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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츠비의 재즈시대, 대공황, 그리고 원조 '뉴딜'다르면서 닮은 미국과 한국의 뉴딜... 루즈벨트식 주도면밀함에 성공비결 있어

제이 개츠비는 자신의 집에서 강 너머에 있는 옛 애인 데이지의 집을 바라본다. 안개 낀 대저택 사이 너머로 반짝이는 녹색 불빛. 데이지를 어루만지기라고 하듯 개츠비는 팔을 뻗어 손을 내민다. 자기 이름 이니셜이 새겨진 큼지막한 반지를 찬 채로. 감독은 이 장면에서 개츠비의 유일한 벗, 닉의 나레이션을 들려준다.

“개츠비는 그 녹색 불빛을 믿었다. 그건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멀어져가는 가슴 벅찬 미래 같은 것이었다.”

 2013년에 만들어진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 나오는 명대사다. 이 영화는 결코 가질 수 없는 것을 향한 인간의 강렬한 욕망을 비극적 종말로 그려냈다. 원작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가 1925년 쓴 소설이다. 배경은 1922년 여름의 뉴욕시와 롱 아일랜드 일대. 당시 미국은 1918년 1차 세계대전 종전 후 폭발적인 경제 성장으로 유례없는 호황을 이어가고 있었다. 여기에 1920년부터 시행된 ‘금주법’은 오히려 밀주업자들과 폭력 조직의 급성장을 낳았다.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들과 암흑가에서 흘러나온 돈으로 미국은 그야말로 흥청망청. 여기저기서 문란한 난장판이 벌어졌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도 이러한 시대상을 오롯이 담아냈다. 욕망과 도덕 사이에는 커다란 벽이 있었던 1920년대의 미국을 피츠제럴드는 ‘재즈의 시대’라고 불렀다. 경제적 번영과 자유분방한 시대 분위기는 새로운 음악을 탄생시는데 그게 흑인 음악에 기반을 둔 ‘재즈‘다. 재즈를 연주하는 대규모 악단은 부자들의 파티에 빠질 수 없는 단골 메뉴였다. 그렇게 미국은 샴페인 거품에 취해 있었다. 곧 터질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채로.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3년 취임과 동시에 경기 침체 과정에서 가장 크게 고통을 받고 있는 서민들을 구제해야 한다면서 ‘잊혀진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정책(뉴딜)‘을 내놓겠다고 선언한다. [출처=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도서관 웹사이트]

그 여파였을까?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출판되고 나서 딱 4년 후 미국 경제는 유래가 없는 암흑기로 접어든다. 후세 역사가들은 1929년 10월 24일과 10월 29일을 검은 목요일과 검은 화요일로 부른다. 월가의 주가가 대폭락했던 것. 대공황, Great recession의 신호탄이었다. 그 후 3년간 미국 시가총액의 89%가 증발했다. GDP도 56%로 쪼그라 들었다. 실업자도 1300만 명이나 생겼다. 무료 급식소에는 굶주린 서민들의 줄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세계 최고의 부자 나라 미국은 이제 끼니를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이내 위기를 수습할 인물이 등장한다. 1932년 대선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당선됐다. 신임 대통령은 1933년 취임과 동시에 경기 침체 과정에서 가장 크게 고통을 받고 있는 서민들을 구제해야 한다면서 ‘잊혀진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정책(뉴딜)‘을 내놓겠다고 선언한다. 미국 경제를 재건할 전략, ‘뉴딜’의 출발이었다. 뉴딜은 루즈벨트 대통령 재임시절인 1933년부터 1938년까지 내놓은 일련의 경제 정책들을 말한다. 경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표방하는 이 정책은 경제 분야 외에 정치, 사회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남겼다. 미국이 대공황을 극복하고 초강대국의 반열에 오르는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루즈벨트는 뉴딜의 구체적인 정책을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먼저 금융 위기 해결에 나섰다. 연방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으로 은행을 구제하고 업무를 정상화시키려 했던 ‘긴급은행법, 주식 시장에 제동 장치를 두어 급등락을 방지하는 내용을 담은 증권법을 차례로 통과시켰다.

민생 분야에서는 농민을 보호하고 실업자를 줄이는 대책을 내놨다. 당시 미국 농민들은 과잉생산의 영향으로 가격 하락에 노출되며 실질 소득이 급감하고 있었다. 이에 미국 정부가 주요 농산물의 생산을 통제해 가격 안정을 꾀하고 동시에 직접적인 농업구제 원조의 길을 여는 농업조정법을 통과시켰다. 아울러 그 유명한 ‘테네시강 유역 공사’를 시작했다. 주요 목적은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해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전기도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낙후된 농업 지역인 미국 동남부에 다목적 댐과 발전소를 지어 전기를 공급하려고 했다. 지역 경제를 일으키려는 의도였다. 이로 인한 농업 현대화는 덤이었다.

이외에 루즈벨트는 노조의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을 보호해주었다. 단결권, 단체교섭권 등 노동자 권리를 보장한 전국노동관계법이 발의가 대표적이다. 또한, 사회보장법을 통해 연금 등 사회 안전망을 만들고 체계적인 복지 시스템을 갖추려고 했다. 부유세를 신설해 부의 불평등을 막고 막대한 재정 지출의 재원으로 사용하려고 했다.

이 같은 급진적 정책으로 루즈벨트와 민주당 의원들은 사회주의자로 몰리며 기득권 계층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뉴딜은 대공황 탈출 방법으로 떠올랐던 유럽의 파시즘과 같은 극단적인 움직임을 막아내며 결과적으로 자본주의를 수호했다. 미국 경제를 빠르게 회복시키고 부의 독점을 통제했다. 그 결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생겨날 수 있는 사회적 토양을 만들었다. 기존 체제의 모순을 해결하면서 국가 운영의 틀을 전환한 좋은 사례다.

2020년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4일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튼튼한 고용·사회안전망을 토대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두 축으로 세워 선도국가로 나아가겠다"고 천명했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2020년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4일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튼튼한 고용·사회안전망을 토대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두 축으로 세워 선도국가로 나아가겠다"고 천명했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160만개를 만들겠다고 했다. 디지털·네트워크·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고 세계적인 친환경 경제시스템에서 뒤떨어지지 않도록 탄소 중립 사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 수단은 다르지만 루즈벨트의 뉴딜과 많이 닮았다. 미국판 뉴딜은 단순한 경기 활성화 정책이 아니다. 적극적인 개혁 입법을 통해 독점 기업을 해체하고 노동자의 소득을 안정시켜 자본주의 시스템을 더욱 역동적으로 만들었다. 한국판 뉴딜도 법과 제도를 어떻게 바꾸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지가 성패의 분수령이다.

손에 넣을 수 없는 녹색 불빛을 쫓는 개츠비가 될 것인가, 과감한 정책과 적극적인 개혁입법으로 혁신에 성공한 루즈벨트가 될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오롯이 감당해야 할 역사적 숙명이다. 때마침 21대 국회가 지각 개원을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최소한 경제 문제만큼은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 여야가 대타협에 나서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은 입법 전쟁, 전운이 감돈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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