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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발상] 명품은 겉과 속이 모두 빼어나바탕과 문양이 함께 빛나야 '군자'... 이상적인 농업 혁신에도 필요한 '문질빈빈'

디지털기기의 샤넬백이 애플이다. 비싸서 그렇지 많은 이들이 갖고 싶어하는 브랜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장점은 소프트웨어다. iOS, Mac OS 등 운영체계가 대표적이다. 애플은 이런 소프트웨어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핸드폰, 컴퓨터 등 하드웨어가 최적의 조건으로 돌아가도록 한다. 괜히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비싼 회사가 된 게 아니다. 삼성이 아무리 좋은 하드웨어를 만들어도 그걸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하지 못하니 경쟁력에서 뒤진다.

이제 한 분야의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게 미덕이던 시대는 갔다. 여러 분야의 학문을 통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통섭’이 유행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수학자이자, 과학자, 철학가에 의사이기도 했다. 골고루 재주가 있는 사람을 골드컬러라고 한다. 재능은 물론 인품도 좋아야 진정한 인재다. 이제 기업에서도 한 가지만 잘하는 범생이는 인기가 없다.

또 다른 각도에서 우리가 입는 옷을 보자. 옷감이 나쁘면 디자인이 훌륭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 반면, 기교가 너무 지나치면 옷감의 아름다움은 빛을 바래고 역겨워 보인다. 요리에도 적용할 수 있다. 식재료가 좋아도 간이 너무 세면 음식 맛을 버리고, 아무리 요리 솜씨가 좋아도 재료의 신선도가 떨어지면 제대로 된 음식이 못된다.

공자님 말씀에 ‘문질빈빈(文質彬彬)’이라는 말이 있다. 논어 옹야편(雍也篇)에 있는 구절이다. “바탕(質)이 문양(文)을 넘어서면 투박(野)하고, 문양이 바탕을 넘어서면 허황(史)해진다. 바탕과 문양이 똑같이 빛나야 군자라 할만하다.(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然後君子)” 

공자의 인간관이 드러난 문장이다. 인성과 재주를 겸비해야 이상적인 인간, 즉 군자가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이 시각으로 문학을 평한다면 글의 내용과 문체가 모두 빼어나고 균형을 이루어야 명작이 된다. 명품은 재료와 기교가 모두 훌륭해야 탄생하는 것이다.

분야를 뛰어 넘는 다양한 통합 능력을 중시하는 태도와 기본기에 더해 기교가 조화를 추구하는 자세는 비단 문사철과 미학 같은 인문학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실용학문과 사회과학에서도 적용된다. 개인과 조직, 국가와 사회에도 필요한 가치관이다. 정부의 정책에도 마찬가지다. 

농산물 유통에서도 기술(하드웨어)와 제도(소프트웨어)를 동시에 혁신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농식품부의 재배 실측 데이터를 활용한 ‘수급예측모형의 고도화’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가락시장의 ‘거래제도 다양화’다.

최근 농식품부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한국농업경제학회와 공동으로 '제1회 농산물 수급 예측모형 경진대회'를 열기로 했다. 고질적인 생산량 및 가격 변동에 의한 농가 소득 불안정 문제를 해결할 과학적 예측모형 수립에 민간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찾는다는 취지다. 

디지털기기의 샤넬백이 애플이다. 비싸서 그렇지 많은 이들이 갖고 싶어하는 브랜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장점은 소프트웨어다. iOS, Mac OS 등 운영체계가 대표적이다. 애플은 이런 소프트웨어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핸드폰, 컴퓨터 등 하드웨어가 최적의 조건으로 돌아가도록 한다. [사진=픽사베이]

농식품부는 농업관측을 통해 재배면적, 작황 및 생산량 등 정보를 민간에 제공해왔다. 올해부터는 관측 정확도 제고를 위해 마늘, 양파, 배추, 무, 고추 등 주요 채소류의 농업관측을 기존 '전화 조사'에서 '실측 조사'로 전면 개편했다. 재배면적, 파종 이후 수확기까지 생육 진행 상황에 대한 실측 정보와 생산량 실측 정보를 축적 중이다.

농식품부는 대학, 연구기관 등이 실측 데이터를 활용해서 다양한 연구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난 7월 16일 KREI 홈페이지와 농업관측통계정보시스템(OASIS)에 해당 데이터를 전면 개방하고 있다. 이번 경진대회도 정부의 실측 데이터를 활용해 민간이 설계한 수급 예측 모형을 조합해 수급과 가격 변동에 최대한 오차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농식품부 권재한 유통소비정책관은 “실측 데이터를 활용한 모형 경진대회는 데이터 수집과 데이터 활용 활성화라는 관점에서 정부의 디지털 뉴딜과 직접 관련되는 사업”이라며 “경진대회를 통해 농산물 수급 예측분야에 관심이 있는 농경제학, 통계학, 원예학 등 전공 대학생은 물론이고, 민간의 프로그램 개발자 등 민간 영역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접목된 다양한 수급예측 모형이 개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농산물 유통에 있어 관행을 깨고 제도를 혁신하려는 움직임은 서울시가 앞장서고 있다. 생산자, 소비자, 전문가 등 각계 대표 20명으로 구성된 ‘가락시장 거래제도 다양화 추진위원회’가 지난 19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서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것. 

추진위원회는 앞으로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규정된 시장도매인제도 등 다양한 거래제도를 가락시장에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운영되고 있는 경매제도와 경쟁체계를 만들어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이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활동의 핵심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과 궤를 같이 한다.

농업계에서 추진 중인 두가지 혁신의 성공을 응원한다. 그러려면 기술과 제도를 통합적으로 묶어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마치 애플이 성능 좋은 컴퓨터와 함께 이를 제대로 구동하는 운영체계를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부와 지자체가 손을 잡고 기술과 제도를 통합적으로 운영할 ‘콘트롤 타워’도 필요하다. 

빅데이타를 활용한 정확한 수급과 가격 예측에 더해 21세기 유통환경에 걸맞는 농산물 유통 제도를 융통성 있게 운영하는 것은 짐짓 이상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군자의 길인 것을. 바탕(제도)와 문양(기술)이 함께 어우러져 빛나는, ‘문질빈빈(文質彬彬)’한 농업 혁신을 기대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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