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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반도체, '종자'... "금보다 비싼 씨앗 지키고 개발해야"‘종자약소국’에서 종자강국을 꿈꾼다... 유전자가위기술도 변수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금값이 상승세라는 소식이다. KF94 마스크와 더불어 골드바와 황금돼지가 덩달아 인기라고 한다. 금 한돈(3.75그램) 가격이 24만원~25만원 선이란다. 이는 대한민국만의 일이 아니라 중국, 미국, 유럽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 하지만 좀 더 멀리 볼 때, 훨씬 투자가치가 높은 품목이 있는데 그건 바로 씨앗(종자)이다.

금붙이 보다 더 비싼 씨앗이 많은 게 팩트(fact)란 걸 사람들은 아직 잘 모른다. 우리나라 씨앗 세상의 속사정, 즉 정부기관과 종자.종묘기업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짚어보며 씨앗이 금보다 비싼 이유를 찬찬히 살펴보자.

#장면1. 우리나라엔 굴지의 종자 기업들 외에도 ‘종자산업진흥센터’라는 곳이 있다. 농식품부 산하 농촌진흥청이 설립한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운영한다. 공공기관이다. 종자산업의 메카를 만들고 글로벌 종자기업을 육성한다는 2개의 큰 비전을 표방하고 있다. 실제로 종자산업진흥센터는 전북 김제에 54.2ha 규모의 민간육종연구단지를 조성했고, 거기에 종자기업이 입주해 우수한 품종을 만들 수 있도록 시험포장과 시험연구동 등 인프라를 제공중이다.

#장면2. ‘국립종자원’도 있다. 식량작물의 안정적 생산을 위하여 고품질 정부보급종을 공급하고, 종자강국으로 도약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굴.지원한다. 종자검정, 유전자 분석, 병리검정 등 종자분야의 연구 개발을 수행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민간육종품종 실용화비율 70%로 향상, 정부 보급종 공급량 70%로 확장 등이 2020년 목표다. 경북 김천에 있다.

#장면3. 그런가하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는 ‘시드볼트’라는 희귀씨앗 저장소도 있다. 세계 유일 야생식물종자 저장시설인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 누적 저장량은 현재 3478종 5만 5039점. 지난해 연말에는 '시드볼트 종자 10선'을 선정.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550년 된 봉화 철쭉종자 ▲700년된 아라홍련 ▲해인사 천연기념물 전나무 종자 ▲고산식물인 구상나무 종자 ▲강화도 갯황기 ▲ 완도호랑가시나무 ▲ 울릉국화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주목 ▲중앙아시아 버들바늘꽃 ▲서아시아 백당나무가 시드볼트 종자 10선에 이름을 올렸다. 시드볼트는 경북 봉화에 있다.

#장면4. ‘골든 시드(Golden Seed) 프로젝트’ 라는 것도 가동중이다. 이는 글로벌 종자 강국 도약과 종자산업 기반 구축을 위한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농촌진흥청·산림청 공동의 국가 전략형 종자 R&BD사업이다. 잘 알다시피 골든 시드(Golden Seed)는 금값 이상의 가치를 가진 고부가가치 종자를 의미한다. 실제로 컬러 파프리카 종자 1g(250립)이 9만원~10만원인데 비해 금 1g은 5만~6만원 선(2020년 현재). 파프리카 종자가 금값보다 2배 가까이 비싸다는 거다. 골든시드 프로젝트는 2012년~2021년까지 10년간 약 5천억원을 들여 벌이고 있는 사업이다.

종자산업은 농업의 반도체산업으로 불러도 좋을만큼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사진=픽사베이]

◇ 국립종자원, 종자산업진흥센터, 시드볼트, 골든시드 프로젝트 등 다양한 종자보호

그렇다면 왜 이렇게 다양한 시스템이 종자보호와 육성을 위해 존재하는 걸까? 답은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 좋은 종자는 종자 이상의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종자는 단순한 의식주 해결을 넘어서 건강기능성 식품이나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 바이오에너지나 바이오 플라스틱 같은 바이오산업 소재로도 활용된다. 더불어 식량안보 확보, 국민건강 개선, 에너지 문제 해결에 이르기까지 그 중요성을 일일이 꼽기 힘들 정도.

