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온통 매미울음이다. 뙤약볕 천지다. 진초록 나뭇잎 사이사이로 폭포처럼 쏟아지는 햇빛에 견공(犬公)들은 연신 눈을 끔뻑거린다. 혀를 축 늘어뜨린 채 나무그늘 아래 엎드려 꼼짝도 않는다. 숨쉬기도 벅찬 모습이다. 이는 여름에만 볼 수 있는 동물들의 진풍경인데, 개도 돼지도 말도 닭도 힘들긴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데 가축 키우는 일을 하는 사람들, 축산농민들은 올해 부쩍 걱정이 늘었다. 올여름이 폭염 중의 폭염일 거라고 잔뜩 겁을 먹은 축산농민들이 많단다. ‘역대급’, ‘기록적인’, ‘기상관측 역사상’ 등의 초강력 수식어가 잔뜩 붙은 올여름 더위에 “이 여름을 어떻게 하면 잘 넘어갈까?” 걱정이 태산이다. 그래서 이런 뉴스가 속속 등장한다. 예전엔 상상하기 힘든 뉴스다.

폭염이 계속될 때 가축들은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 먹이도 잘 안 먹는다. 그러다가 폐사하는 개체도 속속 등장하는 게 폭염 속 축산농가의 현실이다. [사진=픽사베이]

경기도(도지사 이재명)가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도내 축산농가에 폭염 대비용 면역증강제 약 8톤을 공급했다. 섭씨 27도 이상 고온에선 가축들이 혈액흐름과 호흡수가 갑자기 늘어나서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폭염이 계속될 때 가축들은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 먹이도 잘 안 먹는다. 그러다가 폐사하는 개체도 속속 등장하는 게 폭염 속 축산농가의 현실이다. 지지난해 2018년 경기도에선 약 134만 마리의 가축이 폭염으로 폐사했다. 놀라운 숫자다. 경기도는 일단 가축면역증강제를 전업농 규모 미만의 가금·돼지 농가에 우선 공급했다.

경북 군위축협도 비상사태(?)를 미리 상정하며 분주해졌다. 폭염 피해를 막기 위해 축산농가에 사료첨가용 보조 사료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가축들의 면역력을 강화하고 고품질의 축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라는 게 군위축협의 설명. 군위축협이 공급하는 사료첨가용 보조사료에는 각종 비타민이 함유돼 가축들의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될 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말(馬)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마사회도 올여름 폭염이 걱정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은 올여름 폭염으로부터 경주마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말 건강이 우선인 조직이니 당연한 일. 마사회는 말들이 머무는 마사지역과 마방에 미스트(미세 물분사기)와 선풍기를 설치하고 있다. 노후 환풍기도 교체중이다. 통풍이 더 잘 되게끔 마방창호도 바꿔달고 있다. 얼음을 만드는 제빙기도 구입해서 말들이 조금이라도 더 시원하게 여름을 날 수 있도록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실제로 사료나 간식에 얼음을 얼려서 섞어주는 경우도 있다. 서울 경마공원에선 말들이 수영하며 더위를 이길 수 있도록 말 수영장 두 곳이 문을 열었다. 말이 헤엄치는 모습을 보려면 서울 경마공원에 가면 된다는 뜻이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가 제일 걱정이 많을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폭염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축산분야 피해 최소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2020년 축산분야 재해 대응계획'이란 걸 마련해 추진중이다. 특히 농촌진흥청 주관으로 각 지자체와 힘을 합쳐 축사환경 개선부터 해나가기로 했다. 농진청의 기술력과 추진력을 십분 활용한다는 거다.

그래서 지난 5월엔 전국 축산농가에 ‘폭염에 가축과 축사를 관리하는 법’을 담은 소책자도 배포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다시 한 번 주의를 환기시키고 혹시라도 잊기 쉬운 대처요령을 복습시킬 목적이다. 요즘은 핸드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스템으로 재빠르게 소식전파가 가능해져서 소통에는 문제가 없을 거라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 폭염피해가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 오는 8월 초까지 축산분야 중점기술지원단을 별도로 편성해서 긴급 컨설팅도 진행한다.

농식품부가 축사시설현대화사업에서 중점적으로 보완·대체하는 시설은 바로 선풍기, 환기.송풍팬, 쿨링패드, 안개분무, 스프링클러, 차광막(지붕단열제), 냉동고 등등이다. 이런 시설이 부족하거나 없는 축산농가들로부터 지난 6월말까지 신청을 받아 지원중이다.

◇ 예상되는 기록적인 폭염...지자체도 농식품부도 대책마련 분주

이런 가운데 사료를 생산하는 기업들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폭염에 가축들이 먹이(사료)를 잘 먹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라서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여름철 가축관리가 축산농가의 1년 생산성을 좌우하는 게 현실이기에 올해가 더 분주하다.

