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기획
[진단] 정부 선정 5대 유망 식품의 미래④ 노년층 타깃 '고령친화식품' 시장 규모 커진다... 높은 가격 등 해결 과제도

[편집자주] 우리 정부는 지난 연말 5대 유망식품 분야를 선정해 집중육성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본보는 정부 선정 5대 유망식품 시장현황과 전망을 집중 조명한다. 총 5편으로 기획된 연재에서 4번째로 다룰 항목은 기능성식품이다. 첫 번째 기사는 대체식품 중 대체육, 두 번째는 메디푸드, 세 번째는 기능성식품이었다. 정부 선정 5대 유망식품은 ▲맞춤형ㆍ특수식품=메디푸드(Medi-Food), 고령친화식품, 대체식품 ▲ 기능성 식품 ▲ 간편식품, ▲ 친환경 식품 ▲ 수출 식품이다.

 

식품시장은 언제나 뜨겁다. 거의 매일 굵직한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엔 이웃나라 중국에서 가짜분유 사건도 터져 나왔다. 중국의 한 우유 식품회사가 단백질 고체음료를 분유로 속여 팔았는데, 이걸 먹고 중국의 아이들이 두개골이 커지고 이상행동을 보여, 분유를 먹이는 엄마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단다. 큰일이다.

그런데 분유는 젖먹이나 아이들만 먹는 걸까? 정말 그럴까? 예전에는 그랬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40대에서 60~70대까지를 겨냥한 ‘성인용 분유’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인데, 그 성장세가 놀랍다. 물론 이런 추세는 저출산 고령화 때문일 것이다. 

조제분유 생산량이 2015년 2만여 톤에서 2018년 1만 6천여 톤으로 3년 만에 4천 톤 넘게 줄어들자, 유업계가 타깃을 성인층으로 전환하고 있다. 2019년 출생아 30만 명을 겨우 넘긴 초저출산국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25년엔 1천만 명이 넘을 거란다.

출산이 줄고 고령인구가 늘어나는 게 국내외 유업계에는 위기이면서도 또 다른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아이들 분유는 안 팔려도 구매력 높은 중장년층이 지갑을 연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이라는 유업계의 예측이 이번엔 딱 들어맞았다. 매일유업은 약 2년 전 성인용 영양식이자 단백질 제품인 셀렉스를 출시해 1년 만에 4백억 원 매출을 기록해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이 제품을 들고 야심차게 중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남양유업도 이른바 고령친화식품인 ‘하루근력’을 내놓았는데, 중장년층이 소홀히 여기는 영양성분 6종(단백질, 칼슘, 비타민A, 비타민C, 마그네슘, 아연)이 풍부해 근력유지· 증진에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일동후디스는 산양유 단백질로 성인 건강 영양식 ‘하이뮨’이란 제품을 만들었는데 홈쇼핑에서 완판 행진을 이어가며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노년층을 겨냥한 식품, '고령친화식품'이 속속 시장에 나오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다. 고령친화식품 시장이 조만간 2조원대 시장이 될 거라는 전망도 있다. [사진=픽사베이]

◇ 저출산·고령화 추세 따라 성인용 분유시장 쑥쑥↑

분유만 그런 걸까? 그건 아니다. 성인 그 중에서도 노년층을 겨냥한 식품, '고령친화식품'이 속속 시장에 나오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다. 고령친화식품 시장이 조만간 2조원대 시장이 될 거라는 전망도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는 이미 2015년에 8천억원 대 시장이 형성된 걸로 나와 있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시대를 맞은 옆나라 일본은 고령친화식품으로만 10년 내에 13조 원 대 시장을 내다보고 있다. 일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단계라는 분석이다.

국내에선 2017년 말 농림축산식품부가 고령친화식품 KS 인증제도를 실시했다. 고령친화식품을 총 3단계로 나눠 단계별 경도나 점도에 구분을 뒀다. 고령층의 치아 부실, 소화기능 저하 등을 고려한 것이다. 표시 방법은 경도 시험값에 따라 3단계로, 경도값(N/㎡)이 50만~5만 5000일 경우 1단계인 ▲‘치아 섭취’, 5만~2만 2000일 경우 2단계로 ▲잇몸 섭취, 2만 이하일 경우 3단계인 ▲혀로 섭취 등의 문구를 제품에 표기해야한다.

정부 특히 농림축산식품부가 앞장서서 고령친화식품 시장 활성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와중에 일부 전문가와 소비자들은 고령친화식품이라는 이름 자체가 좀 무겁고 어두운 게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버푸드, 시니어푸드, 어르신 친화식품, 섭취편이식품, 이지푸드 ' 등 좀 더 쉽고 친근한 이름으로 개명(改名)하자는 뜻이다. 

국내업체에서는 환자용식품과 고령친화식품을 뭉뚱그려 ‘케어푸드’라는 명칭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 같다. 기업들이 나서서 제품명을 짓고 유통시키는 상황에 따라 이름이 달라질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은 기업과 단체가 앞장서서 개호식품(介護食品, 우리나라의 고령친화식품과 동일)이라는 이름 대신에 UDF(유니버설 디자인 푸드)라는 새로운 이름을 통용시켰다. UDF란 말에는 남녀노소 누구라도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뜻이 담겼다. 또한 일본 농림수산성은 2014년에 개호식품을 '스마일 케어식(Smile Care食)'으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 2조원대 바라보는 고령친화식품 시장...케어푸드, UDF 등 이름도 다양

그렇다면 국내 고령친화식품 시장에 뛰어든 기업은 몇 개나 될까? 그 숫자는 10~20개 정도로 그리 많지 않지만, 눈에 띄는 점은 대기업이 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 늘 거론되는 이름이 현대그린푸드, CJ제일제당, 신세계푸드 등인 걸 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사실.

