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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발상] 농식품 수출, 봉준호 식 '공감'에 힌트 있다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6개부문 후보 올라... 세계 시장서 선전 이유 살펴볼 필요

영화 ‘기생충’의 해외 시장에서 선전이 놀랍다. 세계 영화의 본산 미국에서 80여 일이 넘게 개봉관을 지키고 있다. 지난 5일 기준으로 북미 박스오피스 누적 매출 2390만 달러(약 279억원)를 넘겼다. 역대 한국영화 흥행 1위 기록이다. 북미 역대 외국어 영화 중 흥행 순위에서도 8위다. 전설을 써나가고 있다. 

기생충을 만든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10월 7일 미국 매체 ‘벌처(Vulture)‘와의 인터뷰 중 아래와 같이 말했다.

“오스카상은 국제 영화제가 아니다. 아주 지역적이다." 
(The Oscars are not 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They’re very local.)

기자는 봉 감독에게 지난 20년 동안 국내외 영화계에서의 커진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가 오스카상(아카데미상)에 지명된 적이 없는 점에 대해 물었다. 우문현답일까? 봉준호는 세계 최고 권위의 오스카상을 동네 영화제로 만들어 버렸다. 물론 그가 오스카를 얕잡아 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미국 콘텐츠 시장에서 외국 상품이 자리 잡기 어렵다는 의미를 강조한 의미라고 본다. 미국의 자존심이 바로 영화고 할리우드고 오스카니까. 

이러던 봉준호 감독이 드디어 일을 냈다. 영화 ‘기생충’이 지난 8일 미국 영화제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탔다. 작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데 이어 상업 영화 제작의 본거지인 미국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한국 영화의 경사다.

언론들은 벌써부터 다음달 9일 예정인 아카데미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시상식에서의 수상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때마침 ‘기생충’은 아카데미 외국어작품상과 주제가상 예비 후보로 올라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어쩌면 그의 지난해 "오스카는 로컬"이라는 발언은 취소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 ‘기생충’이 지난 8일 미국 영화제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탔다. 작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데 이어 상업 영화 제작의 본거지인 미국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사진은 '기생충'의 영화 포스터

해외 진출 본능을 가진 민족의 후예(?)라서인지 봉준호의 선전을 보면서도 수출 생각이다. 사실 한국 산업계는 수출로 먹고살아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있다. 농업도 예외는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일(금)에 수출업계·연구기관 전문가들과 함께 수출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여러 방안을 제시했다.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신남방 시장의 경우, 베트남 단감과 같은 ‘검역해소품목’을 초기 진출시킬 때 홍보·포장 전략을 세워 고급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였다. 물류 여건이 척박한 신북방에서는 개별 수출업체의 물건을 공동으로 적재해 장거리 수출물량을 규모화하고 극동 지역에 정기 선박을 운행하는 방안도 나왔다. 

성장세가 좋은 딸기와 떡볶이를 김치·인삼과 같은 우리 대표 수출품목으로 육성하기 위해 수출통합조직과 수출 협의회를 통해 집중 지원하자는 주장이 있었다. 일본·미국 등 주력시장에서의 현지인 시장 진출방안과, 수출 생산기반에서의 개선 과제도 논의됐다.

모두 소중하고 시급한 과제들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세계인의 입맛을 당길 수 있는 ‘소구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농산물의 활로를 수출에서 찾는다면 한국 영화의 선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제품을 팔려면 소비자들에게 공감을 얻어야 한다. 내가 저걸 사야하는 이유를 제시해 줘야 팔린다. 그게 컨셉이고 마케팅이고 상품의 기획이다. 특히 어느 나라든 먹거리에는 이야기가 있다. 문화가 그 속에 담겨 있다. 문화는 배타성이 있어 구매에 장애물이 된다. 그래서 먹거리를 다른 나라에 팔기 힘들다.

영화도 문화 상품이기에 현지인들과 코드를 맞추지 못하면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각 지역의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편견을 뛰어 넘는 게 관건이다. 까다로운 비즈니스다. 그래서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해야한다. ‘기생충’은 빈부격차를 소재로 썼다. 이걸 코미디와 서스펜스라는 그릇에 담았다. 비록 외국인이 외국어로 연기했지만 ‘격차의 비극’을 몸소 체험하며 지구 최강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사는 미국인들에게도 ‘공감’을 얻어냈다. 

농식품 수출도 세계인이 공감을 유도할 수 있는 소재와 그 것을 담아 낼 그릇이 필요하다. 상품을 팔기 전에 이야기꾼이 된다면 ‘기생충’ 같이 해외 주류 시장에서 당당히 인정받는 날이 올 것이다. 현지에 먹힐만한 '스토리가 있는 한국 농식품', 이게 되야 수출에 날개를 달 수 있다.

이참에 농식품부의 다음 ‘수출대책회의’에는 봉준호 감독을 초청해 보는 것도 좋겠다. 그에게 우리 먹거리에 인류 보편의 스토리를 입히는 방법을 한수 배워보면 어떨까.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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