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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발상] ‘자조금‘만으로 농산물 수급 조절 가능할까?농산물 수급 예측시스템, 20203년 완성 예상.. 농업은 과학, 과감한 투자 필요한 때

옛말에 먹을 거 버리면 천벌 받는다고 했다. 우리 조상들은 항상 굶주려 왔기에 ‘음식은 귀한 것’이라는 등식이 머리 속에 박혀 있었다. 보리 고개를 경험한 지금의 60대 이상 노인들도 마찬가지. 밥풀 한 알이라도 흘리거나 남기다간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젠 지천에 깔린 게 먹거리다. 세계적으로 버려지는 음식물이 연간 1조 달러, 우리 돈으로 1200조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우리나라도 연간 20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한 술 더 떠보자. 아예 산지에서 폐기되는 농산물도 상당하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 김태흠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그 해 마늘과 양파 산지 폐기 비용으로 118억 원이 투입됐다. 또한, 2017년까지 5년간 산지 폐기에 450억 원의 국고가 소요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런데도 굶는 사람은 여전하다. 잊을만하면 나오는 ‘무슨 무슨 장발장’ 사건이 또 터졌다. 78세의 김 모씨가 등산용 가방을 훔쳐 달아나다가 경찰에 잡혔다. 결국 징역 8월의 실형이 떨어졌다. 가방 안에는 시금치와 단무지, 반찬통과 페인트 솔이 들어 있었다. 배고픔에 한 행동이라고 선처를 호소했지만, 법정은 무정했다. 지난해 11월 1만7330원 어치의 식료품을 훔친 죄와 그 전에 소소한 절도 경력이 상습범이라는 꼬리를 떼어내진 못했다. 누군가는 굶고 있는데 어디서는 먹거리가 세상 빛도 못보고 갈리고 엎어진다. 소비자도, 생산자도, 막대한 국가 재정을 복지에 쓰고 있는 정부 중 그 누구도 행복하지 못한 게 대한민국 농산물 수급 현실이다.

산지에서 폐기되는 농산물도 상당하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 김태흠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그 해 마늘과 양파 산지 폐기 비용으로 118억 원이 투입됐다. 또한, 2017년까지 5년간 산지 폐기에 450억 원의 국고가 소요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간만에 반가운 소리도 들린다. 지난 24일 노지 채소류 최초로 양파와 마늘 의무자조금이 동시에 출범했다. 「농수산자조금법」에 따른 의무자조금단체는 의무자조금을 조성하여 자율적 수급안정, 연구개발, 수출 활성화 등 자조금 용도에 맞는 각종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핵심은 역시 수급 조절이다. 의무자조금단체는 경작 및 출하 신고, 품질·중량 등 시장출하규격 설정 등 생산·유통 자율조절 조치를 할 수 있고, 해당 품목 농업인에게는 조치를 따라야 할 의무가 부여된다. 

생산자 단체가 수급을 통제할 수 있다면 시장가격을 안정화시킬 수 있고 농가소득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 동안 가격 급등락에 눈물짓던 마늘·양파 농가들의 시름이 쑥 덜어지길 응원한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자조금(생산자 단체)의 노력만으로 이 고질적인 수급 문제가 해결될 것이냐는 것이다.

현재 국내 농산물 수급 조절은 농식품부가 농산물수급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결정한다.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는 행정지원 및 회의자료 작성 등을 수행하는 사무국(aT)을 두고 있다. 사무국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의 관측정보, 통계청의 생산량 정보 등을 토대로 수시로 수급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 

주로 연구원들의 관측 보고서나 표본구 재배지 조사 등의 방법으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한다. 둘 다 사람의 눈과 머리에 의해 수집되는 정보다. 실수가 있을 수 있다. 게다가 두 기관 간에도 예측 결과가 차이가 나기도 한다. 여기에 날씨라는 변수까지 있다. 현재 방법으로 농산물 수급을 예측하기는 거의 ‘기우제’ 수준이다. 그래서 정부도 4차 산업혁명에 편승(?)해 과학적 방법으로 수급 예측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작년 7월 24일 모 언론사의 “정부가 10억 원이 넘는 세금을 들여 개발한 농산물 가격 예측 인공지능의 부정확한 가격 예측이 농산물 수급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보도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놓은 바가 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다 정확한 농산물 수급예측 정보 제공을 위해 빅데이터·AI(인공지능) 등 과학적 기법을 활용한 인공지능형 예측모형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1단계 수급정보 생성모델을 개발하고 2단계 분산된 정보를 연계 및 표준화해 빅데이타를 구축, 인공지능형 예측모형 고도화를 2023년 12월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농식품부는 현재(2019년)는 시스템을 보완·개선하는 단계이므로 수급정책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명하면서 빅데이터 축적과 충분한 학습기간을 거쳐 2차 개발이 완료되는 2023년경에는 현재보다 진일보한 시스템이 구축될 것으로 본다고 끝을 맺었다. 쉽게 말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농산물 수급예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아직 완성된 상태는 아니고 세금 낭비는 아니다, 2023년 쯤에는 어느 정도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설명이다.

농식품부가 빅데이타와 AI를 활용한 농산물 수급 예측 모델 개발에 10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면 다들 미쳤다고 했을까? [사진=픽사베이]

여기서 눈에 띄는 건 10억 원의 개발 ‘예산’과 2023년이라는 ‘목표’다. 농산물 수급 예측 시스템을 인공지능이라는 엄청난 기술을 적용해 만드는데 10억 원의 예산을 들여 3~4년 만에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수십년 동안 최고의 브레인들이 모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통계청에서 이런 저런 방법으로 예측해 왔다. 그런데도 잘 맞지 않는 게 농산물 수급 관측 아니었던가?

그래서 두고두고 아쉬운 게 한국판 뉴딜이다. 지난 7월 14일 홍남기 부총리의 발표엔 농업분야의 프로젝트가 안보였다. 농식품부가 빅데이타와 AI를 활용한 농산물 수급 예측 모델 개발에 10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면 다들 미쳤다고 했을까? 아니라고 본다. 

2018년 기준 국내 농림업 생산액은 53조 원이다. 유통까지 포함하면 100조 원 시장이다. 식품산업은 230조 원 수준이다. 농산물 수급 예측에 오차가 적어지고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면 농민과 도시 소비자를 넘어 가공기업에게까지 그 혜택이 두루 돌아간다. 국내만 330조 원짜리 시장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이 될 수 있다. 그런 기술을 전 세계 농식품 산업으로 확장한다면? 한국을 먹여 살릴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성장시킬 수도 있다.

인류사를 보면 농업은 과학이고 혁명이었다. 디지털·그린 뉴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는 우리 농업의 숙제는 뭘까? 답을 알지만 때를 놓친 정책 당국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만시지탄이지만 과감한 결단을 촉구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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