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영농조합을 사들여 주식회사로 전환한 뒤 투자자를 모아 사기를 벌이는 일이 잇따른다는 한국일보 보도가 나왔다. 정부가 각종 세제혜택과 자금지원까지 해주는 영농(營農)조합과 영어(營漁)조합이 사기단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부실운영되거나 사실상 폐업한 영농조합을 사들여서 우량주식회사로 둔갑시켜 투자사기를 벌이는 일이 잦아졌다는 게 보도의 핵심이다.

사기단은 영농조합을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게 쉽다는 점을 노려 이 같은 일을 벌이고 있단다. 영농조합 설립이 쉽다는 점도 허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영농조합은 농업인 5명 이상이 조합원으로 나서면 설립 가능한데 비해, 주식회사 형태인 농업회사법인은 농업인 1명만 발기인으로 참여해도 설립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악용해서 부실 영농조합을 사서 농업인 1명만 내세워서 농업회사법인으로 전환 가능하다는 것이다.

올해 개정된 농어업경영체 지원법 제6조의2(등록정보의 정정 또는 말소)를 보면, ①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또는 해양수산부장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등록정보를 정정 또는 말소할 수 있다. 1. 농어업경영체에 해당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 2. 제6조제2항 본문에 따른 변경등록을 하지 아니한 경우, 3.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농어업경영정보를 등록하거나 변경등록을 한 경우. ②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또는 해양수산부장관은 제1항에 따라 등록정보를 정정 또는 말소하는 경우에는 정정 또는 말소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그 사실을 해당 농어업경영체에 알려야 한다. 다만, 주소나 거소를 알 수 없거나 그 밖의 사유로 알릴 수 없는 경우에는 해당 사항을 공고하여야 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등록정보의 정정 또는 말소에 관한 통지 및 공고 등에 필요한 사항은 농림축산식품부령 또는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농촌현실에서 이같은 영농조합의 악용 사례는 자칫 건실한 영농조합이나 농업회사법인을 싸잡아 매도하는 분위기로 몰아갈 가능성도 있다. 이 점을 농림축산식품부는 엄중히 따져서 대응해야 할 것이다. 농업이 다원적 가치나 긍정 뉴스의 주인공이 되지 않고 이처럼 부정적 기사 소재로 다뤄지는 일이 없어야만 한다는 뜻이다.

작년 이맘때 출범한 대통령 직속 농특위 박진도 위원장의 취임사가 의미심장하다. “농업과 농촌이 전 국민적 의제가 되는 게 농특위의 최우선 목표다.” 박진도 위원장이 말한 바가 이런 식은 분명 아닐 것이다. 씁쓸하다. 농식품부의 대책이 궁금해진다.

부실 영농조합을 사들여 주식회사로 전환한 뒤 투자자를 모아 사기를 벌이는 일이 잇따른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부가 각종 세제혜택과 자금지원까지 해주는 영농(營農)조합과 영어(營漁)조합이 사기단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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