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무는 숲속을 거니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건 아닐까? 나무끼리 서로 화학물질이나 뿌리의 감각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동물의 공격이나 섭생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게 정설이지만, 거대 식물체인 나무가 사람을 치유한다는 점을 주목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요즈음이다.

실제로는 나무가 그냥 제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 인간이 그걸 인간 본위로 해석해서 그런 거 아니냐고 반박해도 달리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나무가 인간에게 주는 그 고마움과 조화로움 앞에서는 일단 감탄사부터 날려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산림청(청장 박종호)은 최근 보건복지부와 함께 코로나19 대응 인력에 대한 숲치유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숲치유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침체된 국민정서를 회복하고 사회적 활력을 증진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산림생태자원을 활용한 휴식․치유 프로그램이라는 게 산림청의 설명이다.

이번 시범사업은 우선 영남권 국가트라우마센터인 국립부곡병원 의료진 20명을 대상으로 한다. 국립산림치유원(경북 영주)에서 오는 25일부터 1박 2일 동안 진행되는데, 국립부곡병원은 올해 1월부터 코로나19 감염병 확진자와 가족 및 자가격리자에 대한 심리지원을 수행하고 있는 병원이다. 가족단위로 피톤치드의 치유 효과를 체험케 한다는 계획이다. 숲속 활동도 병행한다.

치유농업법이라는 법안도 올해 초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황주홍 위원장(민생당, 고흥․보성․장흥․강진)이 대표 발의한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치유농업법)이 지난 3월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 이에 따라 치유농업에 대한 법적 토대가 드디어 마련됐다.

‘치유농업’은 말 그대로 농업․농촌 자원을 이용한 국민 건강증진 도모 농업 형식이다. 외국에서는 케어팜 등으로 불린다. 치유농업법은 농업․농촌 자원을 치유 자원화해서 국민이 안전하고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게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전문인력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치유농업 사업에 착수했는데, 농촌진흥청은 치유농업 4대 중점 추진 방향에 맞춰 관련 연구를 진행한다고 지난 5월 말 밝혔다. 농촌진흥청의 4대 추진 방향은 ▲과학적 효과 검증 ▲산업화 기술 개발 ▲서비스 모델 발굴 ▲전문 인력 양성과 정보망 구축이다.

농촌진흥청은 먼저 맞춤형 치유농업 프로그램 개발부터 한다는 계획이다. 중증질환과 만성 질환, 스트레스에 미치는 효과부터 추가 검증한다. 오는 2022년까지는 치유자원 40종, 발굴 대상자 맞춤형 프로그램 18종도 개발한다는 계획. 이후엔 치유농장 활성화와 산업화 기술 개발도 하기로 했다. 그 다음에는 지방자치단체, 농촌진흥기관, 복지 기관과의 협업으로 다양한 치유농업 서비스 모델을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아무쪼록 치유농업과 치유숲 프로그램이 농촌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코로나19로 지친 모든 이들에게 안식을 제공하길 기대한다.

산림청은 최근 보건복지부와 함께 코로나19 대응 인력에 대한 숲치유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가을 전남 장성군 축령산에 위치한 국립장성치유의숲에서 이용객들이 맨발걷기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산림복지진흥원 제공}

김찬래 기자  kcl@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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