전 세계 농작물 종자 시장 규모는 대략 40조원~50조원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종자 시장은 독일 바이엘, 중국 켐차이나, 미국 다우케미컬 등 3대 종자기업의 경쟁체제로 운영되어 온 게 사실이다. 강자들 사이에 낀 종자 약소국 대한민국은 이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던 상황. 실제로 한국은 종자 수출 로열티 수입보다 종자 수입 로열티 지급이 압도적으로 높다. 농촌진흥청은 2020년 우리나라의 종자 로열티 지급액수가 거의 1조원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우리 종자산업에 어두운 그림자만 드리워져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앞서 언급했던 정부기관이나 추진중인 프로젝트, 특히 골든시드 프로젝트(GSP) 등이 빛을 발하고 있는 모양새다. 종자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종자협회의 통계자료를 보면, 최근 국내 종자업계의 2019년 채소종자 국내 매출은 11% 가량 줄어들었지만, 해외 매출은 596억 원으로 19% 정도 늘어났다. 

지자체도 정부및 민간 종묘기업이 개발한 종자를 재배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전북 부안군은 2020년 정부보급종자 523톤을 농가에 공급했다. 보급종 벼 신동진 등 9품종 457톤, 콩은 장류콩인 선풍 등 5품종 25톤, 감자는 수미 40톤 등이다. 보급종은 정부기관이 품질을 보증하는 우량종자를 의미한다. 기존 재배종자를 우량종자로 바꾸어 재배하면 벼는 6%, 콩은 10%, 옥수수는 65% 정도 더 수확할 수 있어 농가입장에선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전남 강진군도 ‘새청무벼’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 협조로 계약재배 농가에 새청무벼 종자를 배부했다. 새청무벼는 전남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품종. 강진군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다. 지난해 2019년에는 단숨에 재배면적 11위(국립종자원 품종보호등록 535품종 중)에 오르는 등 선호도 및 시장 경쟁력이 입증된 품종이다.

충남 공주시는 과학영농 실증시험포에서 수확한 무병 우량 씨감자 4톤을 감자작목반에 보급했다. 공주시는 우량 씨감자 보급 확대의 일환으로 지난해 농업기술센터에 1400㎡ 규모의 실증시험포를 운영해 원종 씨감자 수미품종을 생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정부 보급종 부족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보급종이 부족할 정도로 우리 종자가 농가들 사이에서 인기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2021년도 여름 파종용 벼·콩·팥 보급종 생산·공급계획을 확정했다. 벼 보급종 품종은 삼광, 신동진, 추청, 일품, 새일미, 친들, 영호진미, 오대, 동진찰 등 29개 품종이다. 새청무(중만생종), 조명1호(조생종), 참드림(중만생종·추청벼 대체 품종), 진수미(중만생종), 보람찰(중생종 찰벼) 등 5개 품종도 추가했다. 콩과 팥도 공급한다. 농식품부는 일부 품종은 신청이 조기 마감될 수 있으니 서둘러 신청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 종자 수출 증가세→ 지자체, 정부.종묘기업 개발품종 재배 확대→ 종자산업 활기