▲팜스코는 혹서기 피해 극복을 위한 고온스트레스 저감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여름철 특별서비스를 강화해 축산농가의 생산성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온라인으로 다양한 서비스 방법이 마련되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CJ Feed&Care도 CJ만의 여름철 특별 프로모션을 가동중이다. 돼지는 ‘썸머팩 프리믹스’, 소에는 ‘밀크젠 탑’이라는 토탈 솔루션 팩을 각각 공급중이다.

▲우성사료는 가축들의 여름철 사료 섭취량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보강 사료 공급과 품질 관리 캠페인에 들어갔다. 우성사료의 보강 사료는 가축의 체내 발열을 최소화하는 특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열을 덜 내게 하고 영양소 이용 효율만 극대화한 사료라는 뜻이다. 국내산 곡류 원료로 우성사료만의 특허 공법이 가미된 제품이다. 아미노산과 에너지 비율, 적정 이온 균형 , 미네랄 강화, 스트레스 저하 첨가제 활용 등등 폭염대비 맞춤형 사료인 셈이다. 우성사료는 또한 사료의 원료가 변질돼 곰팡이독소가 발생하거나 미생물이 증식하는 걸 막기 위해 특수 첨가제를 넣어 사료 원료를 최적의 조건에서 관리하고 있다.

▲선진 역시 돼지, 비육우에 맞는 여름철 강화 사료 공급을 시작했다. 올해는 특히 폭염 일수가 약 20~25일로 평년보다 두 배 정도 길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여름철 강화사료 공급을 오는 9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카길애그리퓨리나 또한 캠페인과 방역을 동시에 강조하며 여름을 준비중이다. 코로나19, ASF와 더불어 중국발 돼지독감, 구제역 까지 발생한 상황이라서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안정적이고 품질 좋은 풀사료 생산을 위해 새로운 귀리 품종을 소개했다. 여름에 파종하여 가을에 수확하는 귀리 품종인데, 잘 알다시피 귀리는 단백질 함량과 영양소 총량(TDN)이 높아 가축에게 매우 좋은 풀사료로 알려져 있다. [사진=농진청]

◇ 사료기업들의 특별한 혹서기 대책 풍성해져

정부는 정부 나름대로 질 좋은 풀사료 생산을 독려중이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안정적이고 품질 좋은 풀사료 생산을 위해 새로운 귀리 품종을 소개했다. 여름에 파종하여 가을에 수확하는 귀리 품종인데, 잘 알다시피 귀리는 단백질 함량과 영양소 총량(TDN)이 높아 가축에게 매우 좋은 풀사료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귀리는 한국마사회 입장에서 보면 두 팔 벌려 환영할만한 풀사료인데, 귀리에는 양질의 탄수화물과 단백질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그래서 말이 경주하면서 필요한 속도와 지구력을 뒷받침해준다. 귀리가 우리나라(고려)에 도입된 건 약 13세기경 원나라 군대가 말사료로 가져왔을 때라는 설이 있다. 말을 많이 키우던 제주에서 1986년에 한국마사회의 요청으로 약 37ha에서 귀리를 계약재배하기도 했다. 1995년에는 제주에서만 귀리 재배면적이 530ha 였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하지만 지금은 마주(말의 소유주)들이 귀리 단일 사료가 아닌 고기능 배합 사료를 선호하고 있어 , 제주에서의 귀리재배가 예전처럼 활발하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귀띔이다.

현재 국내 조사료(목초나 채소의 껍질로 이루어진 섬유질 위주 사료. 농후사료의 반의어) 자급률은 2019년 80% 정도로 나타나있다. 그나마 사료가치가 낮은 볏짚이 이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여름에 귀리를 심으면 좋은 점으로 가을철 질 좋은 풀사료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흑삼 분말로 반려견의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기능성 사료를 개발했다. 수삼을 쪄서 건조하는 과정에서 흑삼이 만들어지는데, 특히 면역력 강화에 좋은 사포닌 함량이 높다는 특징을 지녔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연구 결과, 흑삼 함유 사료를 먹인 반려견은 항바이러스 기능 및 면역세포 활성 유도 인터페론 감마가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농촌진흥청, 사료로 귀리 장려...특작과학원은 반려견 기능성 사료도 개발

사료시장에서는 곤충으로 사료를 만드는 판이 점점 커지는 것도 특징이다. 한마디로 곤충사료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직 곤충사료 만은 아니다. 다양한 사료들이 고기능 프리미엄 제품으로 탈바꿈하며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구분 없이 사료시장은 돌아간다. 하지만 이번 여름에 어떤 사료가 가장 축산농가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을지는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되어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사료기업과 지자체와 정부의 사료 정책과 생산유통이 시너지효과를 내길 기대한다. 무척 덥다. 초복 지나 곧 중복이 다가온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