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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도 밀가루 나름... 국산밀, 세계시장 노크농진청, 알레르기 낮추는 밀 품종 국내 개발... 국산밀 발전 협의체도 꾸려

몇 해 전에 ‘밀가루 똥배’라는 책이 화제가 됐다. 짐작하겠지만, 밀가루가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라는 내용. 나름 과학적인 실험과 통계를 바탕으로 한 서적이어서, 이 책은 식품업계와 소비자들 모두에게 상당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게다가 ‘글루텐’이라는 성분의 해악이 과다 증폭되는 현상도 벌어져, 너도 나도 ‘글루텐 프리’ 대열에 합류하는 바람이 불었다. 정말이지 대단한 쏠림현상이었다.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에서는 ‘글루텐 프리’ 태풍(?)이 몰아닥친 몇 년 뒤인 2018년, 과자나 빵 등 밀가루 가공제품을 먹고서 속이 불편하고 소화도 잘 안 된다는 사람들을 위해 세계 최초의 뭔가를 개발해냈다. 그 뭔가는 바로 앞서 언급한 밀가루의 부작용들을 완화해준다는 ‘오프리’라는 신개발 품종 밀이다.

농진청이 전북대학교, 미국 농무성 등과 함께 세계에서 제일 먼저 개발해내 국내외 특허까지 출원한 오프리. 국내 밀 품종인 ‘금강’과 ‘올그루’를 인공교배 시켜 만들어냈다는 게 농진청의 설명. 셀리악병(몸안에 글루텐 처리효소가 없어서 생기는 질환)의 원인인 ‘저분자 글루테닌’, ‘감마글리아딘’ 등이 없어서 기존의 밀(가루)와 달리 밀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한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2018년 10월 전북대학교, 미국 농무성과 협업해 세계 최초로 유전자 변형(GMO)이 아닌 인공교배를 통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제거된 밀 '오프리'를 개발해 국내외 특허를 출원했다. [사진=농촌진흥청]

◇ ‘밀가루 똥배’와 밀가루 알레르기를 해소해줄 국산 밀 ‘오프리’... 농진청이 개발

밀과 빵을 주식으로 하는 서구인들 중 약 5%가 셀리악병 환자로 알려져있다. 우리나라 농진청이 개발해낸 오프리는 ‘밀가루 똥배’와 ‘속더부룩 밀가루 알레르기’를 해소해줄 희소식일 것이다. 더구나 전 세계 글루텐프리 제품 시장은 1년 기준으로 약 12조 원. 이 시장만 개척해도 우리나라의 오프리 밀품종이 세계시장을 휩쓸 날도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밀 생산자와 농민, 밀가루 가공 업체와 손잡고 오프리 재배단지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최근엔 이런 소식도 들린다. 농촌진흥청이 국산 밀 소비를 늘리고 밀 연구활성화를 위해 ‘국산 밀 발전 연구협의체’라는 것을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농업인, 소비자, 기업,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데, ‘국산 밀 발전 연구협의체’는 국산 밀의 가치를 공유하고, 국산 밀 홍보 활동을 중점적으로 펼치는 거점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오프리 말고도 세계시장을 겨냥할 수 있을만한 우리밀이 더 있다. 바로 우리밀 3총사라고 불리는 품종들. 농진청이 국립식량과학원에서 최근 ‘밀 신품종 산업화 사업설명회’를 열었는데, 여기에 오프리가 등장했다. 이어서 기능성분이 풍부한 유색밀 ‘아리흑’, 제빵 적성이 좋은 밀 ‘황금’도 소개됐다. 이게 바로 우리밀 3총사다. 이날 행사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우리밀 소비확대와 ▲부가가치 향상이 우리밀을 살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 국산 밀 발전 연구협의체 구성, 우리밀 발전의 실질적 효과 거둬야

그렇다면 우리밀은 지금 안녕한가? 결코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봄철 이상저온 탓에 올해우리 밀의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급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0년 밀 재배면적은 약 5천 2백 헥타르(㏊)로 지난해의 3천 7백 헥타르보다는 약 40%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2019년 정부가 무려 35년 만에 밀 수매비축을 재개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도 농식품부는 2020년산 밀 3천 톤을 40㎏당 3만 9천원 선에 수매할 계획이다.

