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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피하려다 굶어 죽을 수도 있다? 아일랜드 대기근 남의 얘기 아니야[유통발상] 농산물 유통 문제 해법을 위한 발칙한 생각

전세계 코로나19로 감염자수가 91만명을 넘어 1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사망자도 4만5천 명에 달했다. 이 위기를 넘기 위해 각국의 정부와 제약회사들은 치료제와 예방약을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사실 인류의 역사는 전염병과 분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스트로 불리는 흑사병이 중세에 대유행하면서 르네상스 운동이 시작됐다.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가 천연두 백신을 개발하면서 예방 접종을 통해 인간의 수명은 비약적으로 연장되기도 했다.

사람에게만 전염병이 있는 게 아니다. 작물에도 있다.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작물 전염병은 19세기 후반 아일랜드에서 발생한 감자역병일 것이다.

1845년 아일랜드의 여름,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1842년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감자 전염병이 퍼질 수 있는 조건은 충족되고 있었다. 감자잎마름병이라고 불리는 이 병의 포자는 처음에는 잎에서 증식한다. 섭씨 10도 이상, 습도 75% 이상이 되면 작물 전체로 퍼지기 시작한다. 이 때 비가 내리면 포자가 빗물을 타고 땅에 스며들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부분인 덩이줄기까지 퍼진다. 병에 걸린 감자는 잎에 반점이 생기고 덩이줄기도 갈색으로 변해 썩게 돼 먹을 수 없게 된다. 

그 해 여름에 생긴 감자 역병 때문에 가을에 추수할 감자는 거의 없었다. 당시 영국은 아일랜드를 식민지로 삼아 주식인 밀을 수탈했다. 3분의 1이 넘는 아일랜드 국민들은 대체 작물인 감자를 먹고 있었다. 빵을 만들 밀은 영국인들에게 수출하고, 그걸 대신할 감자도 없는 상태가 되자 사람들은 굶주림과 추위로 죽어가기 시작했다. 아일랜드 대기근의 시작이었다. 이때부터 1852년까지 아일랜드는 식량난에 빠졌다.

이 기간 중 약 100만명의 굶어죽고 100만명이 해외로 이주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이 여파로 1900년대 중반까지 해외 이주는 계속되었고 아일랜드의 인구는 당초 800만에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서유럽의 대표적인 빈국 아일랜드의 이미지가 더욱 강화된 사건이었다.

사람에게만 전염병이 있는 게 아니다. 작물에도 있다.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작물 전염병은 19세기 후반 아일랜드에서 발생한 감자 역병일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어느 정치인이 “항간에 코로나 피하려다가 굶어 죽게 생겼다는 말이 나돈다“는 말을 했다. 굶어 죽는 사람이 있겠냐만 그만큼 경제가 어려운 상황임을 강조하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앞으로 식량 구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대한민국 식량 자급률은 50%, 곡물자급류은 23% 수준. 비상하게 지켜봐야 할 대목이 아닐수 없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30일 유엔식량기구(FAO)의 발표를 인용하면서 “사회적 격리에 따른 영향으로 해운업 폐쇄와 같이 공급망에 영향을 주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역 물류의 붕괴도 몇 달 내로 현실화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SCMP는 “유엔 세계 식량 안보위원회 (UN Committee of World Food Security)도 국경 폐쇄와 공급망의 붕괴로 인해 식품 시스템에 재앙적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는 강력한 경고를 내놨다.”고 전했다.

실제로 세계 쌀 수출 3위인 베트남은 지난 3월 27일 자국내 쌀 비축을 늘리고 새로운 쌀 수출 계약을 미루는 조치를 발표했다. 태국도 자국내 가격이 급등하자 닭고기와 계란의 수츨을 1주일 금지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식량의 80%를 수입하는 홍콩은 비상이다. SCMP에 따르면 주요 마트에서 쌀 재고가 바닥나기도 하며 일부 마트에서는 한 사람당 쌀 두 봉지와 계란 두 상자로 구매량을 제한한다고 한다. 생산과 물류의 문제가 식량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사회적 격리 강화로 사람들이 집밖으로 나오지 못해 노동력을 제공하지 못한다. 생산과 물류에 차질이 생긴다. 사람들은 언제든 식량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필요 이상으로 구매해 비축해 놓으려고 하면서 가수요가 생긴다. 이렇게 수요-공급의 균형이 깨질 때 가격은 폭등하고 물건은 더욱 구하기 어려워진다. 

해법은 무엇일까? 가장 필요한 것은 심리적 안정을 갖게 하는 일이다. 언제든 물건을 구할 수 있다고 사람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그런데 식량을 자급할 수 없는 나라에서 그게 가능할까? 홍콩,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부유한 나라지만 식량자급률이 떨어지는 나라다. 국토가 작은 도시 국가이거나 척박한 기후로 농사를 지을 수 없다. 따라서 너무도 당연하게 수입에 의존해 왔다. 

그런데 도시 국가도 아니고 기후도 농사짓기에 적합한 우리나라 일각에서 식량은 수입해서 먹으면 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경쟁력 없는 농업보다는 제조업을 키워서 수출해서 먹고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어불성설이다. 식량이 무기가 되고 국가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지 묻고 싶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2017년 기후변화 보고서에서 2050년이면 세계 인구가 약 97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식량도 지금보다 1.7배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 등으로 식량생산에 필요한 자원은 지금보다 부족해 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지구적으로 식량난을 고민할 때가 곧 온다는 의미다. 식량이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게 됨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내다버린 음식물쓰레기 처리가 문제일 정도로 먹거리가 흔하다. 그래서 유엔이 아무리 경고를 해도 한국인들에게 먹는 걱정은 없는 듯하다. 이는 쌀 자급률을 100% 수준으로 유지하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천덕꾸러기 농업을 주목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세기 말 아일랜드 감자역병이 돌기 전에 100만명이 굶어죽을지 아무도 몰랐다. 20세기 초 코로나19가 출현하기 전까지 홍콩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먹거리를 걱정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인류는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다. 겸손한 마음으로 최악의 상황을 미리 준비해야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이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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