▲신세계푸드는 지난 1월 고령친화식품 전문브랜드 ‘이지밸런스’를 론칭했다. 저작 능력, 즉 씹는 힘이 부족한 고령층을 타깃으로 불고기·가자미구이·애호박 볶음 등을 만들어 병원·요양원에 납품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가정간편식(HMR) 형태의 고령친화식품도 완제품 형식으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현대그린푸드 역시 건강식 브랜드 ‘그리팅’을 가동중이다. 벌써 2년 전에 돼지고기 동파육·등갈비를 씹기 쉬운 제품으로 만들어 팔고 있다. 국내 업체 중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여주는 곳이다. `연화식 한우 갈비찜`같은 제품은 경도가 잘 익은 바나나와 두부 수준으로 고령층이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다는 게 현대그린푸드 측의 설명.

▲씨제이(CJ)제일제당도도 케어 푸드 시장 진출을 표방했지만 아직 B2C(기업 대 소비자) 시장에 진입하지는 않은 상태다. CJ측은 건강식품도 큰 의미에서는 고령친화식품이랄 수 있을 것이라며 ,타깃에 세부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실제 제품화에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을 내놓고 시장상황을 관망중이다. 

▲아워홈도 2018년 케어푸드 브랜드 `행복한맛남 케어플러스`로 시장에 진입했다. 제품들을 주로 실버타운 및 요양원, 복지시설, 병원, 어린이집 등에 공급하는 기업간 거래(B2B) 에 중점을 두고 있다.

▲풀무원도 시장에 발을 들였다. 풀무원푸드머스는 시니어 전문브랜드 ‘풀스케어’를 온라인으로 출범시켰다. 풀무원 공식 온라인몰 ‘풀무원샵’에서 고령친화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풀무원은 고령친화식품이 단순히 먹는 게 아니라 즐거움과 만족감을 동시에 제공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좋은 매개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뼈까지 부드럽게 조리해 생선의 영양을 통째로 섭취할 수 있는 '고등어김치찜(1kg)', '갈치무조림(1kg)', '꽁치데리야끼조림(1.2kg)'을 비롯해 고령층이 외식 보양 메뉴로 선호하는 ‘풀스케어 한우로 사골 도가니탕’과 ‘풀스케어 한우로 소머리곰탕’도 대표 메뉴. 이들 제품은 모두 한우 힘줄이나 머리 고기 등을 먹기 좋게 자르거나 생선가시를 미리 제거해 먹는 데 불편이 없도록 했다.

풀무원도 고령친화식품 시장에 발을 들였다. 풀무원푸드머스는 시니어 전문브랜드 ‘풀스케어’를 온라인으로 출범시켰다. 사진은 풀무원의 꽁치 데리야끼 [사진=풀무원 쇼핑몰]

◇ 신세계푸드, 풀무원, 현대그린푸드, CJ 제일제당 등 국내 식품대기업 총출동

그런가하면 고령친화식품과 관련해 크고 작은 이벤트나 협약 및 시상도 줄을 잇는다. 

사회적기업 복지유니온의 대표 상품인 연하도움식(씹는데 도움이 되는 식품) ‘효반’이 정부 선정 ‘브랜드K’에 선정됐다. 브랜드K는 국내 혁신 중소기업 제품을 하나의 브랜드로 연결한 국가브랜드 지원 전략 프로젝트다.

매일유업은 자사 매일사코페니아연구소와 아주대학교의료원 노인보건연구센터가 ‘고령친화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이 협약으로 고령자의 근감소증(사코페니아) 예방을 위한 솔루션을 공동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매일유업측은 밝혔다. 매일유업은 매일사코페니아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앞서 언급한 국내 최초의 성인영양식 ‘셀렉스’를 출시한 바 있다.

전라남도농업기술원은 지역내 기업과 협력해 고령친화식품 개발을 추진, 산업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전남농업기술원은 고령친화식품시장 급성장에 발맞추기 위해 전남 도내 이유식 전문업체인 ‘㈜청담은’과 함께 지난 2018년부터 고령친화식품 개발을 추진해왔다. 이 시제품은 지난 해 10월 aT센터의 대한민국식품대전 식품트렌드관에 고령친화식품 선두주자로 전시되며 그 품질을 인정받기도 했다.

전남 뿐 아니라 고령친화식품 시장 진입을 계획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전라북도도 그 중 하나. 전북에 고령친화산업을 육성하자는 주장이 나왔는가 하면, 고령친화식품, 고령친화화장품, 고령친화콘텐츠, 고령친화힐링 등의 분야로 세분해서 육성하자는 구체안도 기획중이다. 전북연구원은 전라북도가 대도약하려면 고령친화산업의 메카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 지자체와 기업과 농림부가 앞장서서 개척해나가는 고령친화식품 시장

고령친화식품 시장은 이래저래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아직까지는 순풍에 돛단 듯 가는 중이지만, 난관이 없는 건 아니다. 고령친화식품이 편리하고 안전하긴 하지만, 제조단가가 높아서 제품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다. 

바로 이런 점이 기업과 연구단체와 지자체들의 애로사항이라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고령층의 소비능력,구매능력을 고려한 제품을 개발해야만 하는 어려움도 있다. 빈곤 노인인구도 고령친화식품의 수혜자가 되어야만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농림축산식품부가 고령친화식품을 5대 유망 식품 분야에 포함시킨 게 아닐까 싶다. 국가적으로 크게 키워서 널리 이롭게 하자는 뜻일 것이다. 나날이 쑥쑥 커가는 고령친화식품시장의 성장속도에 걸맞는 구체적인 지원대책과 활성화방안이 필요한 때다. 보편적 복지와 웰빙이 거창한 구호와 미사여구 안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병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icon최신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