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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 · 빅데이터 시대, 농기계 산업 미래는?수출국 다양화, 개도국 공적개발원조 활용, 스마트化 등 모색해야

탄력을 잃고 침체한다는 평가가 나온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사정이 이런데 어떤 뾰족한 수가 있는가를 묻는 목소리도 높았던 게 사실이다. 미국이나 중국으로 수출길이 열리지 않으면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시선을 돌려야하는 거 아니냐는 주장도 팽팽했다. 내수 시장은 지난 2000년 2조원대를 돌파했지만 제자리 걸음중이고, 외국산의 점유율이 확대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흔했다. 자주 듣고 접하다보니 익숙해진 얘기들이다. 이는 우리나라 농기계 산업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내내 그러던 게 최근 들어 사정이 좀 변한 모양이다. 지난해 한국 농기계 수출이 사상 최초로 11억 달러를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한편에서는 이런 게 바로 ‘농기계 한류’가 아니냐며 들썩이는 분위기다. 앞서 언급했듯이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북미시장과 아시아 아프리카의 새 시장을 개척.공략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축배를 들어야할 때일까?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이 올해 2월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한 해동안 농기계 수출액은 약 11억 3천만 달러로 나타났다. 2018년의 10억 4천만 달러에 비해 8.6% 오른 규모다. 지난해 수출 증가는 20~50마력 중소형 트랙터 수출액 약 6억 4천만 달러(전체의 56.6%)가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동공업, LS엠트론, 국제종합기계, 동양물산 등의 국내 농기계 기업들이 북미시장을 공략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LS엠트론은 지난해 10월 31일 자사 전주공장에서 ‘동남아시아 LS파트너스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사진은 행사 참석자 관계자들이 전주공장 복지동 앞에서 LS GBPP를 통해 수출되는 농기계와 함께 기념 촬영한 모습. [사진=LS엠트론]

◇ 국산농기계 최초 11억달러 수출...중소형 트랙터 북미수출이 전체의 56.6%

자료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바로 국가별 수출현황인데 ▲우즈베키스탄과 ▲앙골라가 뜻밖에도 각각 1억 3천만 달러, 2천 8백만 달러 어치의 우리 농기계를 수입해갔다. 전년 대비 163%, 135% 증가한 수치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짐작하다시피 양 국가간의 상생을 위한 꾸준한 교류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4월 '국내기업의 우즈베키스탄 진출방안 보고서'를 펴냈다. 여기에는 우리 기업이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하려면 ▲농업 ▲자동차 ▲에너지 인프라 ▲의료 등 4가지에 집중하면 좋겠다는 자료가 담겼다. 농업이 첫 번째 항목이란 점이 고무적인데, 이는 우즈벡에서 농업이 전체 GDP의 30%를 차지하는 기간산업이기 때문. 때마침 지난해에 순풍에 돛단 듯이 한국과 우즈벡 양국 정부는 '한-우즈벡 농기계 R&D 센터'를 개소했고, 이런 점이 우즈벡에 우리 농기계 수출을 늘리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앙골라 수출도 주목할 부분이다. 2018년 대동공업은 앙골라 정부와 1억달러 규모의 농기계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까지 트랙터, 경운기, 작업기, 굴삭기 등의 농기계 및 건설장비 약 3000대를 공급했다. 이는 대동공업이 지난 2015년 앙골라 농업부에 ‘농기계 공공 보급사업’을 제안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1월 서울 가든호텔에서 농기자재 수출 유망국 공무원·바이어 초청 워크숍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베트남, 태국, 중국, 호주, 네덜란드 등 8개 수출 유망국 공무원·바이어들이 참석했다. 주로 동남아 국가들인 점이 눈에 띈다. 동남아 인구는 44억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무려 88배. 면적은 4398만㎢로 우리나라의 430배에 달한다. 바로 이런 점이 농기계 수출 가능성의 청신호라는 분석이다.

