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짜장면 그리고 라면! 이 셋은 우리 입맛으로만 따진다면, 한국과 중국과 일본을 상징하는 대표적 음식이랄 수 있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음식이 한·중·일 3국을 오가며 동북아시아의 공통음식이 되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정말로 그렇다.

김치종주국인 우리나라의 밥상에 중국산 김치가 오르고, 우리 김치는 일본으로 수출된다. 일본 기무치는 일본의 대중음식이 된 지 오래고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도 한국산 김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에선 학교 급식으로 김치볶음밥이 나올 정도다. 최근엔 한류 영향으로 한국 김치가 더욱 뿌리를 내리고 있는 가운데, 이전에 비해 한국적인 맛의 김치를 찾는 일본인이 증가하는 추세라는 게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분석이다.

한국이 김치종주국의 위상을 지켜내기 버겁다는 소식도 더 이상 새롭지도 않다. 일본이 기무치를 내세워 한국의 김치를 밀어내려 한다는 사실도 더 이상 뉴스거리도 아니다. 중국이 쓰촨의 파오차이(무, 오이, 양배추, 고추, 배추 등을 염장한 절임식품)를 내세워 ‘김치공정’ 또는 ‘김치굴기(屈起)’를 진행중이라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렇듯 한국과 일본과 중국은 김치로 얽히고 설킨 관계다. 그런데 김치 뿐인 걸까? 그건 아니다. 짜장면도 라면도 김치와 마찬가지로 한·중·일 3국을 오간다. 그래서 더욱 촘촘한 그물망을 만들어가며 세 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평준화시키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한·중·일 3국은 김치, 짜장면, 라면 뿐 아니라 다수의 식품들을 수출하고 또 수입해 먹는다. 

한·중·일 3국의 식품 교역은 북미·유럽과 비슷한 규모다. 동북아시아는 약 2138조 원, 유럽은 2411조 원, 북미는 1556조 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식품교역량만 놓고 보면 세계 최고의 시장이 이미 동북아 3국 한·중·일에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2016년에서 2018년까지 3년 동안의 한국산 식품의 누적 수출액을 따져보면 한국 중국 일본이 얼마나 서로 식품공동체인가를 가늠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7조 원 정도를 수출한다. 그래서 일본은 우리식품의 1위 수출국이다. 그 다음이 중국(약 6조원), 미국(약 3조 6천억 원), 유럽연합(EU· 약 1조 8천억원) 순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본과 중국에 매년 약 4조원~5조원 정도의 식품을 수출하고 있다. 중국은 일본과 한국에 약 20조원의 식품을 수출하고 약 3조원 규모를 수입한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에 약 2조 3천억원 정도를 수출하고 약 18조원 규모를 수입해서 먹는다.

그런데 문제는 식품 교역과정에서 발생하는 법과 규제의 미묘한 차이들이다. 전문용어로 부적합이라고 하는데, 미생물, 표시기준 위반, 식품첨가물 사용기준 위반 등이 원인이다. 그래서 그동안 우리나라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중일 3국 사이의 식품안전 문제에 대해 협의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우리나라 식약처가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는 의지를 일본과 중국에 꾸준하게 표출해왔던 것이다.

한국과 일본과 중국은 김치로 얽히고 설킨 관계다. 짜장면도 라면도 김치와 마찬가지로 한·중·일 3국을 오간다. [사진=픽사베이]

◇ 한국, 일본.중국으로 매년 4조 4천억원 식품 수출...전체 식품 수출량의 40%

올해 들어서 정부차원의 조치도 이루어졌다.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는 한‧중‧일 3국의 서로 다른 식품안전기준을 통일하기 위한 ‘One-Asia 식품안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수출 증대와 수입식품 안전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겠다는 거다. 야심차다.

우리 정부는 ‘One-Asia 식품안전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과 일본과 식품안전관리 체계의 차이점을 좁혀나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한‧중‧일 ‘식품안전관리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식품안전관리기준 통합 계획’을 수립하고, 2022년부터는 '식품안전관리통합기준‘을 개발하기로 했다. 주무부처인 식약처는 이 프로젝트가 10년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프로젝트가 가능한 것은 한중일 3국의 식습관이 그만큼 공통점이 많다는 데 있을 것이다.

