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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제조사일까, 유통사일까?[유통발상] 농산물 유통 문제 해법을 위한 발칙한 생각

애플사에서 만든 신형 블루투스 이어폰 에어팟 프로가 국내에서 품절 사태를 이어 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제품을 손에 넣는데 한 달 가량 걸린다. 국내 유일의 애플 직영매장인 가로수길에 있는 ‘애플 스토어’에 가면 하루 한정 수량으로 살 수 있다. 그나마 오후에 늦게 가면 제품이 없다.

시기가 블랙프라이데이에서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미국 유통업계 최고 대목이라서 우리나에 배정할 물량이 없어서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단 하나의 모델임에도 출시된 지 한 달이 넘도록 물건 구하기가 귀하다는 건 애플이 남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30만원이 훌쩍 넘는 이어폰이 너무 잘 팔려서 물건이 없다니, 새삼 대단하고 그런 기업이 미국 회사라는 게 부럽기도 하다.

세계 시가총액 1~2위를 다투는 애플은 제조회사일까, 유통회사일까? 그들은 자기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제조사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의 성공 요인 중에는 ‘애플스토어’라는 독특한 기능을 하는 자체 유통망이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그곳에 가면 모든 애플의 제품을 만져보고 사용해 볼 수 있고, 전문 직원이 상주하면서 궁금한 점을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고급스러운 매장 디자인은 제품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철저한 AS는 물론이다. 고객접점인 소매점에서는 좋은 느낌을 받게 해줘야 한다. 이른바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애플스토어는 거대 전문유통 회사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적절한 마진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했다. 타깃이나 월마트 같은 대형 유통 채널에 판매를 의존했을 경우, 그들의 요구에 따라 공급가와 판매가격을 조절해 줘야 한다. 그러면 애초 기대했던 이익을 포기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또한, 브랜드 충성도를 유지하고 타깃 고객에게 직접 소구하고자 하는 마케팅 측면에서도 애플 스토어는 큰 전략적 자산이다. 애플 제품을 살 고객도 아닌데 상품을 진열하면 유통에서의 불필요한 손실이 생긴다. 상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경로인 ‘유통’ 역시 철저하게 목표 고객을 향해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애플은 제조업체이지만 처음부터 독특한 유통망을 스스로 갖추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제품 품질이 완벽한 가운데, 유통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애플은 현존하는 최고의 IT 제조사다.

애플스토어에 가면 모든 애플의 제품을 만져보고 사용해 볼 수 있다. 전문 직원이 상주하면서 궁금한 점을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고급스러운 매장 디자인은 제품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철저한 AS는 물론이다. 고객접점인 소매점에서는 좋은 느낌을 받게 해줘야 한다. 이른바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진은 뉴욕 5번가에 위치한 애플스토어 내부 [사진=애플 홈페이지]

최근 식품 산업은 한국 경제를 이끌 유력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K-pop의 후광을 입은 K-food의 열풍이 심상치 않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 기관 합동으로 5대 유망 식품 집중 육성을 통한 '식품 산업 활력 제고 대책'을 발표했다.

▲메디 푸드 등 맞춤형․특수 식품(메디 푸드(Medi-Food), 고령 친화 식품, 대체 식품, 펫푸드 등) ▲기능성 식품, ▲간편 식품, ▲친환경 식품, ▲수출 식품 등 성장 가능성이 큰 5개 분야를 집중 육성해 키우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예측대로라면 국내 산업 규모가 2018년 12조4400억 원에서 2030년에는 24조8500억 원으로 두 배 가량 커질 전망이다.

 농업계는 커가는 식품-외식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트나 시장에서 장을 봐서 집에서 밥을 해먹지 않고 사먹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트렌드에 맞게 사업전략을 재구성해야 한다.

최종 소비자인 주부가 재래시장에서 사과를 10개 사서 대가족이 한 개씩 먹던 시대에는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물건을 대줄 대도시 도매시장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온라인을 통해 산지 농민들에게 한 박스를 사서 지인들끼리 나눈다. 아니면 편의점에 가서 한 개씩 포장되어 있는 것을 사먹던가, 사과즙이나 주스를 사서 마신다. 이도저도 아니면 블루베리 같이 까먹을 필요도 없고 껍질도 적게 나오는 과일을 먹는다.

소비자가 이렇게 변하면 제조사인 농민들도 거기에 맞게 유통 전략을 짜야 한다. 최종 소비자가 일반인이 아닐 수도 있다. 앞서 말한 커가는 식품 산업의 원료는 결국 수입산 아니면 국산일텐데, 경쟁에서 이길 방법은 뭘까?

이제는 계약재배 같은 B2B 거래가 농가의 보편적인 판매 방식이 될 수도 있는데 제조사와 딜을 할 수 있는 협상력은 갖추고 있는지도 점검해 봐야 한다. 이와 함께 국산 농산물이 멋지고, 맛있는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는 UX에 신경써서 고객점점인 매장을 디자인해야 한다. 적정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자체 유통망도 갖춰야 하고, 각 작물별로 타깃 고객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마케팅 자원과 유통채널을 정렬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제 애써 키운 농산물을 제값받고 팔 수 있다. 유통을 단순히 판매 방식으로만 보지 않고 제품 가치를 높이는데 활용한 애플의 전략을 참고하면 그렇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농민 개인 또는 그 가족이 할 수 있을까? 그럴만한 여력을 갖춘 농가는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농민들의 이익에 복무해야 할’ 최대 조직인 농협의 역할이 필요하다. 다행히 농촌 지역 농협에서는 일찌감치 유통에 눈을 조합장들이 나서서 유통만이 살길이라며 다양한 실험을 통해 성공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들은 어디를 쳐야 점수가 나오는지 포인트를 정확히 알고 정밀 타격하는 복싱 금메달리스트 같다. 지역 농협의 구심점인 중앙회도 ‘유통’에 집중해 좋은 성과를 내기 바란다. 농민들 농사를 짓고 실제로 손에 쥐어지는 현금의 액수가 커져야 ‘농가 소득 5천만원 달성’도 의미가 있다.

지금 대한민국 농업은 농사를 잘 지어야 돈을 벌까, 잘 팔아야 돈을 벌까?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는 한국 농업의 ‘스티브 잡스’가 차기 농협중앙회장을 꿈꾸는 잠룡들 중에서 나오길 오매불망 기다린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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