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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물 가격 급등락, 이번엔 해법 찾나?정확한 관측정보-의무자조금-로컬푸드-계약재배-가격안정제 필요

이래저래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신년사는 의미심장하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역설하는가 하면, 그동안 농민들만 애가 타던 농산물 가격 급등락 문제를 신년사의 정중앙에 꽂아 넣었다.

김 장관의 신년사에 등장하는 핵심추진과제는 총 4개. 김 장관은 거기에 ‘농산물 가격 급등락 최소화’를 넘버 2, 즉 두 번째 핵심추진과제로 꼽았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한 문장으로 끝난 것도 아니다. 농산물 가격 급등락 최소화를 위한 4개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김 장관이 강조한 부분을 번호를 매겨 보면 이렇다. 먼저 ① "지자체와 농업인 스스로 생산과 가격을 조절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습니다. " ② "주요 품목은 의무자조금 단체를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③ "미리 예상 생산량을 파악하여 재배 면적을 조절하겠습니다." ④ "가격이 급등락할 때에는 출하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계약재배사업과 자조금도 과감하게 지원하겠습니다." 등이다.

 

◇ 농식품부 장관이 두 번째 현안으로 꼽은 ‘농산물 가격 급등락 최소화’

그렇다면 대체 얼마나 농축산물 가격의 급등과 폭락이 심하기에 장관이 나서서 이를 해결하자고 팔을 걷어붙인 것일까? 농업과 농촌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눈여겨보거나 귀 기울여 본 사람이라면 이런 풍경들이 전혀 낯설지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매년 그 맘 때에 어김없이 일어나곤 했던 아주 낯익은 풍경이기 때문이다.

[풍경1] 작년 12월의 일이다. 돼지 한 마리를 팔아도 15만원 넘게 적자라는 축산농민들의 탄식이 점점 커져갔다. 연말 특수라는 건 기대도 할 수 없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병, 확산 이후로 돼지고기값이 점점 떨어지더니, 급기야 12월 중순에는 돼지고기 1kg당 2천원 대까지 값이 내려앉았다. 그래서 돼지사육농가들은 앉은 자리에서 마리당 15만원의 적자를 보면서도 돼지를 품고 가야만 했다. 사료값 난방비 식수비 할 것 없이 죄다 흘러나가는 돈이었다. 

급기야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하태식)가 한돈 소비촉진행사까지 기획하고 나섰다. 주요 품목을 최대 30% 이상 할인해서 팔았지만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건 누구 때문인가? 아프리카 돼지열병 때문일까 아니면 미리 수급조절을 하지 못한 농식품부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남이 한다고 덩달아 따라간 농민들 때문인가?

[풍경 2] 이건 작년 3월달 본지 기사다. 농작물 산지폐기에 최근 5년간 5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과잉 생산에 대응하고 시장가격 유지와 농가소득 안정을 위해선 산지폐기가 답일 수 있다. 그렇다면 얼만큼이나 산지폐기 됐을까? 2018년산 배추, 무, 양파, 마늘은 지난 2월 기준으로 약 7만 여 톤이 산지폐기됐다. 그 예산만 200억원 정도. 산지폐기 예산이 가장 많은 순서대로 꼽으면 , 양파가 95억원 어치, 배추와 무는 각각 21억원, 54억원의 예산이 쓰였다. 그 다음으로는 마늘인데 산지폐기 비용이 22억원이었다.

[풍경 3] 지난해 추석 무렵 10월의 풍경이다. 경북지역 사과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여 가격 폭락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 대구경북은 전국 사과 재배면적 3만 3천 헥타르의 약 60%를 차지하는 곳. 지난해 특히 작황이 좋아 생산량은 7% 가량 증가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사과 과잉생산으로 가격 폭락이 현실화됐다. 

한국농수산유통공사(aT)자료를 보면, 사과(홍로) 10㎏당 가격은 2만 7천원. 다른 해에 비해 무려 30% 정도 폭락했다. 그래서 경상북도는 지자체 차원에서 70억원 넘는 재정을 투입해서 질이 낮은 사과를 농가로부터 구입하는 수매지원사업을 벌였다. 사과 하나가 이런 상황이니 다른 과일이나 채소까지 수급조절에 실패했을 경우, 투입되는 재정은 손쓰기 힘들 수준으로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는 도시민들이 알고 있을 내용인가? 그건 아닐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김현수 장관은 신년사를 통해 가락시장 같은 도매 시장 중심 농산물 유통 구조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유통 경로를 다양화하겠다는 뜻이다. 사진은 김 장관이 지난해 12월 20일 안동농협(사과) 산지공판장 현장을 방문한 모습 [사진=농식품부]

◇ 백년하청(百年河淸)인가...꼭 그렇지만은 않다...해법은 분명 있다

이 모든 게 다 농산물 수급조절 실패가 낳은 풍경들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을까?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어렵기에 수 십년 동안 고쳐지지 않았을 뿐이라 믿고 싶다. 해법이 있기에, 장관이 나서서 ‘농산물 가격 급등락 최소화’를 연초에 화두로 내걸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농식품부 장관이 내건 해법과 그에 따른 현실과 구체적인 방법론을 차근차근 따져보자. 정답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나온 해법 총정리 정도라고 해두자.

