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상남북도를 합친 면적보다 조금 더 큰 면적을 지닌 네덜란드가 세계 굴지의 농업선진국이 된 이유는 우리에게 늘 신기함과 부러움을 자아낸다. 자국보다 수십 배 넓은 면적을 지닌 국가들을 제치고 탄탄한 농업국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는 네덜란드는 그래서 항상 벤치마킹의 대상이자 롤모델이 되곤한다.

치유농업이란 개념도 마찬가지. 네덜란드는 케어팜이라는 도농상생, 공익, 치유, 돌봄 등의 뜻을 지닌 농장이 이미 수백개를 넘어 수천 개에 육박한다. 농업선진국다운 복지농업을 이미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네덜란드 만의 일이 아닌 상황을 맞았다. 우리나라도 치유농업의 활성화를 뒷받침할 법적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지난 3월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을 계기로 치유농업 연구개발과 육성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치유농업은 농업과 농촌의 자원을 이용해 다양한 치유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제공해 국민의 건강증진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실제로 치유농장이 천 개소가 넘는 이탈리아도 2015년에, 네덜란드도 2001년에 관련법을 만들어 농가보조금까지 지급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은 이번에 통과된 법률을 바탕으로 치유농업이 탄력을 받게되면, 우리나라에도 치유농업농장(일명 케어팜)이 약 3천개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 치유농업을 포함하는 개념인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논의는 이미 여러해 전부터 진행돼왔다.

최근에는 대통령 직속 ‘농특위’가 발족해 그런 점을 부각시키며 활동중이다. 농촌진흥청의 농업용어사전에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농업과 농촌은 ▲식량을 공급하는 기능 외에도 ▲환경보전 ▲농촌경관 제공 ▲농촌 활력 제공 ▲전통문화 유지 계승 및 식량 안보 등에 기여한다. 이러한 기능들을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라 하며 외부경제 효과로서 사회적 후생을 증진시킨다.”

최근엔 사회적 농업이라는 말도 사용빈도가 급증했다. ​사회적 농업이란 농업을 통해 장애인이나 고령자를 돌보고 교육시키며 일자리까지 제공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사회적 농업(Social Farming)을 한층 구체적으로 “농업의 다원적 기능(Multifunctionality)에 기반을 둔 다양한 사회적 서비스를 취약계층에 제공하는 농업”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바로 사회적 농업의 수혜자들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장애인, 고령자, 취약자들이 사회적 농업의 보호와 혜택을 받아야할 대상들이라는 뜻이다. 특히 ‘사회적 농업’은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엄연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항목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 부터다. 농촌이 살기 좋은 곳이 되기 위해서는 하나씩 풀어가야할 일들이 참 많다.

귀농귀촌도 거기에 포함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고령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며, 농산물의 유통체계 변혁도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앞서 언급한 치유농업 등의 확산으로 농촌과 도시에 ‘상생’과 ‘돌봄’의 문화가 뿌리내려야할 것이다. 치유농업 활성화에 대한 소식은 그래서 반갑기만 하다.

네덜란드의 치유농장 de Hoge Born 전경 [사진=de Hoge Born 홈페이지]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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