국내 종묘기업들의 노력도 주목할 부분이다. 기능성 농작물과 종자 개발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아시아종묘 당뇨병 환자의 혈당강하에 효과가 입증된 미인풋고추를 개발해 인기가 높다. 1992년 설립된 아시아종묘는 약 2천 개 품종의 종자를 보우한 종자 개발 기업이다. 천연 인슐린으로 대접받으면서 당뇨 환자에게 인기높은 미인풋고추, 소형(미니) 밤호박, 일반 양배추의 20분의 1 크기인 꼬꼬마양배추, 새싹채소, 어린잎 채소 종자 모두 아시아종묘의 작품들이다. 아시아종묘의 개발력 기술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아시아종묘는 국내 유통되는 양파 대부분이 일본 품종인 점에 주목하고 우수한 국산 양파 종자의 개발과 보급에 힘쓰고 있기도 하다. 아시아종묘 류경오 대표는 “3년 후쯤 되면 국산 품종이 일본 양파품종을 앞서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농우바이오의 발걸음도 묵직하고 의미심장하다. 농우바이오는 지난해 2019년에 종자수출 3천만 달러를 달성한 국내 대표적 종묘기업. 농우바이오의 '칼라짱'이 2019년 최우수 품종으로 선정된 것이다. 내병계 고추 중 국내 최초 육성된 고추품종이다. 국립종자원이 주는 국내최고 권위의 '대한민국우수품종상' 대회에서 일궈낸 성과다.

농우바이오와 농협하나로유통은 또한 고당도 흑피수박 신품종 ‘블랙위너’의 보급 확대를 위한 특별 판매전도 열었다. 블랙위너는 기존 흑피수박 대비 당도가 1~2브릭스 정도 높고 탄저병 저항성이 높아 농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농우바이오는 이 같은 블랙위너의 품종 개발에서부터 판로 확대에 이르기까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아시아종묘의 꼬꼬마양배추 [사진=아시아종묘]

 

◇ 종묘기업들의 노력과 약진... 유전자가위 기술이라는 변수(?)는 어떻게 극복하나?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지난해 연말 농림식품과학기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3차 농림식품과학기술 육성 종합계획’(이하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무인 자동화 3세대 스마트팜과 센싱·위성·드론을 활용한 노지 스마트농업 기술, 수급예측 시스템 고도화 등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한 스마트농업 기술을 중점 개발하기로 한 것.

그런데 여기에 포함된 것이 바로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한 작물 알러지 제거 등 농생명 바이오 산업 육성이다. 이는 종묘기업들의 전통적인 육종방법과는 배치되는 것이 아니냐는 저항에 부딪칠 수 있는 대목이다. 전통적 육종으로는 수십년 수백년이 걸려도 안 될 일을 유전자 가위기술은 단 몇 년 만에 이뤄낼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축산업과 대체육-배양육 같은 인조고기의 관계보다도 훨씬 큰 파괴력과 후폭풍을 가져올 사안인데, 농식품부가 농림식품과학기술 육성 계획에 유전자가위기술을 포함시켰다는 사실이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지난해 10월 열린 ‘2019 국제종자박람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기능성과 내병성이라는 양대 테마가 중심이 된 지난해 국제종자박람회에 종자나 육성 품종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전시하지 않고도 주목받은 업체가 있었다. 생명공학회사 T사가 주인공. 기능성 강화 콩, 갈변 억제 감자를 유전자가위 기술로 개발해 들고 나온 것이다. 향후 농식품부와 함께 관련 건강, 식품, 의약 관련 정부부처가 종합적으로 검토할 일이지만, 어쨌거나 유전자 가위 기술이라는 엄청난 기술이 우리 농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란 점이다.

종자산업은 농업의 반도체산업으로 불러도 좋을만큼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남한 면적의 절반도 안 되는 네덜란드가 세계적인 농업 강국이 된 건 종자 개발 연구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품종 한 개를 개발할 때 보통 8~9년 걸리는 종자개발과 그에 따른 노력이 정부와 민간기업들에 의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 가위 기술이라는 ‘복병’도 있다. 안전성만 담보된다면 복병이 아니라 우군일 수 있지만, 전통 육종방법을 고수해온 대부분의 국내 종묘기업들에겐 갑작스레 던져진 크나 큰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정부와 관계기관 그리고 종묘기업과 유전자가위기술 보유기업의 백년대계를 기대해본다. 재정적 이익만을 앞세워 안전을 외면하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우선 종자약소국 대한민국에서 고군분투하는 종묘기업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씨앗을 지키는 일은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는 말을 실천하는 이들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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