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브라 효과라는 게 있다. 의도는 선했으나 결과가 나쁜 정책을 일컫는 경제학 용어다. 영국의 인도 식민지 시절 맹독을 가진 코브라로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영국 총독부는 코브라를 가져오면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 일시적으로 코브라 수가 줄어드는 듯 했지만 피해가 줄지는 않았다. 알고보니 사람들은 포상금을 노리고 아예 집에서 코브라를 키우기 시작했던 것. 

이후 총독부는 포상금 제도를 폐기했고 사람들은 코브라를 내다 버렸다. 당연히 이전보다 코브라 수는 더 많아졌다. 결국 안하느니 못한 정책이 됐다. 정부나 기업의 의사결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때문에 일을 추진할 때는 당초 의도와 함께 예상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집행 과정 중에 나타날 부작용을 미리 점검할 수 있다.

35조 3천억 원 규모의 정부의 3차 추경안이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했다. 1년 안에 3번의 추경이 편성된 것은 1972년 이후 두 번째다. 지난 3월 1차 추경 11조 7천억 원, 2차 추경 12조 2천억 원에 이어 올 해 추경 합계액은 59조 2천억 원에 이른다.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의 의도대로 고용과 사회안전망 확충, 한국판 뉴딜 등을 통해 경기 회복의 돌파구를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농식품 분야에도 2905억 원 규모의 추경이 확정됐다. 크게 보면 먼저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에 정부출연금 명목으로 1천억 원이 들어간다. 두 번째로 큰 것이 농산물 소비와 농촌관광 촉진을 위한 쿠폰 발행 예산인데 총 748억 원이 소요된다. 온오프라인에서 농산물을 할인해서 살 수 있는 쿠폰 400억 원, 외식 할인 쿠폰 330억 원, 농촌 관광 할인 쿠폰 18억 원 등을 책정해 놓았다. 또한, 일자리 확충과 가축방역에 228억 원, 한국형 뉴딜에 748억 원이 배정됐다. 이 외에 수출물류비 지원 23억 원, 식사문화 개선 32억, 재해예방에 100억 원 등도 포함됐다.

 농식품부는 이번 추경으로 농산물 판매·외식·농촌 관광업계를 지원하고, 농가의 소득 및 경영 안전망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앞선 1,2차 추경에서 제외된 농업 분야에도 3차 추경을 통해 예산이 증액되어 다행이다. 하지만 예산 집행 과정에서 보다 면밀한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농산물 유통 활성화를 위한 할인쿠폰의 경우 정책 효과가 반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6월 26일 정부의 ‘2020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서 국회예산정책처는 농식품부의 ‘신유통경로확산사업’은 사업계획 미비를 사유로 추진방식 변경 등 사업계획의 내실화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6월 26일 정부의 ‘2020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서 국회예산정책처는 농식품부의 ‘신유통경로확산사업’은 사업계획 미비를 사유로 추진방식 변경 등 사업계획의 내실화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놨다. 농축산물 구입 쿠폰의 지급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농축산물의 가격변동성이 심화될 우려가 있으며, 가격차별 등으로 시장가격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가 제시한 신유통경로확산사업은 농산물직거래활성화지원사업의 내역사업이다. 올해 본예산은 12억이 편성되었으나 이번 3차 추경에는 410억 원이 증액됐다. 사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할인쿠폰을 소지한 소비자에게 최대1만원의 한도 내에서 구매액의 20%를 할인하는 예산 400억 원과 홍보비 10억 원으로 구성됐다. 온라인은 공모를 통해 참여할 쇼핑몰을 선발하여 최대 1만원의 한도 내에서 20% 할인쿠폰을 지급할 계획이다. 오프라인의 사업대상은 대형·중소형마트·전통시장 등으로 마찬가지로 공모를 통해 업체를 선발한다. 이 업체들이 소비자에게 할인쿠폰을 발행하고, 실제 구매로 이어진 실적을 증빙하면 국고를 지원하는 구조다.

알다시피 농축산물은 가격이 유동적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격의 상승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책 실행 단계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업의 할인 쿠폰의 지급규모가 400억 원 수준이다. 쿠폰 전액이 실제 농축산물 구매로 이어진다면 2천억 원 규모의 농산물이 짧은 기간 안에 소비된다. 이 경우 일시적으로 농축산물의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 원래 가격보다 높아진 상품을 할인된 가격에 산다면 소비자는 결국 제 값 또는 비싼 값에 사는 꼴이다. 정책 효과는 제로 또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소매판매 현장에서 고의로 판매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할인쿠폰을 적용할 수도 있다. 앞선 재난 지원금 사용 과정에서도 일부 자영업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당시에는 주로 외식과 서비스업이라서 쉽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다. 재난지원금을 사용하려고 하면 어제까지 7천 원 하던 국밥을 8천 원 받는다고 해보자. 누구도 이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농산물은 다르다. 날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게 농산물 가격이다. 1만원에 10개하던 사과를 할인쿠폰 적용일부터 9개를 줘도 소비자들은 눈치 채기 어렵다.

여기에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일시적으로 출하량을 줄이면서 가격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 어차피 소비쿠폰이 써야 하기 때문에 수요는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그럴 가능성도 있다. 오른 가격에 소매점에 물건을 출하하면 소매점은 본의 아니게 높은 가격에 물건을 팔게 된다. 소비자도 자영업자도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애초 정책의 취지와 무관하게 유통 시장은 엉뚱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면 그야말로 세금 낭비다. 국회예산정책처도 “농식품부는 농축산물 구입 쿠폰의 지급으로 인해 가격변동성이 심화되지 않도록 지급 방법을 체계적으로 설정하여 시장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정부는 연내 3번이나 추경을 하며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고 있다. 추경은 국가 재난에 준하는 일이 벌어지면 내리는 비상 대책이다. 공동체의 어려움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추구하는 쪽이 있다면 공공의 적이다. 이들의 탐욕을 막는 것도 정책 당국의 몫이다. 소중한 국민의 세금이 허투로 쓰이는 일이 없도록 사업 추진 단계에서 보다 세심하게 부작용을 살펴야 할 것이다. 영국 총독부처럼 코브라를 줄이려다 코브라를 키우게 해서는 안 된다. 역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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