▲ “지자체와 농업인 스스로 생산과 가격을 조절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먼저 관측과 예측이 정확성을 지녀야 한다. 그걸 하는 곳이 바로 농촌경제연구원이다. 거기서 더 들어가 농업관측본부 홈페이지를 둘러보면, ‘농업관측본부 재배의향면적 관측’ 이란 게 나온다. ‘관측속보’를 클릭해보자. 이런 제목과 함께 상세 내용이 첨부되어 있다.

“12.18 : 최근 무·당근 산지 및 가격 동향. 무는 12월 하순 상품 도매가격이 중순(25,540원/20kg)과 비슷할 전망. / 당근은 12월 하순 상품 도매가격이 중순(37,220원/20kg)보다 높을 전망. 알고 싶은 내용은 더 있다. 2019 가을배추·무 생산 전망을 보면, 가을배추, 무는 최근 기상 호조 및 철저한 생육 관리로 전월보다 작황 호전.”

“2020년산 마늘·양파 재배의향 속보(2019.10.17). 2020년산 마늘 재배의향면적은 전년보다 9% 감소하나, 평년보다 2% 증가 전망. 2020년산 양파 재배의향면적은 전년과 평년 대비 각각 19%, 14% 내외 감소 전망.”

어떤가? 이런 내용을 감안해서 농민들이 스스로 생산과 가격을 조절할 수 있을까? 솔직히 그건 좀 무리가 따른다. 이에 대해 김홍상 농촌경제연구원장은 “농축산물에 대해 31개 품목, 국제 곡물 포함 총 35개 품목의 관측 정보를 만들고 있다. 물론 농산물 가격 안정과 수급 관리라는 게 관측 정보만 가지고는 되지 않는다. 생산자 단체와 농협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김 원장은 고백은 이어진다. “농촌경제연구원의 관측정보는 사전 조절적인 기능이다. 하지만정부정책은 사후 문제 최소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차이 즉, 갭은 농민이나 생산자 단체에서 채워줘야 한다.” 김 원장은 또 “생산자단체는 스스로 물량조절을 해서 가격안정을 도모하고, 정부는 시장개입보다는 농가소득의 지속적 안정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격안정제'를 크게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가격안정제란 쉽게 말해 계약물량 일부를 수급조절에 활용하고 그 대신에 농가에 평년가격의 80%를 보장해주는 수급관리 시스템. 가격안정제는 수급조절과 농가소득 안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제도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말이다.

 

◇ “생산자단체는 스스로 물량조절, 정부는 가격안정제 확대로 농가소득 보장해야”

▲ “주요 품목은 의무자조금 단체를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의무자조금에 대한 김현수 장관의 말부터 살펴보자. 지난해 6~7월 마늘-양파 공급과잉으로 산지 도매가격이 폭락했을 때 나온 발언이다. “양파와 마늘 품목은 조직화가 미흡하다. 정부는 앞으로 의무자조금단체를 만들어 수급 조절 주체로 만들려고 한다.”

김 장관의 설명대로라면, 의무자조금단체와 정부가 반반씩 돈을 대 재정을 확보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후에 생산자가 생산. 유통 과정에서 수급을 스스로 조절하게 만들자는 방식이다. 의무자조금단체의 활약상은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감귤, 파프리카는 2015년과 2016년에 출하량이 크게 늘었음에도 자조금단체가 물량조절을 통해 가격 폭락을 막아냈다. 

현재까지 결성된 의무자조금은 양돈, 한우, 우유, 계란, 닭고기, 육우, 오리, 인삼, 친환경, 백합, 참다래, 배, 파프리카, 사과, 감귤, 콩나물, 참외, 절화, 포도 등 총 19개. 앞서 언급한 마늘과 양파 의무자조금이 탄생하면 총 21개가 되는 셈이다. 최근엔 포도 의무자조금도 나올 기세다.

▲ “미리 예상 생산량을 파악하여 재배 면적을 조절하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농촌경제연구원과 농업관측본부 외에도 aT(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 수급정보 예측사업도 있다. 특히 2018년부터 aT는 빅데이터와 ICT 기반의 효율적 수급관리를 해나가고 있다. ‘농산물유통 종합정보시스템’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앞서 설명한 바가 있어 여기서는 생략한다. 1항을 참고하면 된다.

▲ “가격이 급등락할 때 출하량조절 위해 계약재배사업.자조금도 과감히 지원하겠습니다.”

김 장관은 이에 대해 "주요 품목의 예상 생산량을 파악해 재배 면적을 조절하겠다. 출하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계약 재배 사업과 자조금도 지원하겠다. 의무자조금 단체를 확대하는 등 지자체와 농민 스스로 생산.가격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의무자조금, 계약재배 확산, 재배면적 조절, 로컬푸드가 정답일 수도

김 장관은 이에 덧붙여 가락시장 같은 도매 시장 중심 농산물 유통 구조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유통 경로를 다양화하겠다는 뜻이다. 김 장관은 "산지 공판장과 로컬푸드에 답이 있다“고도 강조하고 있다. 로컬푸드 시스템으로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이 그 지역에서 바로 소비되는 환경을 체계화하겠다는 것이다. 

"로컬푸드야말로 우리 밥상을 살리는 길"이라는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말이 의미심장하기만 하다. 농식품부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2020년엔 총 680개소로 늘려나가기로 했다. 

모든 사업의 기본이 되는게 가격의 통제다. 가격이 흔들리면 '경영 계획'을 세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농업 최대의 병폐가 바로 가격 급등락으로 인한 수급의 불안정이다. 이에 대한 '정답'은 농식품부 장관의 올해 신년사 안에 다 들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실행이다.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된 '해법'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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