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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그리고 한-미-중 농산물 교역의 삼각함수[뉴스따라잡기] 한 주간의 농업계 이슈 브리핑

중국 우한에서 최초 발생한 폐렴 증상의 감염병의 영향은 어디까지일까? 정식 명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서 ‘코로나 19’로 변경된 이 질환 때문에 우리 삶이 많이도 변했다. 감염병 예방 수칙 1호가 ‘개인위생 철저’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는 일상이 됐다. 덩달아 마스크와 손세정제는 없어서 못 파는 귀한 물건이 됐다. 가격도 2~3배씩 뛰었다가 최근에야 정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관련 용품 제조사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대목으로 내심 쾌재를 부르리라. 물론 어수선한 시국 때문에 대 놓고는 어렵겠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다. 사람들은 감염병 예방 수칙 2호를 ‘사람 많은 데 안가기’로 여긴다. 그래서 식당, 극장, 쇼핑몰, 테마파크 등에 가길 꺼린다. 심지어는 졸업을 취소하거나 개학을 연기하는 학교도 생겨나고 있다. 집단적 ‘자가 격리’ 사회가 된 것이다. 외식 경기가 바닥이니 농산물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대목 중의 대목인 ‘졸업-입학’ 시즌을 완전히 망친 화훼 농가도 울상이다.

이런 와중에 국내 농업계에 악재가 될 수 있는 소식이 들린다. 코로나 19 때문에 미국의 농산물을 중국이 충분히 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11일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1단계 미·중 무역 합의로 중국이 더 많은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적어도 올해는 그 규모가 작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알다시피 미국과 중국은 작년 12월 무역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를 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앞으로 2년 간 농산물, 공산품, 에너지, 서비스 등 분야에서 2천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 구매할 예정이었다. 이 중 농산물은 320억 달러, 약 37조 원 규모다. 오브라이언 말대로 중국이 자국 내 퍼진 감염병을 이유로 농산물 구매를 미루거나 취소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올해 재선을 앞두고 선거전에 열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조치를 취할까? 

미국과 중국은 작년 12월 무역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를 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앞으로 2년 간 농산물, 공산품, 에너지, 서비스 등 분야에서 2천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 구매할 예정이었다. 이 중 농산물은 320억 달러, 약 37조 원 규모다. [사진=픽사베이]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층인 중서부 농부들을 위해 지난 2년 동안 중국 때리기에 나서서 농산물 수출 확대라는 선물을 안겼다. 중국의 구매 일정이 틀어져서 재고를 떠안게 된다면 미국의 농부들은 계속 트럼프를 지지할까? 게다가 가격까지 폭락하게 된다면 미국의 농부들은 트럼프를 거짓말쟁이라고 몰아세울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중국에 강매를 하던지, 다른 나라에 강매를 해려 들 것이다. 그의 과거 이력으로 볼 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 중 일부는 미국의 영원한 우방 대한민국에 배당될지도 모를 일이다. 가뜩이나 소비 위축으로 죽을 맛인데 미국산 농산물이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온다면, 우리 농가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물론 여기까지는 가설이다. 하지만 위협은 미리 대비해야 한다. 가설은 조건이 맞으면 ‘현상’이 되기 때문이다. 감염병이 국민 건강을 넘어 국내 농업 붕괴, 나아가 식량 안보 문제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제 이 문제는 중국내 감염증 확산 정도와 농산물 소비 동향, 미국 내 작황 및 주요 작물 수출 동향, 미국 대선의 판도와 트럼프의 발언까지, 다양한 변수를 집어넣고 풀어야 할 고차방정식이 됐다. 농정당국의 브레인들과 정부의 대응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솥뚜껑보고 놀란 가슴 자라보고도 놀라는 농가의 마음도 어루만져 줘야 한다.

다행히 농식품부는 코로나 19 확산에 대비해 대응전담팀(TFT)을 구성했다. 지난 1월 30일 박병홍 식품산업정책실장 주재로 첫 번째 대책회의도 열었다. 앞으로 이 팀을 중심으로 외식, 농식품 수출, 농촌 관광, 농업금융, 농축산물 소비, 외국인 근로자 관리 등 세부 과제별로 민관 합동점검 체계를 만들고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차관도 12일 대응전담팀 3차 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다음 주에 마련되는 외식 등 피해우려 업종에 대한 지원방안이 신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협조를 하고,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 및 업체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하여 농식품 분야의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발 빠른 정부의 대응에 박수를 보낸다. 여기에 더해 미중간의 농산물 교역에서 생길 수 있는 돌발 변수에 대한 대응도 주문한다. 외교부 등 관련 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미중 현지의 정확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 시선을 멀리 두고 장기적이고 구조적으로 닥칠 위협은 없을지 면밀히 살피자는 말이다. 아직 닥치지도 않은 위협에 대비하는 고차방정식을 풀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하지만 그게 정부의 ‘수준’이자 ‘실력’임을 농정 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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