 점유율이 고작 4% 수준이기 때문에 성장의 여지는 매우 크다. 

지난 8월 aT(한국농식품유통공사) LA 지사가 흥미로운 보고서를 냈다. 아마존에서 팔리는 한국 식품을 조사한 것.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한국산 농식품은 총 1364개 품목(올해 5월 기준)이고 가장 많이 판매되는 품목은 과자/사탕류(17.7%) > 소스/양념류(16.2) > HMR(14.2) > 음료류(12.6) > 면류(11.1) 순이었다. 

또한, aT는 미국의 온라인 식품시장은 2011년부터 매년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이며 2019년 229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 전년대비 21.8% 증가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 기관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의 조사를 인용해 미국의 온라인 식품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16.7% 증가해 2024년 매출액이 49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급성장하고 있는 미국 온라인 식품시장에서 아마존(Amazon)은 2019년기준 약 33%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전통적 오프라인 유통의 최강자인 월마트도 온라인에서는 아마존에 뒤지는 2위다.

우리 농업계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에서 식품시장도 온라인 유통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농산물의 생산지에서, 식품 제조 공장에서, 직접 소비자에게 연결하는 방식의 유통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결과는 파멸이다. 2009년 애플이 아이폰을 가지고 국내 시장에 들어왔을 때, 국내 모 기업은 ‘스마트폰 대중화는 먼 미래의 일’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 결과는? 휴대폰 사업의 존폐를 걱정할 정도로 참담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아마존과 상생하거나 활용할 방법을 강구해 보는 것도 좋다. 도둑 같이 들어와 게임의 룰을 바꿔 국내 농식품 시장을 다 털어먹기 전에 말이다. 아마존이라는 늑대가 한국 시장을 배회하고 있다. 위협과 동시에 기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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