한편 지난해 연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류 5대 유망 식품 산업을 육성해 2030년까지 산업 규모를 24조 9000억 원으로 2배 이상 키우겠다"고 말한 바 있다.

홍 부총리가 언급한 5대 유망 식품 산업이란 ▲맞춤형·특수식품 ▲건강기능식품 ▲간편 식품 ▲친환경 식품 ▲수출 식품 등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고령친화식품, 펫푸드 등 맞춤형 식품 유형 신설 ▲건강기능식품 판매영업 자유화 ▲무농약원료가공식품 인증제 신설 ▲한류 문화축제와 K-Food Fair 연계 개최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음식으로 하나되는 아시아....원 아시아 프로젝트 가동의 효과는?

이런 분위기를 현장에서 추진하는 곳이 바로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다. 1967년 농어촌개발공사로 발족한 이래 도매시장육성을 비롯해 수출진흥사업과 농수산식품소비촉진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왔다. 농어민의 소득증진과 국민경제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다.

2012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로 사명을 변경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글로벌 농수산식품 산업육성 전문 공기업'으로 새로운 비전을 수립, 농업의 성장동력이 될 농수산식품산업 지원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등 차별화·전문화된 사업구조와 기능으로 개편해왔다.

aT는 수출선도조직 육성을 위해 생산부터 수출까지 일관하는 수출선도조직을 육성하여 농수산식품 수출을 주도하도록 유도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제스프리(Zespri), 선키스트(Sunkist)와 같은 대표적인 농식품 수출선도조직을 육성할 꿈을 꾸고 있다. 또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수출 선도농가를 대상으로 선진 농업기관현장교육, 해외전문가 초청컨설팅, 수출업체 전문교육 실시를 통해 수출전문업체를 육성하고 있다.

한편 해외수출 Network를 구축하기 위해 해외 대형유통업체와의 MOU 및 홍보판촉행사 추진을 통해 글로벌 수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 농수산식품의 대량 수출 기반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국제박람회 참가 지원 및 주관을 통해 우리 농수산식품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바이어와의 수출상담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우리 농수산식품의 수출확대를 도모중이다.

이밖에도 농수산물 수출과 관련한 정보를 인터넷 사이트 농수산물무역정보(kati.net)에서 제공하고 있다. 농수산물 인터넷 무역거래 알선 시스템인 'Agro Trade'로 수출상품 해외홍보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미래 유망 먹거리 산업을 키우기 위해 작년 12월 4일 제5차 혁신성장전략회의 겸 제28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식품산업 활력 제고대책'을 발표했다. 사진은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기획재정부]

◇ 농림축산식품부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식품수출의 견인차

농식품 수출정보 사이트 'kati.net'을 보면, 2020년 4월(누계) 농림수산식품 수출은 전년 대비 0.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으로는 (신선) 가정식 확대와 중국산 대체 수요로 김치 수출이 증가했음에도 일본 내 파프리카 등 외식용 수요가 급감했고 딸기 수출도 여건이 악화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농식품수출의 등락 원인으로 중국과 일본이 제일 먼저 거론되는 현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일본의 경우는 식자재용 비중 높은 채소류 수출이 부진했고, 중국은 인삼 등 면역력 강화 제품의 인기에도 외식활동 부진으로 우리 농식품의 수출이 감소했다고 나타나있다. 미국은 식료품 사재기 현상 등으로 우리 김치, 라면, 김 등 수출이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였으며, 아세안 국가는 조제분유 등 가공식품 수출이 증가했지만, 신선식품 수출이 다소 부진했고 참치, 김 등 수산식품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나타났다.

하지만 2020년 초는 코로나19의 영향력이 막대했던 시기였던 만큼, 하반기에는 일본과 중국을 넘어 전세계로 수출되는 우리 농식품이 원래대로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지금 현재도 김치와 짜장면과 라면을 넘어 수많은 식품들이 한중일 3국의 국경을 오가고 있다. 음식에는 국경이 없는 것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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