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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스윙 세 번이면 스트라이크 아웃의료계 파업을 바라보는 농업인의 심정... 의사도 없는 곳에 누가 살까?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는 공을 던지는 투수다. 투수가 잘 던지면 상대 타자가 안타를 칠 수 없다. 점수를 내지 못하게 되므로 최소한 우리 팀이 패하는 일은 막을 수 있다. 에이스 투수는 강속구와 변화구로 타자를 꼼짝 못하게 만든다. 스트라이크(Strike) 비슷하게 날아오다가 볼(Ball) 구역으로 방향을 바꾸게 하는 지능적인 투구를 한다. 심판이 쩌렁쩌렁하게 스트라이크를 외치고 타자들이 헛스윙을 할 때 투수팀 선수들과 팬들은 어깨춤을 춘다. 

스트라이크(Strike)는 많은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다. 대표적인 게 ‘파업’이다. 원래는 ‘도구를 내려놓다’는 뜻으로 ‘일을 잠시 그만둔다’는 의미다. 일을 그만두면 보수를 받지 못하던 시절, 노동자들은 자기희생을 통해 원하는 바를 쟁취하고자 했다. 모든 투쟁에는 위험이 따르는 법이다. 

최근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반발하며 파업 중이다. 전공의부터 시작해 8월 27일 현재 개업의까지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전국의 의대생들은 9월 1일로 예정된 의사 고시에 불응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료진 수준 저하, 과잉진료 가능성 등이 반대 이유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불안하기만하다. 

현장의 의료진들도 피곤하긴 매한가지다. 너무 많이 일하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2018년 발간한 '2016 전국의사조사'결과에 따르면, 의사들의 근무일수는 진료의사의 주당 근무시간은 평균 50시간으로 나타났다. 20대와 30대 의사가 각각 62.1시간, 52.8시간을, 전공의의 경우 66.9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당 근로시간을 44시간으로 제한하는 일반 노동자에 비해 의사들은 훨씬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고소득 노동자가 된다. 힘들게 일해서 큰 돈을 벌겠다는데 누가 말리겠는가? 하지만 문제는 의료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진이 육체적-정신적 한계 상황에서 일을 한다면 제대로 된 진료가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의사도, 환자들도 모두 힘든 게 대한민국 병원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의협 등 의사 단체들은 반대하고 있다. 의아한 일이다.

이번 정부의 의료 정책의 핵심은 의료 서비스가 열악한 지방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할 의사를 키워내자는데 있다. 수혜자가 될 수 있는 농업계에서는 현 상황에 어떤 입장일까? 당연히 우려과 비판의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는 26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한의사협회의 총파업을 비난하고 나섰다. 한농연은 의료계는 현재 인구 감소율과 의사 증가율을 고려할 때 의사 수가 충분하다는 등의 이유로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고 나섰다면서 취약지역의 의료공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이를 무시하고 파업을 강행한 대한의사협회의 결정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집단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한국농업인단체연합(농단연)도 농촌은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령인구 비중이 높아 의료 수요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보건의료 환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농촌은 읍지역을 벗어나기만 해도 의원급 병원조차 찾기 어렵고 의사들도 농촌에 오려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는 책임감을 가지고 공공 의료인력 확충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의료 취약지인 농촌지역의 의사 수급을 원활하게 하고 취약한 농촌지역 의료서비스가 개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6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료계 파업 관련 범정부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총리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촌·도시 건강실태 및 의료비용 효과 비교와 정책과제’라는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농어촌의 의료기관 수는 7591개로 도시(5만8678개)의 12.6%에 불과하다. 또한, 우리나라 의사의 절반 이상인 52.1%가 수도권에 분포하고 있으나 농촌(군 지역)에서 활동하는 의사 수는 전체의 5.7% 수준이다. 

또한,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병원급 의료기관 의사수는 서울이 1.69명인 반면, 경북 0.52명, 충남 0.59명, 경기 0.73명으로 지역간 격차가 상당하다. 보건복지부의 ‘2017년 국민보건의료 실태조사’에서도 인구 10만명당 ‘치료할 수 있었던 사망자’가 서울 강남구는 29.6명, 경북 영양군은 107.8명에 이른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는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았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죽음이 도시보다 농촌지역에서 최대 3.6배나 많았음을 의미한다.

농촌이 살기 힘들어 사람이 없어서 의사가 안 오는 것인지, 의사가 없어서 사람이 살기 어려워 떠나는지 모르겠다. 다만 이러한 의료 인력의 지역 불균형 현상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도 받지 못하는 곳에 누가 살겠으며, 지역 균형 발전은 어떻게 이룰 것이며, 수도권 과밀화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의사들은 권리를 지키기 위해 파업해야 옳다. 아무리 코로나 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의료 공백이 현실화되더라도 말이다. 반면, 의료 소비자인 국민도 진료받을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현 시국은 의사의 파업권와 국민의 건강권이 충돌하는 양상이다. 정부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건 없다. 하지만 우선순위는 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생명이다. 

정부는 당장 의료법에 나와 있는 대로 법과 원칙을 엄격히 적용해 국민의 생명이 위협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각계에서 지적하듯 공공의료 시설 확충 등 실질적 방안을 빈틈없이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농민을 포함한 지방 주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들어 줄 때, 정부는 에이스 투수로 박수를 받게 될 것이다. 야구에서 헛스윙 세 번이면 스트라이크 아웃이다. 자꾸 실수하면 공수교대다. 직설하면, 정권이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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