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특위’(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의 출범은 문재인 정부의 특징과 업적 중 하나로 꼽을만한 사건(?)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농특위가 뭔지 잘 모른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특히나 모른다. 여기서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으며, 그게 농촌과 농업과 도시를 잇고 살리는 데 어떤 역할과 의미를 지니는지 알 길이 없다. 안타깝지만, 사실 관심이 없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수 있다.

농특위의 정체성은 농특위 홈페이지 대문에 잘 나타나있다. 이렇게 적혀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지난 대선에서 ‘농정의 틀을 바꾸겠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의 농어업·농어촌위원회를 설치하여 농정을 직접 챙기겠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대통령의 의지를 실천하여 농정의 백년대계를 새롭게 세우기 위한 자문기구로서 금년 4월 25일 출범하였습니다.”

이를 더 쉽게 요약해보자. 3개의 키워드로 농특위의 특징은 압축된다. 이를 한 문장으로 엮어보면, ▲ 농정의 틀을 바꾸기 위해, ▲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 2019년 4월 출범한 특별위원회 라는 것이다.

◇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대통령직속 특별위원회 ‘농특위’

사실 출범한 지 9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박진도 전 충남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다. 박진도 위원장은 <부탄행복의 비밀>이라는 책을 저술했고, 부탄의 국민총행복지수를 눈여겨보고 천착해온 행복 전문가. 폭넓고 따스하며 지혜로운 농정을 기대할 수 있겠다는 찬사를 한 몸에 받으며 박진도 위원장은 지난 4월부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박 위원장은 짧지만 굵직한 지난 9개월의 활동을 이렇게 국민들에게 보고했다. “타운홀미팅은 그동안 9개도에서 농어민 25%, 소비자와 시민사회 25%, 전문가 25%, 공무원 25% 비율로 지난 4월부터 진행해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농정의 틀을 바꾸고 개혁하겠습니다.”

그렇다. 박 위원장은 지난 9개월 동안 전국 9개 도를 다니며 농민, 전문가, 공무원 등을 총망라한 인물들을 만나며 대한민국 농어업 현실을 정밀하게 진단했다. 그 진단 결과를 정리해 연말에 국민들에게 공개한 게 바로 지난 해 12월 12일 전주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19 타운홀 미팅 보고대회'다.

◇ 9개 도를 돌며 각계각층 의견 종합, 농정 전환 방향성 세워

그렇다면 박진도 위원장이 지난 9개월 동안 각 지자체를 돌며 수렴한 농어민과 전문가와 관계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과연 뭘까? 박위원장이 이를 종합해 내린 처방은 또 무엇일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날짜를 역순으로 따져보면, 12월 5일 경남도청 대회의실에서 농특위는 '농정틀 전환을 위한 2019 전국 순회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11월 29일엔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타운홀 미팅에서 나온 박진도 위원장의 메시지는 일관되고 강력했다. "농어업·농어촌이 본래 갖고 있는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농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혜를 모아달라"는 것.

11월 28일엔 강원도, 11월 20일엔 전남도청, 11월 15일은 충남, 11월 13일은 전남, 11월 4일은 경북, 11월 1일 전북에 이르기까지 박진도 위원장은 우리 농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농정은 한마디로 보조금 농정이었다. 보조금을 줄이고 지방정부로 예산과 책임을 이양해 지방분권 농정으로 가야한다. 공익형직불제 중심의 농정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농특위)는 지난 9개월 동안 전국 9개 도를 다니며 농민, 전문가, 공무원 등을 총망라한 인물들을 만나며 대한민국 농어업 현실을 정밀하게 진단했다. 그 진단 결과를 정리해 국민들에게 공개한 게 바로 지난 해 12월 12일 전주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19 타운홀 미팅 보고대회'다. 사진은 당일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농특위]

◇ 박진도 위원장 “지난 세월은 정부보조금 농정...이젠 지방분권농정으로 개혁할 때”

그렇다면 박진도 위원장은 9개 광역 지자체를 돌며 어떻게 의견을 수렴했을까? 그래서 현장에서 어떤 의견을 종합했을까? 지난 11월과 12월에 걸쳐 두달 동안 활동한 기록을 재구성해보면 다음과 같다.

방법은 이렇다. 도청이나 지자체 회의실 원형테이블에 수백 명의 관련인과 도민들이 모여 앉는다. 이들은 우선 3시간에 걸쳐 자신이 속한 지자체의 농정을 놓고 토론하고 문제점과 해결방법을 논의한다. 그 의견을 모아 정리한다는 순서로 타운홀 미팅은 진행됐다. 현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농특위가 주최한 전라남도 타운홀 미팅에서 나온 결과를 생생하게 지면에 옮겨보자. 전라남도 타운홀 미팅의 최종논의 결과와 지역농어민과 관계자들의 의견(질문과 대답)은 이랬다.

