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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발상] 널뛰는 농산물 가격... 백약이 무효면 수술이 답가락시장에 부는 변화의 바람... 중병든 대한민국 농업 살리기에 앞장서야

트럼프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다. 대선 토론회에서 상대인 바이든을 향해 학교를 꼴찌로 졸업했다고 조롱했다. 바이든의 입에서 닥쳐라는 말까지 튀어나오게 했다. 다음날 미국 언론들은 사상 최악의 토론회라고 혹평했다. 유치원생들의 말싸움이라는 수준이었다는 장탄식도 들렸다. 토론에 약한 바이든을 흔들고 진흙탕 싸움으로 만들려는 트럼프의 의도라는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그렇게 득의양양하던 트럼프. 이틀 뒤에는 트위터로 본인과 영부인이 코로나로 확진됐다는 사실을 날렸다.

막말 대선토론회와 대통령의 유행병 감염. 이 두 가지는 세계 최강 미국의 국격을 한참 떨어뜨렸다. 품격과 보건은 문명국의 척도다. 2020년 당시의 미국을 두고 후대의 역사가들은 과연 문명국이었다고 기술할 수 있을까? 그 숱한 논란의 중심에는 항상 대톨령 트럼프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그가 재선에 성공할지, 백악관의 키를 바이든에게 넘겨줄지 이제 한달도 채 남지 않은 미국 대선판에 온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러 논란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19를 이겨내고 건강을 되찾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더 많다. 정치적 지지자이거나 연민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경제와 안보에 미칠 파장이다. 어느 누구도 ‘수퍼 파워’의 갑작스러운 진공상태를 원하지 않는다. 불안정하면 변화가 크게 일어난다. 안정을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은 언제, 어디서나 비슷하게 나타난다.

막말 대선토론회와 대통령의 유행병 감염. 이 두 가지는 세계 최강 미국의 국격을 한참 떨어뜨렸다. 품격과 보건은 문명국의 척도다. 2020년 당시의 미국을 두고 후대의 역사가들은 과연 문명국이었다고 기술할 수 있을까? 사진은 미국 백악관 [사진=픽사베이]

한국의 농산물 시장에도 안정을 희구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래서 농안법이라는 것도 만들어 놨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이라고 불리는 이 법은 도매시장을 중심으로 농산물의 생산자와 판매자 간의 역할과 의무를 정의해 놓았다. 연혁을 따지고 들면 1976년 12월 31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까지 총 60여 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개정을 거쳤다. 이 법의 핵심은 모든 농산물은 반드시 지자체가 지정한 공인된 도매시장에 상장되어 경매를 거쳐 도매인들에게 팔려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농안법 하의 농산물 가격은 진정 안정적일까? 그렇지 않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 서귀포시)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수급조절품목 가격동향’ 자료를 보자. 배추의 경우 연중 가격편차(최저가 대비 최고가)가 2015년 약 3배 수준에서 2019년 약 6.8배 까지 벌어졌다. 연도별 등락폭도 심했다. 배추의 경우 2013년 10kg에 9021원에서 2014년 4789원으로 46.9% 급락했다. 2015년 5540원에서 2016년 1만858원으로 두 배 가까운 수준으로 인상됐다. 2019년에는 2016년 대비 30% 가량 떨어진 7643원 수준이다.

수시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가격은 생산자 입장에서 결정적 위험이다. 내 손에 쥐게 될 돈이 얼마인지 확정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자재며 일손이며 써야 할 돈은 고정적이다. 판매금액에서 비용을 뺀 농업수입이 얼마가 될지 모른 상태에서 농사를 져야 한다. 선도거래(일명 밭떼기) 등으로 리스크를 분산한다지만 판매가격을 어림잡아 판단하기엔 편차가 너무 크다. 이래서야 농사로 먹고 살 수 있겠는가? 소농 중심의 우리나라 농민들은 생산량이 많으면 가격 폭락으로 밭을 갈아엎고, 적어지면 가격이 올라 안 팔리는 이중고에 항상 시달린다. 어떻게 해도 돈을 벌기 힘든 개미지옥에 빠져 있는 셈이다. 이게 1976년 이래로 60 차례나 개정한 ‘농안법’이 지배하는 대한민국 농업의 현실이다. 

법이 처음 생겼을 때는 인터넷은 커녕 피씨도 없었을 때다. 온 국민이 손바닥에 핸드폰을 쥐고 어디서나 카톡으로, 유튜브로 정보를 공유한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날마다 전국방방곡곡으로 어떤 물건이든 배달해주는 택배시스템도 없었다. 이제 사람들은 물건을 사기위해 또는 팔기 위해 피씨나 핸드폰을 여는 세상이다. 산업의 기술과 인프라, 그리고 소비자 인식 등은 농업 환경은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그런데도 농산물 유통만큼은 꿋꿋하게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아직도 서울 가락시장에서는 전체 물동량의 75% 가 기존의 방식대로 경매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수십년 째 변하지 않는 철옹성 같은 농산물 유통구조는 마치 백약이 무효인 환자의 모습이다.

서울시는 6일 서울시청에서 서정협 서울특별시장 권한대행, 김영록 전라남도지사와 김경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라남도와 ‘농수산물 도매시장 유통혁신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새로운 실험도 시도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시와 전남도 간의 농산물 업무 협력이다. 서울시는 6일 서울시청에서 서정협 서울특별시장 권한대행, 김영록 전라남도지사와 김경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라남도와 ‘농수산물 도매시장 유통혁신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서울시가 전라남도와 손잡고 전국 최초로 2023년까지 서울 가락시장에 ‘전남형 공영시장도매인’ 도입을 추진하기로 한 것. 업계에서는 가락시장이 산지 농민과 도시 도매상이 직접 거래를 하게 하는 시장도매인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려는 신호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산지유통센터 건립, 산지통합마케팅 지원 같은 산지 정책만으로는 농산물 가격안정과 수급조정에 한계가 있다”며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같이 가격결정에 영향을 주는 도매시장에서의 가격안정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정협 서울특별시장 권한대행은 "가락시장 현대화사업과 연계해 낡은 경매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가락시장에 혁신과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화답했다.

'생산지'와 '소비지' 지자체 간의 풀어낼 농산물 유통 문제 해법이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농민들의 가격 결정권이 침해되고 불투명한 거래로 결국 농민들만 손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혁신의 주체들은 이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주도면밀하고 과감한 실행이야 말로 성공의 지름길이다. 동시에 반대 의견도 경청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담대함도 필요하다. 

약을 먹었는데도 낫지 않으면 다음은 수술이다.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마스크를 쓰기를 거부한 트럼프가 최고의 의료진의 보살핌으로 주사로 나을 수 있으면 다행이다. 그러나 심각한 상태에 빠지면 좀 더 위험하고 과감한 치료법을 써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이기에 반드시 건강을 회복해야 한다. 가락시장도 그와 꼭 닯았다. 대한민국 농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축이다. 반드시 살아나서 고질적인 농산물 유통 문제를 개선하고 살맛나는 농업·농촌, 먹거리 걱정없는 나라를 만드는데 앞장서 주기를 기대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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