우리밀의 수확량이 이렇듯 급격히 줄었는데 과연 농식품부의 대책은 뭘까? 짐작하겠지만, 우리는 거의 99%의 밀을 수입해서 먹고 있다. 밀가루 공급에 큰 걱정이 없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약 360만 톤의 밀을 수입했다. 우리밀이 1년 평균 1만 5천톤에서 2만톤 정도 생산되는 것과 비교하면 약 150배에서 200배가 넘는 규모다.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밀 식량자급률은 약 1% 정도. 우리밀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밀 재배 농가들은 늘 창고에 쌓인 밀 재고 때문에 고통받아왔다. 그나마 지난해 밀산업 육성법이 제정되어, 국가와 지자체 운영 급식시설에 우리밀(국산밀)을 우선 구매하도록 요청할 법적 근거는 마련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더 큰 문제가 남아있는데 그건 바로 우리밀에 대한 관심과 소비 확대. 이게 뒷받침되지 않으면 우리밀은 수입산 밀에 밀려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약 360만 톤의 밀을 수입했다. 우리밀이 1년 평균 1만 5천톤에서 2만톤 정도 생산되는 것과 비교하면 약 150배에서 200배가 넘는 규모다. [사진=픽사베이]

◇ 밀 식량자급률 1% 안팎으로 미미...99% 수입밀이 차지한 우리 식탁

그래서 밀 생산자들이 지난해 봄 전남 구례에 모여 ‘우리밀생산자회’를 만들었다. 창립행사에는 전남, 전북, 광주광역시, 경남, 충청 지역 우리 밀 생산자 및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해 사단법인을 만들고 이사장 등 임원선출도 마쳤다. 우리밀 생산자회 창립총회에서는 ▲우리 밀 생산 기반을 안정화, ▲우리 밀 생산자들의 연대와 협력을 이끌 생산자 조직 활성화, ▲우리 밀 재고 방치 현상 타개 등의 현안이 깊이 있게 논의됐다.

또한 20년 넘게 우리밀 살리기운동을 해온 ‘우리밀 살리기운동본부’는 현재도 홈페이지를 통해 많은 밀 관련 정보를 제공하며 우리밀 살리기에 힘쓰고 있다. 우리밀 운동본부 홈페이지에는 우리밀 관련 단체와 인물이 자세하게 게시된 ‘우리밀 지도’ 코너가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우리밀 살리기 운동본부는 “영국ㆍ프랑스ㆍ독일은 1ha 당 6~8톤의 밀을 생산한다. 캐나다는 2.8톤, 오스트레일리아는 1.6톤이다. 일본은 3.8톤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우리나라도 우리밀 살리기를 통해 우리밀 자급률을 얼마든지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국산밀산업협회, 우리밀생산자회, 한국우리밀농협, 부안우리 밀영농조합, 아이쿱생협, ㈜우리 밀, 전남 해남 우리밀영농조합, 땅끝영농조합법인 등 우리밀을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많은 공동체와 기업들이 존재한다. 이들의 고군분투를 정부와 국민들이 바라만보고 있을 순 없을 것이다. 그들의 목소리는 바로 이렇게 요약된다.

“건강에 좋은 우리밀이 수입된 밀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우리 국민들은 거의 모른다. 그래서 홍보가 중요하다. 우리밀을 적극 홍보한다면 수입밀과 우리밀의 가격 차이도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면 그때부터 우리밀의 시대는 열릴 것이다”

우리밀을 지키는 사람들을 응원해줘야 할 때가 바로 지금 2020년이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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