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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겟돈’의 시대? 그러나 ‘유통 공룡’의 변신은 무죄![유통발상] 농산물 유통 문제 해법을 위한 발칙한 생각

‘아마겟돈’은 성경 중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세기말 선과 악이 싸울 최후의 전쟁터를 일컫는다. 은유적으로 어떤 것의 끝이나 그것이 가져올 재앙을 표현할 때 쓰이는 말이다. 1998년 마이클 베이가 감독한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배우 브루스 윌리스가 우주선을 타고 날아가 지구로 무섭게 날아드는 소행성을 파괴하는 용감한 석유탐사업자 역을 맡았다.

얼마 전 유통가에서는 아마겟돈과 아마존의 합성어인 ‘아마존겟돈(Amazon+geddon)’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미국의 온라인 유통 플랫폼인 아마존의 등장으로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이 멸망하는 대재앙이 벌어졌다는 의미다. '아마존되다 (To be Amazoned)'라는 신조어도 있다. 아마존이 진출한 사업 영역에 있던 기존 사업자들이 망하거나 사업 규모가 축소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둘 다 아마존이라는 신생 유통업체의 파괴력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한 단어들이다.

실제로 최근 시어스와 토이저러스 등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거대 유통회사들이 연달아 파산했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도 예외일수는 없었다. 2018년 2월에는 직전분기 손익이 전년 대비 2% 이상 감소한 것으로 발표되면서 주가가 10%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원인은 역시 아마존. 온라인 판매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월마트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업계의 의심이 주가에 반영된 것이었다.

그러던 월마트가 올해 들어 부활의 징표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11월 발표된 올해 3분기 월마트 실적을 보자. 매출액은 128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7억달러 전년 동기 대비 5.4%가량 줄었지만 시장 전망치인 50억달러에 부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가는 또 다시 뛰어 12월 11일 현재 118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 이맘 때 85달러 수준이었으니 1년 동안 39% 올랐다. 최소한 현재 금융가에서는 월마트가 죽음의 계곡에서 빠져 나왔다고 보고 있다.

월마트 부활의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온라인 부문에서의 대응을 꼽는다. 실제로  이번 3분기 실적을 보면 온라인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1%나 증가하면서 이를 뒷받침해 줬다. 

월마트가 자랑하는 ‘클릭 앤 콜렉트(Click & Collect)’ 전략은 온라인으로 주문(클릭)하고 오프라인 매장에 들러서 가져가는 것(콜렉트)을 의미한다. 일종의 ‘옵니채널’인 셈이다. 판매자는 물류 인프라 구축을 위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고객은 배송비 절약과 함께 물건을 빨리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월마트 입장에서 보면 고객을 매장으로 방문토록 해 판매 기회를 한 번 더 만드는 모객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외에도 아마존의 프라임 서비스에 대항해 35불 이상 구매하면 무료로 2일 내 배송해주는 ‘Two day’ 서비스도 내놨다. 

M&A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6년에 약 3조 8천억 원을 들여 인수한 ‘제트닷컴’은 ‘온라인의 코스트코’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월마트는 인수와 동시에 창업자인 마크 로어에게 월마트 전자상거래 부문의 전권을 맡겼다. 아울러 남성복 브랜드 ‘보노보스(Bonobos)’와 여성의류 브랜드 ‘모드클로스(Modcloth)’, 신발 전문 쇼핑몰 ‘슈바이닷컴(ShoeBuy.com)’, 아웃도어 브랜드 전문 쇼핑몰 ‘무스조(Moosejaw)’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고객층을 젊은 세대로 확산하기 위한 시도였다.

월마트 부활의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온라인 부문에서의 대응을 꼽는다. 실제로 이번 3분기 실적을 보면 온라인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1%나 증가하면서 이를 뒷받침해 줬다. 사진은 월마트 매장 전경 [사진=월마트 홈페이지]

월마트의 ‘온라인 우선’ 전략은 국내 유통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판매와 구매 환경이 미국과 국내는 많은 차이가 있어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큰 맥락에서 온라인이 유통의 대세라는 점과 새로운 온라인 강자들과 경쟁하려면 단순히 그들을 모방하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창사 이래 최초로 적자를 냈다. 그래서인지 지난 10월 말 임기가 3개월 남은 이마트의 대표를 교체했다. 새로 부임한 강희석 대표는 전직 컨설팅 회사에서 이마트의 해외 진출 전략 등을 조언하다가 정용진 부회장에게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면서 미래 유통의 키워드로 '디지털·융복합·효율화'를 강조해 왔다고 한다. 이제 대한민국 최고의 유통기업이지만 온라인에서는 ‘하룻 강아지’에 불과한 이마트의 경영을 책임지는 자리에 올랐다. 평소 지론대로 기존에 가지고 있는 강점을 활용하고 온라인을 강화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성과를 낼 것이다. 게다가 월마트의 컨설팅을 맡은 경력도 있다고 하니 누구보다도 그들의 성공 방정식을 잘 이해하고 있으리라.

신임 강 대표에게 진심어린 조언 하나를 하자면, 우선 농식품 분야에서 승부를 보는 것을 권한다. 앞서 말한 월마트도 아마존과의 처절한 전투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던 것은 바로 신선식품에서의 우위였다. 국내에서는 마켓컬리, 쿠팡 등이 새벽배송과 당일 배송으로 신선식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큰 약점은 판매를 위한 유통 인프라를 처음부터 새로 구축해야 한다는 것에 있다. 엄청난 초기 투지비와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데 과연 국내 시장이 그것을 감당할 만큼 커서 지속가능한 투자가 이루어질지, 시장은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아마존코리아는 한국농식품유통공사와 함께 국내 농식품 셀러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설명회를 열었다. 요지는 미국-유럽-일본 등에 진출하려면 아마존 플랫폼을 활용하라는 것이었다. 셀러들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있고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국내 생산자들이 예뻐서은 아닐테고 그들이 취약한 식품 분야의 라인업을 ‘글로벌하게 소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비해 이마트는 전국에 할인점과 편의점 등 오프라인 매장과 물류 시설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농식품에 대한 구매-판매 노하우가 잘 축적되어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잘 갖추고 있는 것이다.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선승구전(先勝求戰)의 조건은 충분하다. 

이참에 우리 농산물과 농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으로써의 면모도 보여주면 더 좋겠다. 농민들이 예뻐서가 아니라 최근 식품업계에 불고 있는 건강식 트렌드를 따라가기엔 국산 농산물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함께 지키는 환경 지킴이로써의 역할을 한다면 앞으로 탈바꿈할 이마트의 브랜드 포지셔닝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이마트가 국내 농부들이 생산한 제품을 가지고 미국이며 유럽에 진출해서 대신 팔아주는 꿈도 꿔본다. 미국 기업인 아마존도 찾아와서 한국 농부들에게 러브콜을 하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마침 이마트 신임 강희석 대표가 한때 농림축산식품부에 몸담았던 농정 관료 출신이기에 더욱 기대가 크다. 

마지막으로 사족 하나. 아마존이 판치는 세기말적 유통 전쟁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구원할 브루스 윌리스가 탄생할 수 있을까? 이마트의 변신과 선전을 응원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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