▲베트남도 우리 농기계를 수출할 최적의 국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2019년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이 베트남에 ‘한국-베트남 농기계센터’를 설립했다. 베트남의 농업인구 비중을 고려할 때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농업기계화의 ‘초기단계’라고 진단하고, 농업기계화가 진행되는 베트남의 상황을 고려해 우리 농기계의 수출이 유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한국 농기계업계의 필리핀 진출을 호소해왔다. 필리핀은 농업기계화율이 낮아서 쌀 생산량의 16% 정도가 추수.가공.유통과정에서 손실되는 실정이다. 필리핀에 우리 농기계를 중고로 공급하거나 대여산업으로 진출할 때 가능성이 무척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스리랑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동양물산기업은 스리랑카 현지맞춤형 트랙터 ‘TE50’을 통해 동남아 수출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스리랑카 농기계 시장이 경운기에서 트랙터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스리랑카에 연간 500대 이상의 트랙터를 수출하면서 스리랑카 전체 트랙터시장 4000~5000대를 차차 접수해간다는 구상이다. 물론 스리랑카에서 시작해 동남아, 서남아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게 동양물산의 계획이다. 스리랑카 정부는 지난해 김신길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스리랑카 명예영사로 위촉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농기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개도국에 대한 ODA(공적개발원조)와 연계하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진단한다. 일본이 ODA 사업과 농기계 구매조건을 연계시킨 것처럼 , 우리나라도 ODA를 할 때 국산농기계를 동남아, 서남아 국가들과 구매조건부로 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우리 농기계의 국가별 수출 순위를 보면 미국이 53.5%로 가장 많고, 우즈베키스탄이 11.4%로 2위, 일본이 3.7%로 3위, 호주가 3.2%로 4위, 앙골라는 2.5%로 5위를 기록중이다. 동남아, 서남아 국가가 1위에서 5위까지를 차지할 날이 오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벨기에 기업 옥티니온(Octinion)에서 개발한 ‘루비온’이란 이름의 딸기수확기는 부드러운 육질의 딸기를 상처 하나 내지않고 하루에 180~360킬로그램을 딸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은 하루 최대 50킬로그램을 수확할 수 있다고 하니, 무려 4배에서 7배의 수확량을 자랑하는 고효율 밭농사 기계다. [사진=옥티니온 회사사이트]

◇ 우즈벡, 앙골라,베트남, 필리핀,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등 수출국 다변화 눈길

스마트 농기계에 대한 세계 각국의 노력 또한 눈부시다 하겠다. 우리 농기계기업들 역시 그런 방향으로 꾸준한 노력을 진행중이다.

일본은 지난 2015년부터 ‘로봇 신전략’을 제시하고 이중에서 농업분야의 3가지 중점사항을 추진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실용화-시판화 할 주요 기술의 면면이 휘황찬란하다. ▲자동 주행 트랙터의 유인-무인협조 시스템 보급, ▲산림 작업도로 자율주행, ▲산림 반출작업 자동화 포워더 보급, ▲야채의 수확, ▲축산에서 자동 착유·급사, ▲임업에서 제초나 묘목의 식재 등은 기본에 속한다.

▲제초작업 로봇, ▲도시락 제조·디싱(dishing) 로봇의 실용화, ▲파워 어시스트 슈트의 더 발전된 소형화·경량화, ▲자동착유 시스템의 고도화 실현, ▲시설 원예의 고도 환경제어시스템(온도, 이산화탄소, 비료 용액농도 등), ▲선과·가공공정에서 상해과(傷害果) 판별 로봇, ▲원목의 품질 판정 로봇 보급, ▲빅 데이터 해석에 의한 일본형 환경제어 기술의 실용화 등도 포함돼 있다.

미국은 대규모 경작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농업로봇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자율주행 가능 로봇형 트랙터, 농작업기, 나뭇잎·토양 샘플 자동수집 로봇 등이다. 구글은 농업 빅데이터를 수집해 종자, 비료, 농약 살포에 도움을 주는 인공지능 의사결정 지원시스템 기술 개발을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는 2010년부터 친환경농업기술 개발을 위한 ‘정밀농업(Precision Farming) 프로젝트를 추진중인데, 이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의 억제 및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하고 지속가능한 농업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일본 미국 네덜란드의 스마트 농업, 농업로봇, 정밀농업 프로젝트도 급부상

남상일 한국농업기계학회 정책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박완주 의원이 주최한 농기계산업 혁신 포럼’에서 "한국 농기계 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밭농업용 대형 트랙터, 고기능 유틸리티 트랙터, 신기능 콤팩트 트랙터, 정밀농업기계,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우리 농기계업체들에겐 그 어느 곳보다 동남아 시장이 중요한 만큼 동남아 논농사용 최적화 소형 트랙터 개발, 저가 중대형 트랙터 및 작업기 등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적 농업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브랜드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하지만 시작이 반, 이라는 속담이 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귀농귀촌 증가 추세에 도시농업, 치유농업에 대한 관심 폭발도 우리 농기계산업의 앞날을 비춰줄 등불일 수 있을 게다. 결국, 상생(相生)이 정답인 것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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