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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발상] 미국 대선과 농협 중앙회장 선거는 닮은 꼴?직선제냐, 간선제냐 등 논란 소지 많아... 구성원 뜻 바로 담을 제도 개혁 필요해

미국 대선이 끝난지 10여 일이 지났다. 주요 매체들은 바이든을 ‘당선자‘로 대우하고 있다. 11월 11일 현재 바이든은 전체 선거인단 중 과반을 넘긴 279석을 확보해 217석인 트럼프를 크게 이기며 사실상 대선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아니다. 개표가 아직 다 끝나지도, 패자로 추정(?)되는 트럼프도 인정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술 더 떠 트럼프와 공화당 내 추종자들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법적 소송을 시작했다. 전세계 국가들이 민주주의의 모범으로 존경해 마지않던 미국에서 ’부정선거‘라는 불경한 단어가 등장했다. 그것도 현직 대통령의 입에서. 이런 일이 21세기 미국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번 미국 대선 결과를 두고 여러 분석들이 많다. 트럼프 개인의 통치 스타일에 대한 심판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미국 중서부의 쇠락한 ‘러스트벨트‘ 유권자들이 곤고해진 생활형편에 분노하며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는 의견도 있다. 세계화, 개방화의 결과로 미국 제조업이 무너져 일자리를 잃게 된 백인 노동자들의 심리를 파고든 트럼프의 반이민·고립주의 정책이 4년 전보다 더 큰 표를 끌어 모았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선거제도가 뭇매를 맞고 있다. 선거일이 10일이 지났는데도 당선자 결정은커녕, 부정선거 주장까지 나오는 현재 시스템이 과연 효율적이냐 반론이 만만치 않다. 

미국 선거제도는 헌법에서 규정된바 대로 간접선거다. 즉, 주민들은 각 주에 배정되어 있는 선거인단에게 표를 던진다. 단 한 표라도 더 많이 표를 받는 정당이 배정된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한다. 일종의 승자독식 체재다. 이렇게 뽑힌 선거인단이 형식적이지만 2차 투표를 해서 대선 후보를 선택한다. 선거인단은 애초 누구를 지지할지를 공개 표명하고 일부 주는  반대투표 시 벌금을 물리거나 무효로 간주하기 때문에 지지정당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렇게 미국 대통령은 각 주별로 뽑힌 선거인단에 의해 대통령이 결정된다. 

미국은 사실 여러 나라가 연합된 국가다. 한 주가 우리나라 도(Province)가 아니라 하나의 나라(State)다. 이름도 미국합중국, United States of America다. 여러 국가가 ‘아메리카’ 라는 이름으로 뭉쳐진 나라라는 뜻이다. 그런 연유로 미국 전체를 대표하는 지도자를 뽑는 선거제도에도 각 국가(State)의 대표들이 결정해야 한다는 철학이 스며있다. 전체 국민의 총합으로 대표를 뽑는다면 작은 주의 이익이 큰 주의 이익에 밀려 침해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직선제로 쉽게 바꾸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선거제도를 바꾸려면 헌법을 수정해야하므로 제도 개선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 사우스 다코타주에 위치한 러시모어 산의 미국 대통령 조각상. 왼쪽부터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즈벨트, 에이브러햄 링컨. 이들은 살아 생전에 2020년 미국 대선의 결과가 이토록 혼란스러울 줄 상상이나 했을까? [사진=픽사베이]

반면, 미국이라는 단일 국가의 유권자의 민의가 선거를 통해 국정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느냐는 의문은 늘 제기돼 왔다. 전체 득표수에서 앞섰지만 선거에서 진, 힐러리 클린턴·엘 고어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 선거제도는 1792년 제정된 연방법 이래로 200년 넘게 이어져 왔다. 미국에선 조지워싱턴이, 한국에선 정조대왕이 리더로 있던 때다. 오래되고, 독특하며, 모순이 있는 제도를 그대로 둬야 하는가? 미국 국민들이 풀어야할 숙제다.

이런 가운데 국내 최대 농민조직인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를 직선제로 바꿔야 하는 주장이 나왔다. 정명회는 12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조속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이원택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제부안, 전국농어민위원회 위원장), 국영석(완주고산농협, 정명회 대표), 허수종(정읍샘골농협, 대통령직속 좋은농협위원회 중앙회분과위원장) 등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별도로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해남·완도·진도)도 8일 농협중앙회장 선출방식을 직선제로 하는 「농협중앙회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농협은 1961년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농협과 농업은행이 합쳐지면서 지금의 형태가 됐다. 이후 농협의 회장은 농림부 장관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지명했다. 지역조합장도 장관이 추천하고 중앙회장이 승인하는 임명제였다. 이후 1980년대 민주화 바람을 타고 지역조합장이 중앙회장을 뽑는 간접형 직선제로 변경됐다가, 2009년 지역조합장 중 대의원을 뽑는 대의원 조합장 간선제와 단임제로 변경됐다. 현재 1118명의 지역조합장이 293명의 대의원을 뽑고 이들이 중앙회장을 뽑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일종의 간접형 간선제다. 여태 농협조합원들은 그들의 대표를 직접 투표해서 뽑아 본 적이 없다. 

농협중앙회는 2020년 현재 자산규모 60조 원, 임직원 10만 명, 계열사만 58개에 재계 순위 10위의 대기업 조직이 됐다. 더욱이 조합원수가 235만 명에 전국에 농축협 조합이 1118개인 농업인의 대표조직이다. 농업계는 물론이거니와 대한민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조직의 수장 역시 그 책임과 권한이 지대하다. 그래서 농협에는 조합원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해 유능한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는 선거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연 합리적이고 효율적인지, 농업계는 현행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에 대해 근본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200년도 더 된 화석(?)같은 선거제도를 유지하면서 덩치 값도 못하는 ‘세계 민주주의의 맏형, 미국’을 보면 더욱 그렇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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