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전 국민적 의제(아젠다)가 되는 날, 농업과 농촌이 살 길이 보일 것이다.”

이 말을 대통령 직속 ‘농특위’ 박진도 위원장이 취임 즈음에 했다. 그렇다면 화두처럼 들리는 이 말을 붙들고 애쓰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있기는 한 걸까?

총선을 앞두고 경실련 농업개혁위원회가 주요 4개 정당의 농정공약을 평가해 눈길을 잡아끈다. 알다시피 평가 대상 4개 정당은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정의당, 민중당이다. 이 평가에서 경실련은 양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농정 공약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노동자와 농민을 대변한다는 정의당과 민중당의 농정 공약은 의미 있는 내용이 많지만 적극적인 추진과 성과를 담보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경실련은 정당의 공약이 잘 이행된다는 가정하에, 다음의 6가지는 실행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평했다. ▲채소가격안정을 위한 계약생산물량 증가, ▲청년농・후계농・여성농민 육성대책, ▲경종・축산 순환농업(자원순환형 농업), ▲농업통계부분 재정립, ▲농업재해보험 개선, ▲농어촌 의료 및 교통 개선 등이다.

세부 영역에 대한 정당 간 차별이 엿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농업 전반에 대한 비전 부분은 약해 보인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내 농업농촌이 나아가야 할 장기적인 계획이나 단계적발전 전략에 대한 고민이 아쉽다는 평가다.

경실련은 이번 총선공약에서 각 정당의 공약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그건 바로 농산물가격에 대한 공약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농산물 수급과 가격안정대책’ 추진, 미래통합당은 ‘농산물 가격하락에서 국가 책임 강화’, 정의당은 ‘생산과 판매 걱정 없이 소득 안정’, 민중당은 ‘농산물 공정가격 실현’이라는 공약을 내걸었다. 농촌문제가 더 이상 생산이 아니라 유통에 있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는 것이다.

농정 공약의 개혁성과 적실성 측면도 문제 삼았다. 경실련은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보수적이며, 정의당과 민중당이 가장 진보적이라고 평가했다. 즉 정의당과 민중당의 공약이 현재의 농업 농촌 현실을 잘 반영한 것이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은 혁신성이 많이 떨어지고, 미래통합당은 공약이 아예 부족하고, 정의당과 민중당의 공약은 매우 혁신적이고 현실을 잘반영하고 있다고도 했다.

정의당은 농지문제, 농민기본소득 등 주요 의제에 적극적 입장을 표명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에 비해 구체적이고 적실성 높은 정책을 제시했다는 게 경실련의 평가. 다만 품목별 가격변동직불제 실시 등 일부 공약의 경우 실현 가능성, 실천방안, 예산확보 등 적실성 부분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의 경우 농지정의 실현과 직불제, 농민수당, 청년 후계농 이외에도 외국인노동자 처우나 토종종자 관련 사업 등 기타 사업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고 평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기존 정책과 사업을 답습하거나 20대 총선에서 약속했던 사항을 다시 제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는데, 더불어민주당은 기존에 계획해 둔 정책을 제시하는 수준이며 미래통합당은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농업 농촌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결에 대한 의지가 높지만, 구체성과 적실성에 한계를 보인다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한국농업·농촌의 구조적이고 중대한 이슈인 농지정의, 직불제, 농민수당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공약이 없거나 개혁적이지 않고, 부정적 또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경실련이라는 시민단체의 진단과 평가라는 한계를 지닌다. 하지만 총선을 대비한 농정공약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는 의미는 높이 평가할 부분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아무쪼록 공약이 총선 이후에 모두 다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총선을 앞두고 경실련 농업개혁위원회가 주요 4개 정당의 농정공약을 평가해 눈길을 잡아끈다. 이 평가에서 경실련은 양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농정 공약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노동자와 농민을 대변한다는 정의당과 민중당의 농정 공약은 의미 있는 내용이 많지만 적극적인 추진과 성과를 담보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사진=중앙선관위]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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