▲“농정의 틀(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가장먼저 해야 할 일은?” (전남)

농수산물 가격 안정 및 농가 경영안정 강화가 30.8%로 1위, 농어촌 역량강화 및 사회적 경제 활성화가 15.4%로 타 지역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게 나왔다. 다른 지역에서는 농어업재정구조 개편이 대개 2위였다. 3위로 꼽힌 것은 농어촌공간 체계적 관리 11.5%, 4위가 국가 먹거리종합전략(푸드플랜) 수립기반 구축으로 11.5%로 나타났다.

▲“농정전환의 핵심과제, 행정이 핵심적으로 해야 할 일은?” (전남)

1위 농수산품 가격안정을 위한 수급조절(35.9%), 2위 농림어업인 기본소득보장(18.8%), 3위농어업 공익적 가치 인정.지원(17.2%), 4위청년농업인 육성제도 개선(7.8%) 순으로 나타났다.

▲“민간이 노력해서 기여할 수 있거나 해야 할 것은?” (전남)

1위는 안전한 먹거리 실현 보장 29%. 2위는 농어업 공익적 가치 인정 지원으로 16.1%, 3위가 체계적인 교육을 통한 인식개선으로 11% , 4위가 친환경순환농법 9.7%.

▲“행정과 민간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일은?”(전남)

1위가 안정적인 친환경농산물 생산 23%로 1위, 2위가 농어업의 공익적 가치 인정 지원으로 21%.

국내 최대 농촌현장이며 농도로 꼽히는 전라남도 농어민들의 종합의견은 이렇게 요약된다. 1위가 농수산품 가격안정을 위한 수급조절 36.7%, 2위가 농어업의 공익적 가치 인정 지원 25% , 3위와 4위는 농림어업인의 기본소득보장과 안정적인 친환경생산물 생산 유통으로 각각 11.7%. 

다른 지역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강원도 농어민들이 꼽은 1위가 농어민의 기본소득 보장 52.4%이며, 충청북도는 농가의 소득보장이 30.9%로 1위였다는 점 등이 눈에 띄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체 순위를 매겨보면 우리 농어민들의 소망은 한결같이 두 세 개로 요약되고 있었다.

◇ 농수산품 가격안정, 농어업인 기본소득보장이라는 한결같은 목소리

박진도 농특위원장이 종합한 9개도(道)의 생생한 의견을 종합하면 이런 결론이 도출된다. 현장의 목소리를 순위를 매겨보면 그렇다는 뜻이다. 1.농어민의 삶의 질 보장, 2.지속가능한 농어업 보장, 3.합리적인 농수산물 소비자가격 유지, 4.농어촌 일자리와 안전한 먹거리 생산 등의 순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좀 더 풀이하자면, "▲농어민으로 살아가기가 무척이나 지치고 힘이 드니까, ▲농어업만 해서 생계를 꾸릴 수 있게끔, ▲농수산물을 제값 받고 팔 수 있게 가격정책을 마련해주고, ▲농어촌의 일손부족을 해결해 달라"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겠다.

더 이상 긴 말과 설명은 필요 없을 것이다. 대통령과 농특위가 힘과 지혜를 모아 추진하는 일만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박진도 농특위원장의 지난 4월 취임사와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12월 전주 타운홀미팅 보고대회의 인사말으로 마무리한다.

▲박진도 위원장 “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3농(농어민, 농어업, 농어촌)을 농어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의제로 끌어 올리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농어업과 농어촌을 농어민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한 삶터, 일터, 쉼터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국민들은 자신의 삶과 행복을 위해서는 농어민이 행복해야 하고, 농어업과 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농어업에는 인간 생존의 장구한 역사가 함께하고 있으며, 그 안에는 미래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해답도 담겨있습니다. 과감한 농정의 대전환으로 청년들은 농어촌에서 미래를 일구고, 어르신들은 일과 함께 건강한 삶을 누리고, 환경은 더 깨끗하고 안전해지길 바랍니다. 젊은이와 아이들이 많아지는 농산어촌, 물려주고 싶은 농어업의 나라 대한민국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겠습니다.‘

부디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농특위가 살아야 농업이 살고 농업이 살아야 대통령이 성공한다. 문 대통령은 분명 농업문제는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그래서 '농특위 가는 길이 대통령 가는 길'인 것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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